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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족의 탄생 Family Ties, 2006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17

 

 

 

 

참 오랜만에, 푹 빠져 보았던 한국영화였다.2006년 상반기가 거의 다 지나갈 무렵인데도 이렇다할 한국영화가 없었다.'가족의 탄생'은 상업영화에서 보기힘든 연출과 비선형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시 끔 좋은 상업 영화영화 갈래중 하나는 응당 이래야 함을 보여준다.전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를 민규동감독과 함께 연출했던 김태용 감독은.닮은 꼴 모션을 보여주듯, '옴니버스'스타일을 꾸려낸다.한국배우의 현주소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옹기종기 모여놓은채 잔치상을 차려놓은 느낌이다.민규동감독의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은 '로맨틱 코미디'를 중점으로 했던 잔치상이었다면,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은 눈물나는 드라마와 드라마의 엊박자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코미디의 향연이다.두 감독의 영화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나는 '가족의 탄생'에 더 격조높은 찬사를 보낸다.왜냐, 개인적으로 영화는 '사랑한다는말'을 '사랑한다'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우회적인 행동을 통해 '사랑'의 잠복기를 암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탄생'은 쉴새없이 떨리는 '핸드헬딩'기법으로 열번이상의 테이크를 매치 컷하여 생생함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 '떨리는 감정의 전류'를 스크린에 방출한다.그리고 나는 이것을 '사랑'의 잠복기라 칭하고싶다.관객은 주인공이 8명이상이나 되는 '가족의 탄생'의 캐릭터를 모른다. 그리고 이 것을 전제로 어떤 사랑 - 관계를 나타내려고 한다.여기에 필요한 것은 '사랑의 관계'를 느낄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다.캐릭터가 상당히 많은 (그리고 그 모든 캐릭터가 중요한) '가족의 탄생'의 공감대 형성을 이루는 것들은 배우들의 열연도 있겠지만!나는 무엇보다 연출에 눈이간다.무엇보다 '가족의 탄생'은 '현미경 같은'영화이다.자연광으로 배우들은 인위적 공간에 시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연스레 영화 속 '그곳'에 존재하며 카메라는 그들의 몸짓이나 전체를 담지않고 그들의 눈가를 입가를 눈물을 웃음을 담는다.'현미경'같이 그들의 얼굴만을 담으며 관계의 공감대를 보여준다.핸드헬딩기법으로 모든 배우의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나 클로즈업을 담는 것이란 관객에게 상당한 부담감을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의 탄생'은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영화를 마냥 '보는 행위'가 아니고 캐릭터에 동화되는 태도일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영화 '사랑니'의 거친 핸드헬딩처럼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을 테니까.(내가 '사랑니'를 보았을때 관객의 80% 거의 까무러쳤다. 멀미가 나온다며 소리를 질러댔다.)'가족의 탄생'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본래 배우가 가진 색깔과 영화 속 캐릭터를 일치시키며 진행해 나가기 때문에 클로즈업 자체를 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진다.나는 이 섬세한 표현력을 두고 '가족의 탄생'이 상업 영화스럽지 않다고 말하겠다.

 

  

