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신선한 동경]
여행은 신선한 동경입니다. 그래서 항상 만족할 수 없는 상태로 끝이 납니다. 일상을 벗어나 불확실성과 대치해보는 긴장감은 언제나 완벽한 일탈이 되지못해 어정쩡한 상태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제주도 올레 길을 걸었습니다.
금년 중 열개의 코스를 걷기로 스스로 약속하고 8개 코스까지 걸었습니다. 중간에 코스가 3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걷는 도중 계속 사람이 그립고 음악이 그립고 커피가 그리웠고, 나에게 바다는 캔버스였고 자연은 화가였습니다. 그들은 항상 신선하고 정다운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저는 매번의 여행에서 만족을 못하고 돌아와서는 열병을 앓듯 다음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실로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르면서 걷고, 또 걷고
길 위에서 길을 잃고 길 위에서 길을 물었습니다.
나의 언어를 잃지 않기 위하여 혼자 말하고 혼자 들었으며
지나는 사람과 나눈 인사에 정을 느끼고 밀감 몇 알에 감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진 욕심에 광선에게 눌리고, 길에서 지폐를 줍듯이 셔트를 누르고
그림자는 생각하지 아니하고 빛만, 오직 빛만 보며 화각의 노예가 되어 길을 걸었습니다. 이미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입니다.
혼자가면 동반이 그립고, 동반자가 있으면 혼자이고 싶고
육체를 혹사하고자 하면, 피곤한 몸이 견디지 못하고
편안한 쉼을 원하면 호기심이 그냥 두질 않았습니다.
욕심은 버려지지 않아 무언가 소득을 원하고
길들여진 습성은 새로움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여정에 스스로 자신을 옭아 엮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않고, 나를 이해해 달라고 하여 문제가 생기고
무엇을 가지고 왔느냐 가 아닌 무었을 남겨두고 왔느냐를 생각해야합니다
처음 경험한 황산의 절경 서해 대협곡은 두고두고 나를 괴롭혔습니다.
사진으로 완벽하게 옮기지 못한 아쉬움이 8번이나 더 찾아가게 만들었고
그러고도 만족을 할 수가 없었다지만 잊을 뻔 하였던 사진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여행이 번번이 나를 속이고 골탕 먹여도 변화하는 와중에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나는 아주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불확실에 대한 기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를 지닙니다.
그래서 나는 길을 떠납니다.
우리가 사는 것도 그와 비슷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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