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투극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교회에서다. 그냥 교회도 아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7만명이 넘는 교인을 보유한 초대형 교회다. 61명의 시무장로가 있고, 무엇보다 그중 한 명이 현직 대통령이다. 우격다짐의 주체도 그냥 교인이 아니다. 목사와 부목사가 주인공이다. 대체 이들은 어째서 서로에게 ‘사랑’이 아닌 ‘주먹’을 선사한 걸까.
김 목사 부임부터 신구 세력 갈등 끊이지 않아 교회를 목사 사유물로 여기는 교계의 관행 때문
소망교회에서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 교회 부목사 조모씨와 전 부목사 최모씨가 지난 2일 오전 9시쯤 당회장실에 들어가 당시 2부 예배 설교를 준비하고 있던 김지철 목사를 폭행한 것. 새해 첫 주일 오전 교회 안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얼굴뼈 부러져
김 목사는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눈 주위 뼈가 부러져 전치 4주 진단을 받았으며, 배와 허리 등에도 타박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이 때문에 2~5부 예배는 1부 예배의 녹화된 화면으로 대신 해야 했다. 강남경찰서는 공동상해 혐의로 최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조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 직후 조씨와 최씨도 피해를 주장하며 김 목사와 다른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망교회 측 관계자는 “최씨와 조씨가 당회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근 후 비서 목사가 부수고 들어갈 때까지가 불과 2분여에 불과하다”면서 “짧은 시간에 그 정도 상해를 입혔으면 처음부터 폭력을 작정하고 난입한 것이므로 쌍방 피해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폭력의 이유에 대해서는 “최씨는 지난해 해임된 일, 조씨는 최근 인사발령에서 담당 교구를 받지 못한 일로 앙심을 품었다”고 양측이 같은 설명을 내놨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 대부분은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너희는 이미 교회가 아닌 것 같다”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은 주먹이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 기도하면 죄가 사라져 결국 조폭 영화를 찍나?”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신자들에게 설교를 한단 말인가”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반성부터 하라” 등의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소망교회는 “하나님과 국민 여러분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소망교회에서 분쟁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망교회를 세운 곽선희 원로목사가 2003년 은퇴한 뒤 장신대 교수로 있던 김 목사가 부임하면서부터 신구 세력 간 갈등이 시작됐다. 장로들 상당수도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로 인해 2008년 9차례의 당회의가 모두 파행으로 치닫는 등 소망교회의 내부 운영은 순탄하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2009년 3월, 반대파 장로 21명이 김 목사를 서울중앙지검에 횡령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4월에는 업무상 배임혐의로 추가 고소하면서 소망교회 내의 분쟁은 종교인으로서 불명예스러운 법정공방으로 치달았다. 이렇게 주고받은 고소·고발은 자그마치 10건이 넘는다.
2009년 9월에는 반대파인 장로 윤모씨가 김 목사에게 불손하게 대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집사 허모씨가 이를 문제 삼자 이 둘은 결국 난투극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윤 장로가 허 집사를 넘어뜨린 후 몸을 찍어 눌러 갈비뼈를 부러뜨렸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윤 장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성 성찰 절실
이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교회를 목사 사유물로 여기는 교계의 오랜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목사가 바뀌면 ‘내 사람’을 심거나 자르려 하고, 그 과정에서 거친 언사나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 아무리 양보해도 종교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차라리 시정잡배들과 닮아있다. 소망교회는 국내 최다 신자를 보유한 교회라는 이름에 걸맞는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