누군가 '가족의 탄생'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달라면 그건 만만치 않은 수고가 될 것이다.대부분의 한국영화는 내러티브가 중심이다.얼마전 개봉한 '사생결단'을 보더라도 치밀한 캐릭터의 표현력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그 캐릭터 자체가 '리얼리즘'보다는 '판타지'스러움의 치중이 돋보였다.그런 캐릭터들은 사실,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라 할지언정 내러티브가 빠지면 독이 된다.분명 '사생결단'의 내러티브는 흥미로움 그 자체였기에 모든 것은 독이 되지않고 득이 되었지만!과거 흥미롭게 보았던 '캐릭터 중심'의 영화는 누가뭐래도 '질투는 나의 힘'이었다.만약 '질투는 나의 힘'과 같이 캐릭터 묘사로 끌려 영화의 런닝 타임을 모두 보냈다면 그건 정말 의미있는 영화 보기 일것이다.영화 속 어떤 캐릭터는 낯선 타자이기때문에 선뜻 동화되기 싶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캐릭터 중심의 영화에 얼마나 흥미를 느낄 수 있는가는 관객의 몫이라 느낀다.이런 점에서 '가족의 탄생'을 본다면 관객의 몫이 무척이나 중요한 영화라 생각된다.(실예로 내 동생은 옆에서 재미없다며 자버렸다. 아마 이런 관객은 '질투는 나의 힘'이나 '봄날은 간다'를 전혀 매력있다 느끼지 못할 것이다.)'가족의 탄생'은 캐릭터 생성에 있어서도 세밀한 표현을 하고있지만 무엇보다 이 캐릭터가 내는 엊박자의 '화음'은 상식을 벗어나는 데 있다.누구나 '그럴 것이다'라는 예상을 뒤 엎어, 영화 자체의 가족처럼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그것이 '가족의 탄생'의 캐릭터 자기반영이 자기복제를 하는 표현이라 생각된다.

  

 

'가족의 탄생'을 즐겁게 보기 위해서는 캐릭터는 우선 판독해야한다.미워할래야 미워할 수없는 모든 캐릭터는 이영화의 전부다.'가족의 탄생'에서 사랑하는 관계든 사랑하려는 관계든 사랑했던 관계든, 부조리하게 행동한다.그래서 엄태웅(형철)이 말한 대사인, '사랑하면 사랑한다 그래. 그래야 사랑 받고 사랑 하나 더 주지.'는 참 염치없게 들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유치하고 넉살좋은 엄태웅(형철)은 다른 캐릭터와 상반되는 행동/성향을 띈다.그 누구도 타인과의 관계를 쉽게 맺으려 하지않고, 깊게 빠져들기를 꺼려하지만 엉태웅(형철)은 남-녀의 관계를 너무나도 쉽게 여긴다.또한, 자신의 책임감에 대한 자의식없이 역할을 이전시키며 자신의 권리만 표한다.마치 엄태웅(형철)은 철들지않는 만년피터팬같다.밥먹기와 섹스하기 (술주정과 욱하는 성질까지) 에 힘입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듯보인다.그 뿐 만아니라 이 남자는 한국영화 사상 가장 '혈연'에 관심이 없다.20살 연상이든, 그 20살 연상의 부인의 전남편의 전부인의 딸이든 사랑하니까 관계를 맺으려한다.이러한 남동생의 태도에 있어 문소리(미라)는 콧방귀가 우선 나온다.문소리(미라)는 너무나도 참한 아가씨로 성질한번 내기도 크게 웃는 것 하나도 수줍어 못하는 캐릭터다.그에 반면 생활력은 부지런하여 어떻게 해서든 자기밥은 자기가 벌어 먹을 만한 여자다.문소리(미라)는 5년만에 돌아온 남동생이 시어머니뻘 되는 고두심(무신)과 함께 왔어도 군말없이 동서역할을 한다.담배냄새가 싫어도 담배를 꺼버리는 고두심(무신)에 되려 미안해하는 선심쓰는 여자다.이러한 문소리(미라)의 평온한 일상은 엄태웅(형철)과 고두심(무신)에 의해 깨어지지만 서툰 관계의 맺음 속에서도 나름의 정당화를 찾아 지속시키려한다.그러던 중, 그녀가 처음으로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부분이 있다.고두심(무신)의 전남편의 전부인의 딸이라는 생판 모르는 아이가 찾아오자 이제는 더이상 감당하지 못할 인내를 참지 못하며 고두심(무신)에게 그 아이와 함께 엉태웅(형철)까지 데리고 가라며 한계를 보인다.그녀는 그 순간 자신의 진심을 표출했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비내리는 날, 아무도없는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며 느꼈을 것이다.'너 나한테 왜이래?'라고 외친 그 한마디까지 관계의 지속이 깨어졌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는 것을.그래서 그녀는 참 쓸쓸해 보이는 등을 보인다.그리고 나에게 이 시퀀스는 첫번째 에피소드 중 가장 아름다운 쇼트였다.짙은 어둠부터 비가 와 흐릿한 자연광에 의해 역광을 내비친 그녀의 뒷모습이 그렇게도 아름다워 보일 수 없었다.

