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통해 세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종종 드는 생각은 저 소식이 정말 사실일까, 라는 의문이다. '세상의 정직한 눈'이라는 모토를 달고 열심히 취재하여 기사화 하시는 기자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발언이지만, 아나운서의 입을 통해 전해듣는 사건의 전말이 과연 진실일까라는 의심은, 어쩌면 획일적이고 단일화 되어 있는 사건의 보도에 질린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봄직한 의문일 듯 싶다.
여기, 이제 종영 3회분을 앞두고 있는 <쾌도 홍길동>은 21회에 이르러, 등장인물과 시청자들이 이제껏 알고 있었던 진실을 뒤엎는 반전을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이 진정 '진실'이었는가를 되묻는다. '사건'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린 우리는,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가. 그것을 보기 위해 남은 3회를 속된 말로 '닥치고 본방 사수'를 해야하지 않을까.
백성들 사이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길동
아이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내가 알게 뭐야!"를 일관하던 홍길동이 자신의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활빈당'에 도움을 받고, '활빈당'의 당수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여러가지 활약을 벌이는 동안, 이녹은 허노인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진짜 성(姓)을 되찾게 되면서 이제껏 한번도 궁금해 하거나 원하지 않았던 류이녹의 인생을 살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의 시간을 겪는다. 한편, 선왕의 사인검을 손에 넣은 창휘는 '활빈당'의 도움을 받아 민심을 잡은 것에 대한 지도자적 고민에 빠지지만, 현재의 왕인 광휘를 칠 명분으로써의 사인검이 자신이 진정한 적통대군임을 만방에 증명해 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세 청년들이 만나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스파크들은, 자신의 것을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 하는 보수세력들을 향한 '변화의 외침'이며, 부패한 세상에 썩어져 가는 어른들을 향한 '신선한 산소통'의 역할을 한다.
홍판서를 찌르려고 하는 이녹
하지만, 이들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사실상 그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그때를 위해 준비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존재함을 증명해 주었던 '사인검'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창휘, '활빈당'의 이름으로 창휘를 도와주는 길동에게 있어서 광휘와 홍대감은 물리쳐 이겨야 할 '악의 축'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녹은 허노인을 잃었으며, 자신이 류씨의 자손임을 알게 되었고 왕의 오른팔이었던 아버지가 왕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현장을 홍길동은 목도해야만 했다.
그러나, '진실'은 이 정도에서 이 세 청년들과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창휘와 그 휘하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유일한 매개체인 사인검의 존재가 '가짜'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쾌도 홍길동>은 그동안 달려온 모든 사건들을 한순간에 뒤엎어 버리는,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반전'을 선보인다.
창휘를 적통대군으로 올리려는 대비와 류대감의 역모는 가짜 사인검을 통해 '사실화' 되었으며, 칼을 만든 장인들을 죽이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계획은 이제, <쾌도 홍길동>이 3회를 남긴 이 시점에서 '진실의 칼'로 이 세 청년들을 위협한다.
'진실을 안다'는 것의 공포, 이때야 비로소 길동, 이녹, 창휘는 아이의 세계에서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사인검을 하사 받고 그것을 지키다 이판에게 죽은 전 병조판서 류근찬 대감의 살아있는 여식이다
'진실'을 안다는 것
사인검의 존재에 자신의 존재를 의지했던 창휘는 과연, 이 진실을 알고나면 어떻게 할까. 사실, 이것이 가장 궁금하다. 이 사실은 아마도 창휘에게 가장 두려운 '진실'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창휘에게만 부여된 이 드라마의 잔인함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허이녹으로 살아도 행복했을 이녹은 자신의 진짜 성(姓)을 알게 되고, 류대감의 정치적 의도로 이용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 잔인한 진실은 사인검에만 의존했던 창휘의 존재가 사인검을 벗어 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왕'으로써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이녹의 정체성 또한 그저 한송이 들꽃으로 피었다 져도 행복했을 아이지만, 사실은 세상에 단 한송이의 꽃이 가지는 가치를 지닌 자였음을 스스로 깨달아 갈 것이다.
그리고 여기, 아버지의 존재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았을 홍길동에게는 '진실'로 인해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금 환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버지라는 이그러진 존재가 다시 바로 서게 될때, 아들인 홍길동은 자신의 삶도 바로 서게 될 것이니까.
이렇듯, '진실'은 잔인함을 내포하지만, 결국 인간을 스스로 세우게 한다.
세상은 여러가지 일들로 우리를 복잡하게 한다. 정치, 경제, 사회 각 곳에서의 어지럽고 비참한 뉴스들은 차라리 귀를 막고 살고 싶게 만든다. 그리하여, 종국에는 우리를 "아무것도 모르니 아무것도 하지말라"는 홍대감의 말처럼, 세상에 대해 입을 열수조차 없게 만들어 버리는 일들은,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삼성 특검, 태안 기름 유출사건, 숭례문 화재, 환경 파괴, 유가 인상, 달러 하락, 공천 시비...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진실을 알 수 있을까. 아니, 이러한 '사건'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아무것도 모르는 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들 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권력을 가진 보수세력들은 우리가 무지하길 바란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길 원한다. 그래야 그들이 편하기 때문이다. 모르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러나 안다는 것은, 그것도 '진실'을 안다는 것은 수많은 공포를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진실'을 알아야만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우리 스스로를 설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쾌도 홍길동>의 유쾌한 청년들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이야기 한다. '진실'을 알아, 스스로 설 힘을 가지라고.
<이미지 출처-쾌도홍길동 공식 홈페이지
http://www.kbs.co.kr/drama/honggildong2008/media/photo/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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