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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빠셋엄마하나]저예산 드라마가 살아가는 방법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27. 17:00

<아빠셋 엄마하나>의 세 주인공. 왼쪽부터 펀드매니저 한수현(조현재), 만화가 최광희(재희), 형사 나황경태(신성록)

 

지난 주 조용히 시작한 KBS2 수목드라마 <아빠셋 엄마하나>는 5.4%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출발했지만, 단 2주만에 12%라는 두배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흥행 질주의 채비를 갖추었다. 그저 타방송사의 드라마 결방으로 인한 선거특수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실상 놀랄만한 성과이다.

언론은 드라마라는 장르에 대한 평가를 대체적으로 '시청률'로 판단하곤 한다. 그러나,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 숫자'로 판단받기 위해 공평하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드라마는 시작전부터 화제의 대상이 되어, 막강한 홍보공세로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기대치를 상승시킨 후에 시작하는 반면, 어떤 드라마는 시작조차도 모른채 조용히 시작했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철저한 상업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방송매체에서 드라마의 '상품적 가치' 여부에 따라 나누어 놓는, 일종의 투자 방식이 아닐까.

그럼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받은 대형 기획 드라마가 때때로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고, 오히려 조용히 시작한 드라마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상황을 우리는 종종 발견하게 된다. 지난주 아무도 모르게 시작한 <아빠셋 엄마하나>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저예산 드라마의 대박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다

  

남편이 없어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싱글맘 나영(유진)의 모습이 아름다워요~.

 

엄마는 하나인데, 무려 '아빠'가 셋이란다. 얼핏 들으면 막장 콩가루 집안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드라마의 제목.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의 드라마는 '가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의 기본 구성원인 '아빠'와 '엄마'를 제목에 당당히 붙여놓은 이 드라마의 대담함은, 제목의 식상함으로 편견을 바로 가질 시청자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정자증인 친구의 사정이 딱해서 얼떨결에 정자 기증을 해준 수현(조현재), 광희(재희), 경태(신성록). 이들은 친구 성민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의 아내 나영(유진)이 임신한 아이가 자신들의 정자 기증을 통해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부모도 없이 홀로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는 나영에게 유일한 도움처인 세 친구들 역시 임신과 출산에 관련한 지식은 전무하다. 이런 네 젊은이가 겪는 좌충우돌 임신출산육아 헤프닝이 주요한 맥락인 <아빠셋 엄마하나>는 남편을 잃은 나영과, 아빠 없이 태어나야 하는 아이가 있음에도 유쾌하고 명랑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구성원에 대한 따뜻한 인식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사랑보다는 우선은 돈이 우위인 수현과 아이보다 강아지가 더 귀여운 광희, 막연한 결혼에의 바램은 있지만 뜻대로 이성교제를 할 수 없는 경태의 처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미혼자들의 보편적 인식을 상징한다. 결혼보다는 성공이, 아이보다는 나만의 자유가, 이성교제조차도 외모와 직업이 우선시 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 젊은 미혼자들은 '가족'의 기본 구성원인 아이에 대한 사랑을 무거운 책임과 임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도, 세 친구들은 친구의 죽음으로 떠맡겨진 임산부 나영과 아기 하선이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거워 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엄마로 인해 순간순간 무장해제 당하는 세 남자들의 표정들은, 이 드라마에서 제공하는 가장 값진 감동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온다.

  

 

태어난 아기를 보며 눈물짓는 엄마 나영. 생명의 탄생은 언제나 신비롭고 고귀한 그 무엇이다.

 

이처럼 <아빠셋 엄마하나>가 '가족'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점은,  젊은 세대들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가족'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10쌍 중에 1쌍이 불임이라는 세대, 결혼은 해도 아이는 필요 없다는 세대, 결혼 제도 또한 내 삶의 감옥이라는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외면하는 젊은 세대들을 붙들고 벌어지는 좌충우돌 세 아빠의 육아일기는, 그래서 쉽게 공감이 가고, 쉽게 웃을 수 있으며, 쉽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살아있는 캐릭터가 제공하는 힘

 

캐릭터의 성격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들의 향연. 이것이 이 드라마의 힘이다.

 

<아빠셋 엄마하나>는 거의 대부분이 셋트 촬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곧, 캐릭터와 캐릭터가 만나 대화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예산 드라마가 할 수 없는 해외로케, 야외촬영, 풍경 씬 대신 한 명, 한 명이 살아 숨쉬는 캐릭터가 나누는 소소한 대화들은 잦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으로 인해 상황들이 반전되고 재설정되는 에피소드들은 캐릭터의 생생함이야말로 드라마의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순진하고 덤벙대지만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고자 하는 소시민스러운 나영(유진)과 쪼잔하고 까칠한 성격으로 인해 잘해주고도 욕먹는 꽃미남 수현(조현재), 자유분방하고 책임지기 싫어하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타인을 배려하는 광희(재희), 우직하고 단순하며 정이 많지만 겁 또한 많은 경태(신성록)의 인생이 이제 막 태어난 아기 하선이로 인해 어떻게 꼬여갈지, 언제나 궁금한 지점은 이렇게 캐릭터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드라마의 기본기를 잘 갖춘 질 좋은 상품이다.

 

드라마의 상품성. 이것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자본'보다는 '드라마의 기본기'가 아닐까.

 

 

 앞으로 세 아빠와 시청자 모두를 사로잡을 온국민의 딸, 하선이.^^ 너무 이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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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공(空)'s FREEview
글쓴이 : 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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