 

 

첫번째 에피소드가 관계의 생성을 암시하고있다면, 두번째 에피소드는 관계의 헤어짐을 이야기 한다. 물론, 헤어짐 역시 관계의 생성이며 관계의 생성역시 헤어짐이었음을 보여주지만.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두번째 에피소드는 캐릭터 자체가 그녀인 공효진(선경)으로 시작한다.노랗게 바랜 자연광이 그녀의 방으로 부터 보여지기 시작할 때쯤, 낯성 풍경이 시작된다.엄마라 불리우는 아줌마를 내�는 매몰찬 공효진(선경)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아마 공효진(선경)의 대사로 보아서는 바람나서 딸을 버린 아줌마로 밖에 보이지는 않는다.그래서 공효진(선경)은 관계따위를 믿지 않는다.그따위 사랑이 뭐라니 정말, 이라 외치며 쌀쌀맞게 냉철하게 세상을 살아간다.세상에 가시를 든 꽃처럼 그녀는 악바리로 그 현실을 도피하려 애쓴다.그녀는 고궁에서 일본인 관광객을 모시는 가이드로, 일본을 떠나기 위한 모든 절차를 끝내고 있다.그녀는 엄마에 대한 애증이 세상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된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찔러도 피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게 독하다.사랑관계에 있어 그녀는 결핍이라 칭하지 않고 그 자체를 거부한다.하지만 그래서 였을까, 그녀는 멀리서 엄마를 지켜본다.땍땍거려도 엄마의 안부를, 엄마의 관계를, 엄마의 배다른 아들을 챙겨주는 것은 변함 없는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 일 것이다.'나 그렇게 빨리 안죽어'라고 무미건조하게 말한 엄마가 너무나도 빨리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모든 도피까지도 내팽겨친다.엄마의 죽음의 순간을 지키던 것은 그녀와 그녀의 배다른 남동생뿐이었음을 그녀는 잘 알고있다.마지막 장면, 유품과 같은 모녀만의 추억이 물품들이 진공상태로 뜰때 그녀는 한없이 운다.이 장면이 너무 나도 슬펐던 것은 그녀의 모난 성격때문도 그녀의 엄마의 죽음때문도 아니었다.나는 그 순간 진정한 모녀의 관계가 시작된 것 같아 너무나도 슬펐다.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실재와 연관된 류승범(준호)와의 얘깃거리 일것이다.실제 연인사이로 알려졌던 공효진 - 류승범 커플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 즐겁기도했다.나는 그들을 담은 영상에서 영화의 생략법, 감각을 다시 느꼈다.레코드판을 정리하며 내꺼, 오빠꺼를 나누던 공효진(선경) 뒤에 류승범(준호)가 양말을 신는 장면이었다.왜 양말이었을까,가장 마지막 벗을 수 있는 신체의 옷 중에 하나.영화는 그렇게 생략을 한다.아마 공효진(선경)의 모난 캐릭터와 관련하여 따뜻한 러브스토리따위는 가위질 한 듯 보인다.그렇지만 나는 그런 생략법이, 공효진(선경)의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킨다 느꼈다.두번째 에피소드의 선경이란 캐릭터는 마치 공효진을 위해 태어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가족의 탄생'의 오프닝시퀀스와 연관이 된다.생각해보면 첫번째 에피소드는 '춘천' - 꼬마아이가 적어준 집주소에 춘천시라는 글자가보인다 - 이란 장소를 배경으로 하며 두번째 에피소드는 '서울' - 공효진(선경)이 일하는 고궁과 그녀의 엄마의 가게는 이태원이었다 - 이란 장소를 배경으로한다.그리고 이 둘을 잇는 '기차'는 서울과 춘천을 오고갈 수 있는 세번째 에피소드의 역할이기도하고, 메타포이기도하다.사실 중요한 것은 봉태규(경석)과 정유미(채현)의 캐릭터 생성 배경이다.