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영화와 역사는 서로 다른 성질을 띄는 영역을 내포한다. 역사는 인간이 거쳐온 모습이나 인간의 행위로 일어난 사실이나 그 사실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역사는 과거의 사실에서 진실을 추측하며 근거가 있는 탐구자료를 이용해서 진실을 파헤치는 학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제 7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픽션’이라는 것을 중점 하에 발달된 대중적 상업적 매체이다. 역사와 비교를 하자면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이루어진 하나의 스토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영화는 ‘거짓’과 ‘진실’이라는 경계선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이들이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역사영화’ 혹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팩션이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장르를 가르킨다. 우리는 흔히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역사 영화’라는 틀로 묶는다. 이러한 ‘역사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해 내기도 하고, 혹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픽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관객은 그러한 영화를 통하여 과거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잊어버렸던 것을 상기시켜 내기도 한다. 우선, 영화라는 특징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중에게 컨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거짓말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중문화이다. 물론 영화가 픽션이지만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이러한 역사영화에서‘영화’를 ‘영화’로써가 아닌 ‘역사적 사실’로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관객은 실제가 아닌 왜곡된 역사를 보는 것이며 영화의 텍스트만을 믿기 때문에 잘못된 지식정보를 갖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는 까닭은 진실과 허구를 가로지를 수 있는 영화의 기술적 문제와 영화라는 자체가 ‘사회를 반영하는 창’이라는 인식에서부터 발생된다. 영화란 본디 기록영화라는 자체로 있는 것을 그대로 찍는 사진과 같되, 움직임을 부여해서 활동사진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기 때문에 영화는 보는 순간 진실이라는 인식이 드는 것이다. 그 이후 작가의 의식이 카메라로 들어가는 ‘카메라 만년필론’이라든가 조합이론인 몽타주이론으로 인해 영화는 기록자체가 아닌 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거짓 역사영화는 ‘역사’라는 텍스트적 존재보다 시각적 존재가 인간에게 미치는 인식이 더욱 파격적이기 때문에 더욱 분별이 불가능 해진다. 이러한 영화의 발전은, 우리가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길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올바른 수용자세를 갖게 된다면 역설적으로 열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프로파간다’의 의미대로 우리가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대리만족을 영화는 대신 해주고 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는 수동적 컨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적 기술들로 역사영화는 역사를 영화와 별개로 취급하면서도 가까이 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 순간 영화와 역사의 사이에는 역사의 대중화와 영화의 사료화라는 단어가 익숙해 질 정도로 많은 수의 역사영화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들의 존재가치는 영화 자체로서의 역사적 가치나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 가치가 있겠으나 부정적인 면도 이에 따라 존재한다. 역사를 대중화 하여 표현한다면 위에 서술된 영화의 기술적 측면으로 인해 역사를 왜곡할 수 있겠고 역사의 결말을 알아 버린 우리는 더 이상 역사영화를 찾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객이 해야 할 것은 논픽션과 픽션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조작여부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이와 같은 올바른 자세를 관객이 갖춘다면 그제서야 영화는 진정한 제 7의 예술로 거듭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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