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의 저 긴 핏줄기가 무엇을 뜻할까, 영화를 보기전에 고심하던 나였다. 다행히 영화를 본 후 풀렸지만. (영화를 보시면 알게됩니다.) 우유같이 하얀 포스터에 한줄기 붉은 피는 고요속에 침투한 시퍼런 칼날같이 그렇게나 영화와 잘어울렸다. 영화 장르상 스릴러지만 이렇게 고요한 스릴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정제된 영상미만큼 영화 속 호흡역시 그러했다.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지위상태역시 동일했다는 점에서 일치감을 느낄수있었고 '히든'이 가진 고요의 스릴러의 효과를 증폭시켰다 생각된다. '히든' 혹은 '까쉐'는 내 리뷰상, 시간이 많이 흐른채 방치해둔 영화였다. 이 영화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를 하지 않는다. 시각적인 사실을 툭툭 내뱉은 후 관객은 이런 저런 조각을 현실과 대립시켜보고 느껴야 하기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한, 영화에서 제시하는 메시지가 하나가 아니라는 점에서 관객은 이리저리 잔가지치기를 많이 해간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씩 되짚어본다면. 조금이나마 메시지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조심스레 리뷰를 써보려고한다.
만약 관객된 입장에서 '롱테이크'를 받아드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는 이러한 '롱테이크'를 대단하다 했지만 사실 나는 '허우샤오시엔'의 롱테이크만한 것이없다고 본다.) 많은 이 들이 말했듯이 도입부터 실랄하게 '롱테이크'를 구사한다. 그것도 관객을 '속이는' 롱테이크를 말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그러니까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은 중산층 처럼 보이는 집을 보여주는 카메라의 쇼트로 시작하는데 타이포가 위에서 부터 한장의 책이 될정도로 차례차례 써내려가기까지 미동이 없다. 이제 얼마 지나자, 미동없는 쇼트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관객은 자연스레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쇼트안으로 들어가 있구나. 아니면, 누군가의 시선이 바로 이 카메라의 시선이구나. 하지만 모두 틀렸다. 갑자기 영화는 되감아버린다. 커다란 스크린이 마치 집에 있는 비디오와 연결된 텔레비젼처럼 되감아버리는 것이다. 이 과감한 연출. 점점 쇼트가 멀어지면서 목소리의 주인공과 이 화면의 정체가 나온다. 그렇다. 이 화면은 화면에 보여지었던 가정에 사는 부부의 목소리며, 대화를 들어보면 누군가가 자신들의 집을 몰래 찍어두며 자신들에게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토커와 같다. 이렇게나 길게 오프닝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투영하는 대상의 도구 '미디어'다. '히든'은 이런 미디어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관객을 속인다. 어떤것이 진짜 영화속 이야기인지 모르도록 시퀀스가 나뉘고 시작될때 적절하게 사용한다. 예를 들어, 비디오를 보는 화면이 크게 잡혀있을때 그것이 영화 자체인지 아니면 영화속 '미디어'의 일종인지 모르게말이다. 이런 효과는 남자 주인공인 '조르쥬'의 직업과도 관련있다. 그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한마디로 '미디어'에 갇힐 수도 '미디어'를 이용할 수도 '미디어'를 조작할 수도 있는 자이다. 엔딩크레딧을 보더라도, 이것이 영화속 어느 사람이 몰래 비디오로 촬영을 하는 시점인지, 아니면 단순히 영화의 시점인 카메라 쇼트인지 헷갈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라는 도구에 대한 단상이다. 그러니까, 예컨데 이런거다. 관객인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바라본다. 그 행위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영화의 주인공이니 우리를 보지못한다. 그들은 관객이란 인식없이 그들의 행위를 지속하고 우리는 시각적으로 충족한다. '히든'의 주인공들을 보자.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몰래 지켜본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보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 마치 관객인 우리가 그들을 지켜보듯이 그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본다는 사실에 안달나있다. 영화속 그들에게 비디오를 보내며 협박하는 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조르쥬는 과거 자신의 집에 머물렀던 아랍인인 한명을 의심하고 그를 �는다. 그는 자신이 아니라며 자살하기에 이르르나 조르쥬는 끝까지 범인이 그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르쥬와 그의 부인의 대사를 잘 생각해보자. 자신이 찍히는 줄도 모르고 그 카메라 곁을 지나가거나 행동한다. 그러니까 범인이라는 영화속 장치는 일종의 '맥거핀'에 지나지 않으며 그 카메라 자체는 어쩌면 관객인 우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침투하는 시선. 그것은 영화를 보고있는 관객의 시선과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속 주인공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스크린 밖을 보지 못하니 당연히 범인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만이 '미디어'에 속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관객인 우리는 줌인된 스퀀스에서 줌 아웃되기까지 '화면의 정체'를 모르고 있기�문이다. 오프닝과 엔딩이 지루하고 고요한 삶의 일부분처럼 보이지만 중요하게 취급되야하는 것은 '화면의 정체'에 속는 우리, 관객이다. 고로, 스크린 내에 활동하는 캐릭터들은 스크린 밖의 관객을 속이고 스크린 밖의 관객들은 스크린 내의 캐릭터들을 속이는 관계. 바로 이 것이 '히든'이 보여주는 영화 방식이다.
