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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관의 기능과 예술성 / 황토산방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15. 08:29

다관의 기능성과 예술성

생김새보다는 쓰임새에 유의하는 걸 생활 미술에서는 ‘기능성’이라고 말한다. 공예적 관점에서는 아름다운 그릇보다 쓸모있는 그릇이 더 가치를 지닌다고 보는 만큼 기능성은 매우 중요하다.

쓰임새 면에서 볼 때 다관은 다음과 같은 기능적 부위로 구성돼 있다. 필요한 용량을 담을 수 있는 몸통, 찻물이 깨끗하게 따라지는 물대, 쥐거나 잡기에 편한 손잡이, 찻물이 식는 것과 향기의 휘발을 막아주는 꼭맞는 뚜껑으로 되어있다.

또 다관은 이러한 기능성 외에도 위에서 말한 네 가지 부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 즉 예술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다관은 쓰임새가 편한 ‘기능성’과, 심미적 감상 욕구를 충족시키는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다관이 갖추어야 하는 기능성 - 3수3평(三水三平)

쓰기에 편한 다관은 3수3평(三水三平)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 3수란 출수(出水), 절수(切水), 금수(禁水)를 말한다. 출수는 물대에서 나가는 물줄기가 힘차면서도 예상 지점에 물이 떨어지는 것이고, 절수는 물 끊음질이 깨끗해서 물이 몸통으로 흘러내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금수는 뚜껑의 바람 구멍을막으면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만큼 뚜껑이 정확하게 꼭 맞는 것을 뜻한다.

3평이란 물대 끝과 몸통의 전(찻잎을 넣는 입구) 그리고 손잡이의 끝이 같은 높이가 되어 수평을 이루는 것이다. 옆손잡이나 뒷손잡이 다관은 3평의 원칙을 지켜 제작한 게 좋다. 윗손잡이 다관도 당연히 물대와 몸통의 전은 수평을 이루어야 한다.

3평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기능상의 문제가 생긴다. 물대 끝이 몸통의 전 높이보다 높을 경우, 다관을 많이 기울여야 물이 나오고 이때 전을 통해 찻물이 몸통 밖으로 흘러내릴 수 있다. 또 물대 끝이 몸통의 전보다 낮으면 전 높이 만큼 물을 채울 때, 물대로 물이 넘쳐 흘러나온다. 또 손잡이의 끝이 물대와 몸통의 전과 수평을 이루지 않고 너무 높거나 낮으면 우리개의 무게 중심이 안정되지 않아 쥐거나(자루 손잡이) 잡고(고리 손잡이) 쓰기에 불편하다.


■다관의 예술성

다관은 항상 다인(茶人) 곁에 있는 말없는 벗이므로 쓰임새뿐 아니라 예술성 또한 뛰어나야 한다. 러시아 작가 고리키는 “천성적으로 인간은 예술가이며, 그가 어느 곳에 있든지 언제나 아름다움을 자신의 생활 속에 지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미는 생활이다”고 말한 미학자도 있다. 그렇다. 다인의 차생활은 곧 아름다움이다.

생활 속에서 일상으로 쓰는 다관은 질박함과 건강미를 갖고 있는 도질자기(陶質磁器)로 된 다관이 쉽게 싫증나지 않아 좋다.도질자기는 반 자기화한 것으로 약간의 흡수성이 있고 숨을 쉬므로 세월의 분위기가 주는 고태미(古態美)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사용하면서 길을 내는 즐거움도 더할 수있다.

주의할 일은 도질 자기는 맛과 향을 잘 흡수하므로 다관을 발효차용과 비발효차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차의 맛이나 향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본래의 차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으므로 차를 우리는 일이 끝나면 깨끗이 비우고 잘 건조시키는 것도 지켜야 할 일 중에 하나다.

백자나 청자다관은 완전자기화된 도자기로 쉽게 변화하는 아름다움은 없지만 그 형태나 색상이 정교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단아한 품격을 갖추고 있어 특별한 분위기의 차 마심이나 의식다례에 쓰면 좋다.

다인이라면 차를 마시는 그 시간만큼 더 행복을 느낄 때는 없을 것이다. 그 행복의 순간에 말없이 곁에서 시중드는 찻그릇이야말로 다인의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다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다관의 매력에 대해 더 알아 보도록 한다.


