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불한당]`사람`이라는 이름의 희망

꿈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드라마라는 장르는 여러 소재의 옷을 입고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의 안방을 찾아온다.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때로는 잊혀졌던 꿈을 기억할 때도 있고, 지나갔던 사랑을 떠올릴 때도 있으며, 가끔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진한 눈물을 흘릴때가 있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드라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여기, <불한당>이라는 드라마도 역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김규완 작가는 '사람'이 나의 꿈이 될 수도 있음을, 그 희망의 끈을 쥐고 서서 끊임없이 시청자와의 교감을 시도한다. <피아노>서부터 시작되었던, 그리고 마침내 <불한당>에서 선명하게 잡히는 작가의 바램들.

 

<불한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지어지는 사랑이나, 증오에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 증오, 미움, 두려움이라 불리워지는 관계의 감정들이 전혀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하나하나의 자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집중한다. 즉, <불한당>은 권오준이라는 자아, 진달래라는 자아, 그리고 김진구, 김호진, 이순섬이라는 자아가 얼마나 복잡하고 신비한 존재인지를 시청자로 하여금 발견하게 한다.

'사람'이라는 것은, 단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임을 <불한당>은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한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 한다.

 

네 꿈은 뭐니?  "너."

 

사채빚 삼천만원을 갚기 위해 사람을 이용하는 권오준은 사채빚때문에 사채직원들에게 얻어터지는 신세이고, 그런 신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여성을 이용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기쳐서 먹고 사는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갓 스무살에 남편을 잃고 아빠 없는 딸아이를 시어머니와 함께 키우는 것을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하는 진달래때문에 죄책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 서글픈 인생이라는 것을 알아 간다.

자신의 전재산 삼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려도, 끝까지 자신을 믿어 의심치 않는 세상의 것과는 다른 그녀의 사랑 때문에, 그는 점점더 당황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김규완 작가는 몸도 마음도 가장 밑바닥 인생인 권오준을 통해, 천하의 몹쓸 인간도 '사람'으로 인해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두의 "넌 꿈이 있기는 하냐? 꿈이 뭔지는 알기나 하냐?" 라는 절규어린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던 오준은 마침내 진달래를 만남으로 그녀를 꿈꾸기 시작한다. 그녀를 사랑하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 오준의 모습은 '사람'으로 인해 '나'를 돌아보고, 내가 나쁜놈임을, 내가 죄인임을 알게되는, 그래서 용서받기를 원하는 '인간'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기본적으로 김규완 작가는 사람에 대한 판타지를 드라마를 통해 제공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라는 맹자의 성선설을 굳이 가져다 붙이지 않아도, 김규완 작가가 그려내는 모든 인간군상들은 부잣집 사장님서부터 주먹을 쓰는 깡패까지 모두 순정을 품고 있다. 그것이 여자에 대한 사랑이든, 죄책감이든, 자식에 대한 사랑이든, 마치 치부와도 같아서 조금만 드러내면 크나큰 약점이 되어버릴 그 순수한 마음들을, 이 드라마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드러내보여준다.

그래서, 아무리 밑바닥 거친 삼류 인생이라도, 천하의 불한당같은 놈이어도 이미 그들의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죄책감으로 상처받고 할딱이는 모습을 보아버린 시청자의 입장으로썬,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규완 작가는 어떠한 '사람'이건 모두 그런 여린 마음을 품고 있을거라고 믿게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아주 조금만 이해해 준다면, '사람'은 희망이 되고, 꿈이 될 수 있을거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제공하는'사람'에 대한 따뜻한 판타지이다.

 

 진달래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사기인지 알 수 없는 권오준의 마음을

로마의 트레비 분수를 모형으로 한 가짜 트레비 분수를 배경으로 하여

진심을 자신도 모르고 있는 권오준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남의 일에 신경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펀드 매니저인 김진구는 일에는 완벽한 사람이지만, 비행기를 "해달라" 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다. 큰사람(어른)과 함께 사는 것도 어려운 처지라, 작은 사람(어린이)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큰 부담이 되어 부인과 이혼한 경력도 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김진구는 '가풍마다 다르다는' 부모와 함께하는 놀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그보다 사람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해야하는지조차 방법을 알지도, 알려 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진달래를 만나 어머니와 같은 가르침을 받아가며 조금씩 대인관계에 대한 불만을 해소해 나아갈때마다, 김진구라는 인물 역시 권오준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의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사실, 김진구는 진달래보다 그녀의 딸아이 순대와의 관계를 통해 훨씬 큰 변화를 일으킨다. 유아기때 욕구를 해소하지 못한 김진구의 자아는 어린아이 순대를 통해서 조금씩 해소되고, 감정의 해소는 곧 아버지가 될 자신의 모습까지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게 아닐까. 김규완 작가는 어린아이 순대를 통해서 "아퍼? 호..."라는 행동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는 권오준을 통해, 순대의 "고맙습니다."라는 감사의 뽀뽀로 감정의 이완을 경험하는 김진구를 통해 다시 한번 감정의 말랑말랑한 여린 부분을 보여준다. 순대의 모습을 통해 흔들리는 마음을 권오준과 김진구와 똑같이 경험하며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통해,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되물으며.

 

 

싱글맘 진달래가 딸아이때문에 겪는 어려움, 행복등도 아주 소소하게 잘 표현되고 있다.

 

나는 괜찮다, 나는 안아프다

 

사실, 난 김규완 작가가 남자인줄 알았다. 세상의 온갖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남자이면서, 동시에 모두 순정을 지니고 가슴에 죄책감을 달고 다니는 사람 또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세상의 남자를 위로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여자'였다.

김규완 작가의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도 약자이며, 그것도 남성으로 인해 상처받는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하나같이 의연하며,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신뢰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잘 참아내며, 아파도 아프지 않다고 참아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그 의연함으로, 세상에 온갖 나쁜짓을 하고 죄책감을 돌덩이 이듯 짊어지고 돌아와 상처받은 짐승의 눈을 한 남자들을, 어김없이 감싸 안아준다.

그리하여, 세상의 남자들은 변한다. 이것이 모성본능으로 인한 남자의 판타지인줄 알았다.

하지만, 김규완 작가가 여성임을 안 순간, 약간의 충격과 함께 어쩌면 나쁜 남자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순정이란 마음이 남자에 대한 최소한의 판타지라면, 여성은 어머니와 같이, 여신과 같이, 천사와 같이 감싸안는 그 마음이 최대한의 판타지일까,란 의문이 들었다.

 

나이 스무살에 남편을 잃고, 딸아이를 키우며 밝게 살아가는 진달래는 자신만을 위한 고통에는 스스로 동참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억지로 자신은 괜찮다, 아프지 않다며 주문을 외우고 대인관계에서도 항상 밝은 태도를 일관하는 그녀의 모습은 며느리를 딸처럼 아끼는 '착한' 시어머니 순섬과 함께 기이한 모습의 캔디로 자리한다. 그런 그녀 또한, 권오준 앞에서는 자신의 아픔을 숨기지 않지만 앞으로 권오준의 실체를 안 상태에서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는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드라마의 인물들이 어떤 세대들을 상징하거나, 의미하고 있을 때 <불한당>의 캐릭터들은 오로지 캐릭터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래서, <불한당>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캐릭터 한명 한명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마치, 소설처럼 자신의 속내를 시청자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불한당>의 캐릭터들은, 그래서 더욱 연민이 간다. 그들이 냉혈한이든, 불한당이든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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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공(空)'s FREEview

글쓴이 : 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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