'히든'은 내가 그동안 보았던 인종문제를 표면위로 띄워놓고 논쟁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들에게 곤두선 털과 날카로운 신경들을 보여주거나 그들이 하위급으로 생각하는 인종문제가 흘러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에 대입시켜 생각을 하자면, 그저 지나가는 흑인에 대해 '범인'은 아닐까 곤두선 털, 과거의 비밀을 캐 묻는 듯한 '아랍인'에 대한 증오의 시선, 이러한 날카로운 신경들과는 달리 '뉴스'에서 흐르고 있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 대한 문제들은 그저 두 부부의 대화혹은 분위기에 묻혀가는 무덤덤함이 '히든'이 논하는 인종문제의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은 최근 보았던 <콘스탄트 가드너>나 <크래쉬>와는 달리 소심하고도 세심하지만, 확실히 '히든'에서만 다루어지는 문제이기도하다. 프랑스와 알제리. '미카엘 하네케'는 무덤덤하고 조용한 이 영화에 이러한 대상을 시끄럽게 벌여놓지 않는다. 영화의 흐름에 맞게 혹은 현실처럼 우리의 문제가 아니면 그저 한귀로 흘리고 마는 태도를 보여준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영화 속 두 부부는 알제리의 문제따위보다 그들에게 비디오를 보낸 작자가 더 중요하다. 우리도 그렇다. 우리는 코앞에 닥친 문제가 더 중요하지 세계평화에 관련된 문제를 중요시여기지않기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캐릭터의 행동은 '히든'이 '콘스탄트 가드너'와 다른 방식임을 증명시켜주기도한다. 그래서 '콘스탄트 가드너'는 소설적 스토리텔러지만 '히든'은 '기표'를 통해 '기의'를 재고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이 영화의 주된 메시지는 인종문제에 관련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았던 '미디어'를 활용하는 '히든'의 방식이 눈에 더 밟힌다. 물론 나는 그저 '미디어'를 도구로 어떻게 표현하는 가 보다, '미디어'의 '구라성'에 더 관심이 많지만. 뜬금없는 말이될수도 있지만 '야수'는 분명 대단한 영화는 아니다. 아주 상투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었기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야수'는 '공공의 적'이란 제목이 더 걸맞게 '미디어'의 구라성을 제대로 짚어준다. '밀리언 달러 호텔'보다는 덜하지만, 어찌했든! 그래서 '히든'이 다루고있는 '미디어'의 공적인 존재와 사적인 존재가 탁월했다. 텔레비젼이라는 안에서 공적인 존재로 조르쥬는 냉철함과 지적임을 제시하지만 사적인 '비디오'라는 존재앞에서는 약을 먹지않고는 잠을 들 수 없는 쩔쩔매는 인간이기도하기�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히든'의 명성은 높게 살만하기도 하나 무엇보다도 영화속 '미디어'라는 개념의 상반관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호평을 하고싶다.
* 사족
'책'에 둘러쌓여있는 세트가 참 많았는데 책이 의미하는 '바니타스'의 상징이 떠올랐다. 삶과 죽음의 허무랄까. 거짓에 둘러쌓여있는 현실에 진실은 어디있는가.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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