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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경의 눈으로 문화읽기] 폴란드 연극 ‘두드리 두드리’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7. 11:45

 

[성경의 눈으로 문화읽기]

 

폴란드 연극 ‘두드리 두드리’

 

 

 

역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보이지 않는 역사는 어떻게 그 생명을 이어가는가. 역사는 단순한 사건들의 연속이 아니라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기억 속에서 재생되는 또 하나의 신비한 생명체라는 인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두드리 두드리'는 폴란드 작가 타데우즈 칸토르의 희곡 '빌로폴 빌로폴'을 원작으로 각색한 연극이다. 폴란드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고통을 많이 받아왔다. 프로이센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쟁과 억압, 침략과 지배의 설움으로 분단의 한국처럼 구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작가의 고향 빌로폴이 전쟁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살상당하고 그 가운데 '나'의 가족 역시 죽음의 길로 떠났다. 나는 고향에 돌아오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원작은 폴란드의 가톨릭적 배경과 요한계시록의 종말 예언 등을 삽입하여 종교적 분위기를 깊게 드리우고 있다.

 

'두드리 두드리'에서 대사는 절제되어 있다. 마임과 소리, 빛과 어둠, 상징적 동작(개인과 군대의 대립)이 두드리라는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짐작하게 한다. '나'의 어머니를 위시한 가족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나는 그 기억의 편린들을 하나씩 모으려 한다. 죽은 자들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비극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죄 없는 어머니는 예수처럼 십자가에 매달려 살해되었다. 복수냐 자멸이냐. 이 극단적인 혼란과 고통 속에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어머니의 죽음은 그러나 폭력을 끌어안으라고 웅변한다. 예수처럼 온몸으로 끌어안으라고 말한다. 십자가는 모든 것을 끌어안지 않았느냐고 소리없이 외친다. 과거의 아픔과 다시 화해하라고 일러준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역사학자 E H 카는 말한다. 하지만 역사는 대화를 뛰어넘어 화해로 나아가야 한다. 지나간 시간과 기억 속에 각인된 인간 체험은 현재의 시간 속에서 그 상처가 아물고 환부가 치유되어야 비로소 미래를 향한 행진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작품은 조용히 역설한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고. 피비린내 배어있는 과거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다면 정의로운 미래는 오지 않는다고. 화해는 바로 그 가운데 있다고.

 

 

 

추태화(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

 

-  국민일보 2008.06.11 17:45  -

 

 

출처 : 내고향 옹달샘
글쓴이 : 옹달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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