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펀드 투자, 농사 짓듯 투자하라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투자학
"매서운 날씨 속에서도 씨앗을 뿌리다."
상반기 펀드 시장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금융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문제 등으로 국내외 펀드 모두 심각한 수익률 부진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연말 뒤늦게 펀드 투자에 나섰던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수익률 하락으로 거의 '패닉'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투자자금은 오히려 꾸준하게 늘어나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금을 빼 나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다음'이 하반기에 올까? 문제는 글로벌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전 세계적인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문제가 결코 단순치 않다는 점이다. 과거 2년 동안의 급등에 따른 반작용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하반기 펀드 투자는 농사 짓듯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봄에 씨를 뿌려 가을에 열매가 맺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듯 씨앗을 뿌려 가꾸는 마음으로 하반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국내외펀드 '감기 몸살'
연초 이후 펀드 시장은 추운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은 온데간데없이 여전히 '심한 감기 몸살' 중이다. 연초부터 되살아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악령으로 신용경색이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깊은 불안에 빠졌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이뤄졌고 이는 달러 약세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연결됐다. 상품 가격이 오르자 개발도상국가의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경제가 불확실해지면서 글로벌 유동 자금이 개도국에서 이탈했다.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와 인플레이션 위험 등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뒤늦은 '고점'에 중국펀드로 달려 갔던 많은 투자자들이 극심한 마음 고생을 겪어야 했다. 반면 에너지나 곡물, 광물 등 원자재가 풍부한 러시아나 중남미 증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견실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브라질주식펀드가 2008년 6월25일 기준으로 연초대비 12.9%를 기록하며 높은 성과를 올렸다. 다음으로 원자재섹터펀드(8.34%), 라틴주식펀드 (5.83%), 러시아주식펀드(5.10%)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진 베트남주식펀드가 -41.33%를 기록했으며 인도주식펀드 -31.81%, 친디아주식펀드 -30.09%, 중국주식펀드 -26.09%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계속됐던 전 세계 신흥국의 동반 상승 패턴이 올 상반기를 거치면서 자원 부국(러시아, 브라질 등)과 경기 민감국(중국, 인도 등)의 차별화로 바뀐 것이다. 여기까지가 상반기 펀드 시장의 대략적인 현상이다.
▲가을을 준비하는 투자자들
상반기 펀드 시장의 큰 특징를 몇 가지 꼽는다면 첫째, 저조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펀드와 중국주식펀드 등으로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이다. 이는 당장의 손실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자세에서 비롯됐다.
물론 투자 대기성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작년 말 대비 18조6451억원이나 증가한 것은 시장이 짙은 안개 속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상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고 국내 주식액티브펀드(주식 60% 이상 투자)에 무려 13조9710억원이나 몰렸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이 해외시장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국주식펀드 역시 3조8475억원이 순유입됐는 데 중국 주가가 거의 반토막 가까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모습이다. 인도주식펀드 역시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대비 5378억원 순증했다.
상반기 내내 계속된 악재와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자금흐름은 저금리 고령화에 따른 저축에서 투자로의 패러다임 변화와도 관계 있다. 매월 저축하듯 투자하는 적립식 투자액이 증시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마침내 70조원(4월말 현재)을 돌파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비록 중단기적으로 흔들림은 있지만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경제의 성장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문제 등을 거치면서 세계 경제의 중심이 이미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브릭스(BRICs) 등의 신흥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그동안 '선진국은 안전하고 신흥국은 위험하다'는 전통적인 믿음에 변화가 왔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고유가 등의 문제 역시 표면적으로는 달러화 약세와 투기자금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소비 증가에 있다. IMF 전망에 따르면 올해 신흥 경제권의 소비 규모가 미국 소비 규모를 역전시키는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자원가격 상승→ 자원부국의 개발 투자 증가→ 고용 촉진과 소비 증가→ 투자재 및 소비재 수입 증가→ 공산품 수출국 경기 자극'의 선순환이 신흥국 상호 간에 이뤄지면서 선진국의 경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농사 짓듯 투자하라
하반기 경제만 놓고 본다면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등에 따라 세계 경제의 전망이 전문가들마다 엇갈리고 있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 역시 여전히 잠재돼 있다. 상반기 못지않게 시장을 짓누르는 요인들이 부각되면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상반기에 신흥국 내에 자원부국과 경기민감국 간의 차별화가 이뤄지듯 더욱 다양화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특정 유형이나 지역의 펀드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다양한 유형과 지역 등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국내펀드와 해외펀드로 투자비중을 나눈 다음 해외펀드의 경우 글로벌형>지역형>국가형�섹터형(업종형) 등의 순으로 투자한다. 만일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특정 지역이나 국가 등에 몰려 있다면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투자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 밭에 수박만 심었다가 수박 값이 폭락하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는 수박을 심고 일부는 호박이나 참외 등도 나눠 심어야 비로서 손실을 피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둘째, 자산운용의 중심을 신흥국에 두고 농사 짓듯 장기 투자해야 한다. 중�단기적으로 등락은 있지만 세계경제 성장에 있어 신흥국의 역할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향유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의 중심을 신흥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열매가 맺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듯 신흥국 경제 성장에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특히 하반기에 열매를 맺길 기대하기보다는 씨를 뿌리고 가꾸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 마음 편안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한꺼번에 목돈 투자하기보다는 투자자금을 일정 주기로 나눠 투자하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전망이 좋아도 한꺼번에 목돈 투자했다가 예상과 달리 움직이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다. 펀드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면 성공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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