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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얼렁뚱땅 흥신소]얼렁뚱땅 사는 인생, 좋지 아니한가!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27. 17:06

<얼렁뚱땅 흥신소>의 세 주인공 용수, 무열, 희경은 사실상 드라마 주인공으로써 적합하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외모와 패션감각을 앞세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프로페셔널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과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은 새마을 운동시대에 피땀 흘려 GNP 만불 시대를 이룩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셨던 아버지 세대들이 말씀하시는 "잉여인간" 카테고리 안에 가볍게 안착해 주시는 분들이다. 그런 그들이 모여 뜻을 모은 사업이 "황금 찾기"라니, 이건 누가 들으면 제 손가락 머리에 대고 빙글빙글 돌릴 이유 충분하지 않느냐 말이다.  이들은, 세상이 구분하는 기준에 대어보면 별볼일 없다 못해, 사소하고 하찮은,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사소하고 하찮은 인간들이 있는건 돈밖에 없는 어린 소녀(은재)를 만나 허무맹랑한 "황금 찾기"사업에 올인하는 이야기라니, 어쩌면 세상은 가상으로 만들어 놓은 이 인물들에게조차도 세상에 기준하는 잣대를 들이밀었을지도 모른다. 너희들을 둘러싸고 있는 타방송사의 캐릭터들은 군주다운 군주가 되기 위해, 혹은 나라와 연인과 왕을 위해 있는 것도 없애며 그리 처절하게 삶을 살아가는데, 대체 놀고 먹는 너희들은 뭘 믿고 시청률을 바라는거냐. 적어도 희생, 대의명분, 꿈이 있어야 드라마답지 않겠느냐라며.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라도,

 

짜장면 값을 지불해야 할때엔 모두 고개를 숙이고, 은재가 버리고 간 물건들을 챙기려고 욕심을 부리며, 경찰 신고후에도 신고자의 실명 확인시에는 제 이름 대기를 꺼려하는, 제 몸엔 너무 관대하고, 그저 묻어사는 것인 최상의 선택이라 생각하는 이들의 삶은 분명 고단하게 "나"이외에 "대의"를 생각해야만 하는 고달픈 주인공들의 드라마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하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그 허무맹랑한 "황금찾기" 놀이에 동참하다 보면, 세상의 기준대로 살지 않는 이 하찮은 인생들이 그보다 더 건조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들의 하찮은 인생 대열에 그저 끼워만 줘도 감지덕지 할 것 같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큰 뜻을 품지 않기에, 세상에 기준하는 모든 가치 있는 것들에 의미를 두지 않기에 세상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작은 감정, 작은 외로움, 작은 눈물들이 그들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리라. 세상이 말하는 완벽함, 이상향을 추구하느라 차마 놓치고 가는 작은 미덕을, 변두리 인생들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매끄럽고 맛깔나게 살려 눈물이 나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리라.

제 형을 잃고 이십여년간을 부모와 함께 고통속에 살았던 용수가 진짜 범인에 대한 "진실"을 은재를 통해 알게 되었을 때 조차, 아무런 갈등 없이 은재의 일회용 나무 젓가락을 찢어주는 장면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드라마는, 진정코 <얼렁뚱땅 흥신소>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소하다 못해 하찮은 인생을 사는 인물들은, 적어도 사건에 대한 진실보다는, 진실 때문에 상처 받고 괴로워 했을 개인의 아픔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때문에 자신을 반납해야 했던 시간이 주는 고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묵어두고, 참아낸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만의 "동병상련"이다.

 

우리에겐 당장 앞에 당면한 삶의 과제가 항상 두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살아야 한다는, 세상에 도태되지 않아야 한다는, 세상이 원하는, 세상에 팔릴만한 인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며, 자기개발을 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보다 더 잘난 인간에게 뒤쳐지는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 당하고, 끊임없이 우리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이런 세상 속에서 세상의 흐름에 비껴 서있는,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이들의 얼렁뚱땅한 인생을 보고 있노라면, 얼렁뚱땅한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세상이 원하는 인간 축에 끼이지 못해서 스스로를 비하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욱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다.

'슈퍼 히어로'의 가사처럼, "누구에게나 그들만의 기회가,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무한한 능력들"을 하나하나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세상이라면, 나는 당당히 얼렁뚱땅 사는 이들의 인생을 거침없이 찬양하겠다.

 

"너희들 모두는 특별해 이 세상에 이유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어 이 순간부터 넌 세상의 중심이야" (슈퍼히어로의 가사 中)

 

 

잊혀진 사람들 (14회 번외편)

 

그들을 억지로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서

이 이야기에 참견하기에는 너무 바쁠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디시인사이드 얼렁뚱땅 흥신소 갤러리 lazy님>

 

물 밀듯이 밀려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수많은 드라마들 중, 주인공이 아닌 주변 등장인물들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주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드라마의 주인공만 주목받는 환경 속에서, 어쩌면 내 삶은 저렇게 스쳐 지나가는 단역인생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나 스스로도 내 인생은 단역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얼렁뚱땅 흥신소>는 이렇게 말한다.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서 이 이야기에 참견하기에는 너무 바쁠 뿐이다"라고.

 

이기적인 자본주의 시대가 드라마의 가치를 시청률과 광고개수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을 때, 2.9%의 고정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 위대한 드라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군상들에 대하여 당신은 당신 삶의 주인공이라고 이야기 해 준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2007년 10월부터 11월까지 대한민국에 잠시 존재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소중한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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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공(空)'s FREEview
글쓴이 : 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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