■다관의 아름다움 찾기

가. 태토(속살 흙)와 유약의 물성(物性)이 갖는 자연미

다관의 조형은 태토의 물리적 성질에 순응하여 만들어질 때 아름답다. 예를 들면 백자의 태토처럼 치밀질 흙으로는 섬세한 맛과 단아하고 우아한 멋을 지닌 백자 다관을 만들고 거친 흙으로는 무심한 손맛과 소탈한 맛이 느껴지는 도질자기 다관을 만들어야 제격이다. 치밀질 점토로 거칠고 질박한 형태를 흉내내거나 거친 점토로 섬세하고 유연한 맛을 내려한다면 모두 재료의 물성을 거슬리는 일이 될 것이다.

이때 투명성 유약으로 옷을 입히면 태토의 색깔이나 입상(粒狀)까지도 비쳐 나오므로 태토의 본질인 물성의 자연미, 즉 ‘흙맛’까지도 느낄 수 있다. 다관의 피부는 태토의 색과 질감, 유약의 색과 투명성, 유약의 두께와 빙열, 유약의 응결과 확산상태에 따라 느낌과 분위기가 다르게 된다. 따뜻해 보이고 부드러우면서도 불길이 지나간 흔적에 따라 유색(釉色)과 분위기의 변화가 있으면 더 많은 감상거리가 있는 다관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청자나 백자는 유약의 확산이 고르고 유색도 일정해야 한다.

나. 형태의 느낌 - 조형의 아름다움

물대, 몸통, 뚜껑, 손잡이로 구성되어 있는 다관은 이 네 가지의 구성 요소가 조화를 이룬 형태미를 갖추어야 한다. 다관의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로 조형성과 품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물대와 손잡이다. 따라서 다관의 물대와 손잡이는 차를 따를 때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그 형태에 따라 다관의 품격이 결정되는 만큼 기능성과 예술성을 모두 요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몸통은 안정된 모습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뒷손잡이 다관의 경우 너무 키가 낮고 납작한 것은 무게 중심이 손잡이로부터 멀기 때문에 무겁게 느껴지는 단점이 있다. 그 외의 형태의 변화 즉 다각형이나 동식물 또는 다른 사물의 형상을 취해 만든 것들은 작가의 취향이고 창작의 차원이므로 쓰는 이들을 즐겁게 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형태가 너무 복잡하고 화려한 것들은 쉬이 실증이 난다는 점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다. 분위기의 맛- 조화의 아름다움

다관의 형태와 유색(釉色), 표면의 질감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분위기의 아름다움을 조화미라고 한다.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의 맛은 사람에게 있어서 내면의 미나 인격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형태의 구성 요소 하나 하나는 아름답다고 해도 전체 속에서 하나가 되지 않고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면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해체된 미일뿐이다.

라. 변화한다는 것의 아름다움

찻그릇은 주인과 함께 늙어가므로 더 애정이 가는 기물이다. 쓴 만큼 세월이 입혀지고 깨어져도 버리지 않고 금이나 은으로 때워주며 그 상처 난 이야기를 간직하는 것, 이것이 다인이 찻그릇에 바치는 예우이고 찻그릇은 그렇게 주인과 함께 늙어 간다. 그리고 다인은 변해가는 찻그릇과 본인의 모습에서 새삼 살아 간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다관을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도자기를 읽는 심미안을 가져야한다. 도자기는 아는 만큼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면 애정이 생겨난다. 애정을 갖게 된 후에는 넓게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사람의 눈이란 한 가지를 자주 보면 친숙해지고 친숙해지면 그것만이 정이 간다. 그러므로 도자기를 보는 눈도 편식을 하면 안된다. 가능하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보아야한다. 더 알고자 한다면 옛날 그릇들을 많이 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 다관을 감상하는 눈이 트인다.


산다는 것은 때로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가야 하는 일
빗물이 유리창에 번지며 슬픔으로 흘러 내리려 할 때마다
애써 애써 거듭 걷어내는 내 마음의 다른 편


산다는 것은 때론 흐려지는 시야를 밝히며
빗속에 잠겨있는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일 


 

 

 

 

[출처;茶와 함께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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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너와집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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