눈치 있는 관객이라면 알테지만 봉태규(경석)이 차고있는 시계가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남자꼬마아이가 찬 것과 같다라는 것을 알 것이다.그뿐 만 아니라 쉽게 공효진(선경)이 누나로 등장한다.이 세번째 에피소드는 첫번째와 두번째로부터 약 20년의 시간이 지난 뒤 벌어지는 상황이다.억지스러움을 배제한채, 시간의 흐름뒤 자연스레 엮여지는 그들을 그린 세번째 에피소드는 문소리(미라)의 닮은 꼴 정유미(채현)이 등장하고, 두번째 에피소드의 엄마로 등장한 아이의 트라우마가 엿보인다.봉태규(경석)은 쉽게 말해 애정결핍적 존재다.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없이 아빠없이 자라왔으며 누나는 '모진'성격의 대가이다.그런 봉태규(경석)에게도 애인이 있었으니, 정유미(채현)이다.정유미(채현)역시 어릴 적 피가 섞이지 않는 가족들에 의해 잘해야한다는 트라우마가 형성된 캐릭터이며 동시에 문소리(미라)의 참함까지 닮아있다.이 둘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관계임을 야기한다.오지랖 넓어 모든 일을 자신이 해야하는 천사 정유미(채현)은 사랑받는 캐릭터지만, 정작 남자친구와는 같은 일로 싸운다.봉태규(경석)은 그런 그녀에게 너무 헤프다고 말한다.사실, 나는 그 둘의 캐릭터가 너무나도 극단적이라서 그리 즐겁게 보이지는 않았지만,세번째 에피소드는 그들 자체보다 그들로인해 모이는 '엄마들'에 의해 즐거워진다.(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보였던 문소리(미라)의 집에는 엄태웅(형철)이 없고 고두심(무신)이 늙은채 살아가고있었다.)가장 많이 웃음이 나왔던 '엄마들-정유미(채현)은 자신의 엄마들이라며 문소리(미라)와 고두심(무신)을 소개한다-'은 이 영화의 '엉뚱함'을 그대로 보여준다.일반적임을 철저히 깨뜨려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 그것은 자연히 고두심이란 배우의 몫이었다.중년배우의 활기로 신인배우 위에 선다는 것은 그리 흔한일도 쉬운일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두심은 '가족의 탄생'의 엔딩을 아기자기하게 따뜻하게 통솔한다.

 

 

'가족의 탄생'은 엮여있지 않는 인물들간을 엮고 얽혀있는 인물들 간의 관계를 풀어헤치는 기묘한 열전의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인물들이 사랑하는 방법은 참 수상하다.이들은 서로를 아껴주고 보담아주고 '사랑한다'말하지 않는다.이들은 할퀴고 소리지르고 때리고 뒤돌아서도 내�는 방식을 취한다.그것이 '가족의 탄생'의 비결이다.'사랑해'가 아니라 '너 나한테 왜이래?' 라 말할 수 있는 영화.실새없이 쏟아지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가족 형태중, 이런 가족 어떤가를 묻는다.나는 이 영화가 아버지-남자-남근이 사라졌다는 것뿐으로 흥미롭지 않는다.이와 함께 이 영화는 '날선대사와 행동'들로 따뜻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기에 흥미롭다.머리아픈 은유도 상징도 없이 '그대로'를 보여주고 느끼라는 이 영화.이래서 '가족의 탄생'은 한국영화의 진정한 새로운 가족영화 탄생을 알리는 바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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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유디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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