일주일에 세 번 도넛을 만들었다.
<월요일 퇴근 후에 만든 도넛>
심한 감기로 오후 내내 누워있었다는 딸아이의 기분 전환을 위해 뭘 할까? 고민 고민. 요리하는 거 좋아하니 도넛을 만들면 벌떡 일어나 자기가 한다고 야단을 떨겠지? 하지만 딸아이는 겨우 침대에서 소파로, 자리만 옮겨 왔을 뿐. 대신 처음으로 ‘나 홀로 조수’가 된 아이 친구의 들뜬 웃음과 재잘거림이 부엌 안을 가득 채웠다.
<수요일 새벽에 만든 도넛>
“도넛 만들어 선생님께 선물로 드릴까?”
기분이 좋아지면 입맛이 좀 날까? 싶어 생각해낸 것이 ‘선생님께 선물’이었다. 선생님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는 예상대로 눈을 반짝이더니 스프 몇 숟가락을 삼켜주었다.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아이 선생님의 도넛을 튀기는데 왜 우리 반 서른다섯 명의 공주들 얼굴이 어른거리는 건지. 결국 선생님께 열 개, 우리 반 공주들에게 하나씩. 딱 두 입이면 끝날 작은 크기지만 많이 먹어야 맛인가 하면서.
<금요일 밤에 만든 도넛>
위층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왔단다. 목요일 이사 떡을 받아들면서 도넛을 한 번 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했다. 보통 때 같으면 이사 온 이웃을 위해 스파게티를 만들 텐데 지금은 아이가 아픈 ‘계엄령’ 상태라 아쉽지만 도넛으로! 일 많은 금요일이라 밤 9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처음 찾아가는 데 너무 늦은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도넛 담은 바구니만 급하게 전해주고 내려왔는데 아차차!!! 다시 뛰어 올라갔다.
“처음 먹어 본 사람은 덜 익은 줄 아는 데 사과를 넣어서 그래요. 그 말을 잊어버려서.”
월요일 열심히 조수를 해준 아이가 ‘아주머니 장사해도 되겠어요. 4개 넣어 한 봉지에 천 원씩 받아요.’라며 야무진(?) 사업계획을 제시했었는데, 정말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볼까?
‘선물’로 받은 사과였다. 4년 전 가르쳤던, 담임도 아니었지만 아직도 기억해주는 제자와 학부모님. 직접 딴 것이라며 보내 온 사과 한 상자. 내년 이맘때에도 꼭 보내주겠다는 약속까지. ‘사과 도넛’을 만든 이유는 그 사과에 담긴 마음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재료=사과 1개, 밀가루 4컵, 설탕 1컵, 우유 250cc, 버터 70g, 베이킹파우더 5작은술, 달걀 2개, 계피설탕(설탕½+계피가루 2작은술), 올리브유(식용유)
◇만들기=①밀가루에 베이킹파우더를 섞어 체에 2번 친다.
②버터를 중탕으로 녹인다.
③설탕을 버터에 조금씩 넣으면서 거품기로 잘 젓는다.
④달걀과 우유를 ③에 넣고 잘 섞는다.
⑤사과는 껍질을 벗기고 0.5㎝정도로 깍둑썰기 한다.
⑥체에 친 밀가루에 썬 사과를 넣어 섞은 뒤 ④를 넣어 고무주걱을 세워 자르듯이 반죽한다.
⑦넓은 접시에 설탕과 계피가루를 섞어 계피설탕을 만든다.
⑧기름이 새끼손톱만큼의 반죽을 넣어 바로 떠오를 정도(약 170℃)가 되면 중불로 줄인 뒤 한 숟가락씩 떠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굴려가며 노릇하게 튀겨낸다.
⑨기름을 뺀 후 계피설탕에 굴려 살살 굴리면 완성!
2004년 11월 16일 대구 매일신문 요리칼럼
'세상테크 > 음식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늙은 호박떡 (0) | 2011.01.21 |
---|---|
[스크랩] 청국장 (0) | 2011.01.21 |
[스크랩] 굴야채죽 (0) | 2011.01.21 |
[스크랩] 풀마루, 입소문으로 ‘대박’난 흑마늘 진액 (0) | 2011.01.05 |
[스크랩] 오호~~ 바로 이맛입니다/우리 농산물로 만든 김유조 빨간 안동식혜 (0) | 2011.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