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동아기획이야기

[도자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1. 09:25

샬롬

오늘편지는 도자기입니다.

[수요편지:도자기10/1]

1. 신라중학교 미술선생님이 도자기 굽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 하여 도자기를 구우러 갔습니다. 먼저 잘 이겨진 흙을 적당한 크기로 실을 사용하여 잘라 바닥부분을 만듭니다. 그리고 적당한 굵기로 국수 만들듯 밀어 돌려가며 벽을 쌓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그릇 만드는 작업입니다. 중간 중간 물이 새지 않게 잘 붙여야 하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하려면 초보로서 만드는 방법이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서너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간신히 만든 원형에 하얀 약물을 칠하고 건조시켜 일차 초벌구이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거나 음각 등으로 꾸며서 유약을 칠하고 다시 구워 내면 그릇이 됩니다. 원판에 돌려가며 내가 구상한 그릇을 만드는 작업도 재미있지만 미리미리 그림도 구상하고 손잡이 모양도 생각해 가면 더욱 더 재미있는 작업을 하게 되고, 만들어져 나오는 그릇을 보면 대견스러워 질 것입니다. 그리고 장인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려 그릇을 만들며, 또 그들의 기술이 오랜 기간 동안 숙련되고 다듬어져서 이렇게 예술의 경지까지 도달하였음을 자기가 만들어 봐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2. 얼마 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0년 동안 고가로 팔린 도자기들의 자료를 본적이 있습니다. 몇 십 억원에 팔리는 그 송나라 시대의 도자기들이 전 세계 부호들의 창고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니 중국이 부럽기도 합니다. 일본은 [도자기전쟁]이라고도 하는 임진왜란 중 많은 도공들을 데려가 지금도 그 후손들이 우수한 도자기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또 일제치하 한국의 우수한 문화재에 일찍 눈을 뜬 일본의 지배계급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굴꾼을 양산하였고 그들을 이용하여 국내의 많은 무덤들을 도굴하고 진귀한 유물을 가져갔고 심지어는 개인 박물관을 꾸미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조상의 유물을 지키지 못한 못난 후손이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사니까 좀 덜 부끄럽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번씩 신안 앞바다에서 보물선 들이 발견되고 있으니 그런 소식을 만날 때마다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빼앗긴 우리 문화재가 억울하기도 합니다.

 

3. 선우 휘의 소설 [사금파리의 무덤]에 우리나라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고려청자의 은은한 비취 빛깔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히려 참담합니다. 뛰어난 재주를 가졌지만 대대로 천민계급으로 살아가야 하는 도공은 아름답고 뛰어난 제품을 만들면 곧 자신의 후손들이 그 보다 더 나은 그릇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혹형을 받아야 하는 숙명 때문에 비취빛 나는 자기에만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자손에게 대대로 물려주면서 담담하게 작업해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그릇은 모양이 특별하지도 않고 색깔이 요란하지도 않고 우리 민족의 고고한 기품이 깃든 은은한 색깔로 일관되게 제조되었다고 봅니다. 조상 때부터 오랫동안 그릇을 만들어 온 최고의 도공이 모든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마음에 동요 없이 만들어낸 그릇, 그 가치가 우리 고려자기의 멋이고 기품이라고 생각합니다.

 

4. 흙을 만지고 그것에 집중하고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 흙의 반죽이 잘 안되어도, 그림이 너무 산만해도, 유약이 너무 넘쳐도, 불이 너무 강해도 안 되는, 오직 혼자서 마음을 쏟아야 하는 작업. 마치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처럼....

한번쯤 해 볼만한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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