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다는 검푸른 빛으로 그곳에 있다.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바람결에 고물거리는 잔물결 위에 머물어,
바다는 온통 깨어진 사금파리 조각들 처럼 밝고,날카로운 빛을 반사한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버스 창 너머로 하릴없는 낚시객 하나가 지겨움이 묻어나는 등빛으로 하염없이
바다를 향해 바위처럼 그렇게 서있다.
크고 작은배 들은 어지러이 파도에 흔들리고,꼬불꼬불한 길을 돌아 나의 아침은 시작된다.
이른 시간, 자극적인 기사들이 떠있는 신문과 인터넷을 우울하게 바라본다.
경제는 공포로 변하고,그 공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슬프고 고통스럽게 할것인지,
스스로 제 목을 감아 생을 마감한 어느 여배우의 영정 사진이 하필이면 두터운 머플러로 또다시
목을 감고있는 사진이어서 나를 답답하게 한다.
노루 꼬리만큼 짧아진 저녁해가 소슬 바람을 남겨놓고 서쪽 산으로 넘어간다.
길가 작은 돌틈 풀속에서 벌레들이 운다. 귀뚤이, 지렁이,.그들은 깊은 겨울을 노래로 준비 하나보다. 가을 빛으로 물들지 못한채 성급하게 떨어져 누운 은행 잎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구르는 거리,
불빛 따뜻한 집을 향해 종종 걸음으로 달려가는 하루가 고달픈 사람들은 어둠이 안도이고 휴식이다.
엊그제 영축산 산세에 잠시 몸을 맡긴후,그 깊은 침묵을 조금쯤 안고 왔건만 내 마음은 번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다못해 길섶 잡초들 속의 작은 들꽃들 마저 제 본분을 다해 마지막 꽃들을 올망졸망 선명한 노란빛,푸른빛,분홍빛으로 길가던 나를 주저앉혀 아름다운 제 자태를 당당히 보여주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스러져 가듯이, 모두가 제 몫을 다하고 나면, 아, 色 卽 時 空 !!
어디로 인지 몰라도 떠나가야 하는것이 우리의 숙명이 아닌가,
그리하여 지금,여기가 아니면 우리는 우리가 아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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