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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굿바이솔로]노희경 작가님, 미안하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27. 17:02
채널/시간
KBS2 2006년 3월 1일 ~ 2006년 4월 20일
출연
천정명, 윤소이, 이재룡, 배종옥, 김민희
줄거리
다중적 스토리 라인과 미스터리 터치로 삶과 사랑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그려낸 드라마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주요 등장인물
천정명
윤소이
이재룡
배종옥
시청 소감 한마디

내가 사는 세상에서 실제로 굿바이 솔로에 등장하는 인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면,

과연 난 얼마나 그들을 이해하며 사랑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비겁하고 어리석은 현실의 나는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인물과는 함께 눈물을 쏟아낼 지언정,

내 주변에 그런 인물들과 함께 한다면 그들을 위해 단 한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못할 듯 하다.

 

도대체 어느 누가 그런 빈약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친구의 애인을 사랑한 민호,

자신의 과거를 숨긴채 미리의 말대로 이중인격같은 삶을 사는 지안,

그리고 그렇게도 자신에게 헌신했던 지안을 버리고 민호를 선택한 도도한 수희.

또한, 싸가지가 줄줄 흐르는 외모에 말투에, 집나와 양아치와 함께사는 미리,

온 몸엔 징그러운 문신에 하는 일이 깡패짓인 호철,

남편과 자식에게 버림받은 주제에 호사스러운 몸치장에 거침없이 내뱉는 말투로

딱보기에 완전 재수없는 영숙,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고, 허름한 식당하나 겨우 운영하는 답답한 미영할머니.

할 줄아는 것이라곤 일, 일, 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길없는 부담스러운 아저씨, 주민.

잘나고 똑똑해서 그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는듯하는 경혜.

신경정신과 의사라는 사람이 인간미는 단 한톨도 없어뵈는 듯한 냉혈한 민재.

벙어리에 귀머거리에... 늘 가난에 찌들어있는 듯한 인상의 지안 부모들과 동생.

이 남자 저 남자...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주책없는 수희모.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작은 홈패션을 운영하는 미리의 가족.

부모 없이, 형제 없이... 외롭게 보육원에서 자랐을 지수.

제 마누라 정신병자 취급하고 조교와 살림을 차린 영숙의 남편,

부모 덕으로 외국 유학에 어려움 없이 자라서 어설프게 건방진, 귀엽지 않은 영숙의 아이들.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 죄책감 따위는 원래 없던 사람같은 미자.

 

자세히 보면,

내 주변에 저들이 가까이 산다면 정말 단 한번쯤 인사나 제대로 나눌 수 있을만큼

호감이 가는 인물이 몇이나 될지...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되묻게 된다.

 

 

그래, 나만 속물적인 인간이라고 자책하지 말자.

 

대체 <굿바이솔로>에 열광한다는 시청자들 중 얼마나 이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나 나보다 잘 생기고, 나보다 멋지고,

나보다 언변도 뛰어나고, 나보다 더 좋은 학력과 직장과 능력을 가져야 하고,

나보다 더 열심히, 더 밝고 행복한... 소위 말하는 웰빙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호감지수가 급상승 하지 않는가?

 

그러다가 나보다 잘난 그 사람들에게

질투하고, 시기하다가 험담과 모략으로 뒷담화를 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살고 있지않나 말이다.

 

그러면서, 원래 인간이라는 종자가 이런 것이라고

그 누구도 내 편이 될 수 없고, 그 누구도 날 이해해 주지 않는 다고 의기양양하게 떠들면서

그렇게 자기까지 뭉뚱그려 "인간"이라는 부류를 더러운 폐기물로 속단해버리며, 그렇게.

 

 

그래서, 그래서 <굿바이 솔로>의 그들을 보면 가슴이 아픈거다.

 

도저히 호감가지 아니하고, 도저히 사랑할 수 없고, 도저히 이해할 필요도 없을 것만 같은

그들이... 내 모습이기 때문에.

 

 

.....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 모든 주류로 부터 벗어나

나조차도 보고싶어하지 않는 그 부분을 보듬어 쓰다듬어주는 노희경 작가의 눈길이 감사하다.

 

그저 보이고 싶지 아니하므로, 내 스스로도 다친 상처를 싸매기 급급한 그 부분을

더러워진 붕대를 풀어내고, 고름을 짜내고, 소독약을 발라주며

다시 새 붕대로 갈아주는 노희경 작가의 손길이 감사하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들을... 진심으로 아프게 사랑해 주어서 감사하다.

마치,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나의 부분들을 그녀가 대신 사랑해 주는 것 같아서.

 

아픔과 고통을 헤집어내는것에서 끝나지 아니하고,

"위로"를 베푸는 그녀의 넉넉해짐이 감사하다.

 

세상의 틀에서 변칙적인, 그녀의 그 시선에 감사하다.

 

 

그래서,

 

노희경 작가가 아프게 사랑한 그들을 통해

내가 위로받고, 찔리다가 결국, 행복할 수 있음에

 

내 스스로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닌,

노희경의 손길에서 빚어진 그들을 사랑해서

 

노희경 작가에게 미안하다.

 

그 고통의 사랑을 대신 받아, 혼자만 행복해서.

명장면 명대사
잊지마, 민호야. 넌 이렇게 이쁜 애란다. 남을 사랑하기 전에 언제나 널 먼저 사랑해야 돼. 잊지마.
출처 : 공(空)'s FREEview
글쓴이 : 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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