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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얀거탑]나는 나쁘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27. 17:04
채널/시간
MBC 토,일 저녁 9시 40분
출연
김명민, 이선균, 차인표, 송선미, 김보경
줄거리
대학병원을 배경으로 한 천재 의사 장준혁의 야망을 향한 끝 없는 질주 종말을 그린 드라마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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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김명민
이선균
차인표
송선미
시청 소감 한마디
 <하얀거탑> 3회 였던가... 브랜치로 방출될 위기에 몰린 장준혁 부교수에게 의국장 건하가 건넨 한마디.

"걱정하지 마십시오. 과장님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의? 무엇을 그들은 "정의"라 부르짖는걸까.

독수리 오형제나 건담, 혹은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나 아마겟돈이 주구장창 부르짖었던 고릿적 정의는 아닐테고 말이지.

아주 머나먼 시절, 마틴루터에 의해 찬란하게 빛났던 "신앙의 진리"는 후세의 거짓 신앙인들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정의의 헤게모니에 휩쓸려 끔찍한 근현대를 보낸 우리들에게, 신앙도 이념도, 더이상 "정의"의 기준이 될 수 없는 지금, 의국장 건하는 의연하게 장준혁 부교수에게 "정의"를 부르짖고 있다.

그래, 지금의 우리에게 "정의"는 진정 무엇일까. 분명 과장자리 차지하겠다고 아둥바둥 하는것이 그들이 말하는 "정의"는 아닐텐데.

불쑥, 이 엄청난 화두를 던져놓고 다시 물살에 휩쓸리듯 <하얀거탑>과 함께 쓸려내려간지 어언 한 달.

 

결국, 장준혁은 꿈에도 그리던 명인대학 외과과장이 되었다.

 

선거 막바지, 명예로운 퇴직과 그 이후의 안정된 이직을 위해 자신의 "정의"를 이루려는 이주완 과장, 의과대학 교수의회의 "정의"를 지키려는 오경환 교수, 그리고 시니어들의 온갖 배신과 갖은 음모에 맞서서 자신의 "정의"를 이뤄내야만 하는 장준혁과의 싸움에서 장준혁이 승리를 한 것이다.

당연히 명인대 출신이며 유능한 외과의인 장준혁이 되어야 할 과장자리를 두고 이다지도 시니어들은 제 밥그릇 넘겨주기를 싫어했던 것인지. 다행히도 장준혁은 든든한 장인어른을 둔 덕분에 '갈비상자'로 이 위기를 모면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부모형제가 모두 의사집안인 최도영이 그의 마음을 알리가 있겠는가. 최도영 따위는 그에게 함부로 "천박하다"고 경멸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홀어미 밑에서 어렵게 자란 그의 마음을 알고 있는가. 성공을 이루기 전에는 감히 제 엄마 집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는 그의 마음을 최도영은 백분지 일도 모를 것이란 말이다. 그 야밤에 어머니의 시골집에서 밤새 서성이다가 문 앞에서 다시 차를 돌려야 하는 그의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그런 그가... 드디어 그 인생의 바리케이트같은 시니어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외과과장 자리를 따낸 것이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감개무량한 일인가 말이다. 그의 과장 사무실 탁자에서 찬연하게 빛나던 크리스탈 명판처럼, 깨어지지 않을 명백한 외과과장자리를 차지한 장준혁이 보무도 당당하게 스텝회진을 위해 위풍당당 걸어가던 그 모습은 심지어 감동의 눈물을 자아낼 지경인 것이다.

장준혁! 네가 어떻게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인데!!!

결국, 8회를 방영한 그 날, 나는 감동으로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나는 주말에 장준혁 과장님을 만났다.

 

분명 그는 훌륭하게 외과를 꾸려나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러나, 그는 외과를 비우고 세계의사학회장 부인의 암을 치료하기 위해 제주도에 갔다.

과장님의 오더가 필요하다는 염동일 선생의 애절한 호소를 일언지하에 뿌리치며.

"너, 명인대학 의과생활 그만두고 싶어?"

염동일 선생의 낯빛만 백지같이 허옇게 질렸을까. 염선생은 허옇게 질렸지만, 난 낯바닥이 뜨거워 견딜 수가 없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함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부지런히 성경을 필사하는 이주완교수 또한, 자신의 죄를 뉘우치기 위함이 아닌 장준혁의 "오만함"을 판단하기 위해 '인문학의 보고'인 성경을 바라보고, 장준혁 또한 자신이 과장이 된 후, 자신의 위에 있던 시니어들보다 더하게 권력을 행사하는 자신을 깨닫지 못한다.

 

결국 그들을 바라보며 평가했던, 그냥 앉아서 TV를 시청했을뿐인 나조차 그 그물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들만의 "정의" 안으로.

"나만의 정의"를 실현시켜가고 있는 장준혁에게 감정이입했던 나, 그리고 의학의 한계에 맥놓고 진주의 죽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최도영선생의 무능함에 실소하고, 대학병원 내의 권력분열의 축에서 그 어느쪽에도 줄서기를 거부하고 세네시간마다 한번씩 결과를 측정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비현실적인 성격에 지루해하며, 공격적인 수술집도를 하는 장준혁의 후광에 가려져 대체 비용이 얼마나 들지 가늠하기도 버거운 "몇차례의 검사"를 쉴새없이 제의하는 최도영 선생의 요령없음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진심으로 이 시대가 추구하는 "나만의 정의"에 대하여 곡(哭) 을 하고 싶다.

 

지켜보면 볼수록 낯뜨거워지는 이 드라마를, 장준혁에게 감정이입 철저하게 된 내가 결국 그들과 똑같은 "정의"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스스로도 민망해지는 경험을 매 회 해야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 드라마와 끝까지 함께 하고싶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으로 가져야하는 "정의"라는 것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명장면 명대사
 
출처 : 공(空)'s FREEview
글쓴이 : 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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