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동아기획이야기

[스크랩] 오늘 65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11. 06:19

습기가 사라져 상쾌한 푸른 하늘에 하얀 뭉개구름이 떠있다.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바다는 어쩌면, 가을 강 가 처럼 고요해 잔 물결에 흔들리는 바닷속 해초들 까지

눈 안에 든다.                                                                                                                            

밀물은 자갈밭 이쪽으로 까지 들어와 듬성듬성 검은 바위들의 꼭지가 파도와 숨박꼭질 하는 오후,

남쪽으로 향한 도서관 창 안으로 한낮의 가을볕이 깊숙히 묵은 책 위에 머물고,책 들은 못다 풀어낸 이야기

들에 갇혀 햇볕에 조을고 있다. 

배들은 육중한 몸을 파도에 맡기고 午睡 에 잠긴다.

바닷가 낮은집 마당에 아직도 푸른빛을 간직한 키작은 사철나무 잎이 지나가는 바람에 보석들 처럼  햇살에 반짝거린다.

이따금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과 멀리서 숨가쁘게 외쳐대는 행상의 마이크 소리가 제법 소슬한 가을 바람에 산산이 흩어져 방 안으로 들어와 잠시 머물다 사라져 간다.

몸은 커도 생각은 아직도 아이들인 어른이 되어가는, 공부에 절여진,풋과일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푸른 하늘빛 같다.

열어논 작은 창 안으로 어디선가 커다란 말벌 한마리가 들어와 윙윙거리며 이쪽창 저쪽창에 날아

부딪친다.  의자를 놓고 높이 있는 커다란 창문을 열어 제갈길을 가게 한후,또다시 오후의 적막에 잠긴다.

이 가을 홀로, 억새가 흐드러진 벌판으로 가볼까, 단풍 진 숲으로 가볼까,

고즈녁한 山寺 한켠의 화단에서 마지막 열기를 빨갛게 불태우고 있는 맨드라미의 처절한 열정이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이삶의 냉기를 따뜻하게 데워 줄까,

삶은 못다 풀어낸 수많은 이야기책 이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 서가에 꽂혀 누렇게 퇴색해 가는 수많은 이야기책,거기에 너의 이야기,나의 이야기,

각자의 이야기 같은 人生이 그렇게 세월에 바래 모두에게서 떠나가는 것이다.

 

 

출처 : 선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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