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이야기

[스크랩] 다가올 대량 실업 시대, 어떻게 맞아야 할까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1. 19:07

금주의 경제키워드: 실업(unemployment)

 


1. 지난 주 전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확산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는 실업률관련 통계로 실제로 확인이 되고 있다.


- 미국의 경우 지난 월요일, 10일 10월 통계가 발표됐는데, 6.5%. 4년 내 최고 수준. 그런데 실업률이 올라가는 속도가 상당히 가팔라. 실업률보다 앞서서 실업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미국에는 실업연금 수급자 수라는 게 있어. 실업연금을 타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늘고 있느냐 하는 지표. 이제 1983년 이후 최고라는 소식도 지난 주 발표돼.

 

-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실업이 느느냐? 금융 위기가 본격화 된 후 사람들이 돈을 안 쓰려고 하기 때문.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판매 활동이 부진해지고, 이는 기업 상황을 나쁘게 만들어. 그렇게 되면 다시 기업은 고용 인력을 줄이려 하고, 이 때문에 실업이 늘어나. 그렇게 되면 소득이 준 가정이 다시 씀씀이를 줄이는 악순환에 빠지게 돼. 말하자면 실업이 금융 위기 실물 경제 확산의 연결 고리가 되는 셈. 실업이 증가하면 경제는 나선형으로 하향 하는 모습 갖게 돼. 이걸 downward spiral이라고 불러. 경제에서 가장 안 좋은 상황.

 


2. 미국 워싱턴에서는 15일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여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들을 논의중인데. 여기서도 실업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 기억하시겠지만, 지지난 주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는 주요 20개국,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열려. 여기서는 금융 위기 확산과 재발을 막기 위한 논의 이뤄져. 반면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는 그 의제 외에 전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방안 모색. 역시 실업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돼.


3. 이 회의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하고 있는데. 이 회의는 얼마 전에 열렸던 20개국 재무장관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정상회담은 조금 구분해서 이해해두실 필요 있어.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기존의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를 움직여온 G-7에 브릭스 등 신흥시장 국가들을 포함시켜 주요 금융 관련 의제를 논의할 필요성이 생겨 지난 1999년 제안된 기구. 모임이 정례화돼, 매년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뽑고 의장국에서 회의가 열려. 올해는 브라질. 그래서 상파울루에서 모였던 것. 반면 정상회담은 이번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제안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받아들여 이번에 열린 것. 정례화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 따라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금융 관련 이슈만 다루는 데 반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금융 관련 이슈에 더해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제 공조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돼. 실업 문제도 많이 다뤄져. 특히 두고두고 회자될 실업과 관련된 명언이 하나 탄생해. 오스트레일리아, 즉 호주의 케빈 러드 수상이 “실업 같은 문제는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처럼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에스컬레이터처럼 내려간다”고 언급했던 것. 실업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표현.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합의문을 보니까 논의에 비해 실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대책은 거의 없어. 이미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언급됐던 금융 위기 확산과 재발을 막기 위한 원론적 대책을 다시 언급한 수준에 불과해.


4. 미국 오바마 당선자가 참석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는데.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 사실 임기를 두 달밖에 남겨놓지 않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을 주최한다고 했을 때부터 회의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주를 이뤄. 그래서 오바마 당선자가 참석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고, 실제로 많은 정상들이 그와의 면담을 희망했던 것.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는 현재 워싱턴과 일종의 거리 두기 전략으로 일관중. 자신의 지역구였던 시카고에 머물면서 현재 이슈에 대한 논평보다는 앞으로의 인선과 정책 구상에 몰두. 형식상의 명분은 ‘어떤 시기 대통령은 한 사람뿐’이라는 논리. 그러나 그보다는 현재 이슈에 대해 말을 내놓다 보면 나중에 책 잡힐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더해서 임기 시작과 함께 확실히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실제로 미국에서는 대통령 당선 이후 기존 정치권과의 거리 두기를 통해 성공한 대통령이 많은 반면 실타래 같은 현안에 빠져들어 고전한 대통령도 많아. 클린턴 대통령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꺾고 집권한 1991년 말에는 승리에 도취해 현안에 깊이 개입했다 한참 시행착오를 겪은 반면 1995년 말 재임에 성공하고 나서는 워싱턴과의 거리 두기를 해 성공적으로 2기를 시작한 경험 있어. 그런 전례를 참조하는 듯.

 

- 다만 오바마 당선자도 실업 문제를 포함한 실물 경제 위기를 의식한 듯, 추가 경기 부양책의 필요성은 라디오 주례 연설을 통해 강조. 즉 실업 연금 확대 등을 포함한, 기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 외에 1천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의회가 통과시켜달라는 주문. 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런 주문에 대해 냉담한 편. 오바마는 경기 부양책과 함께 임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커.


5. 미국의 실업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모양.


- 실업률이 지금은 6.5%입니다만, 연말경 6.9%를 통과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7.7%까지 올라간다는 전망 우세해. 이 정도 수치면 사실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 2차 오일쇼크로 시작된 불황의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 될 듯. 다만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실업률이 무려 26%까지 올라갔던 예가 있으니까, 당시와 비교하기는 무리.

 

-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수치들, 아까 말씀드린 소비지출과 관련된 통계들이 나오고 있어. 지난 3분기 자동차 판매량은 무려 -35%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 게다가 소비지출 수준은 이미 20년내 최저 수준. 내년 소비지출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구조조정을 본격화할테고 실업률 역시 내년경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곤두박질 치게 될 것.


6. 우리 쪽 실업 상황도 그에 못지 않을텐데, 실업률은 왜 그렇게 안 떨어지는 걸까


- 지난 9월까지 실업률이 3%. 미국과 우리의 통계를 같은 수준에서 놓고 보자면, 미국보다 우리 상황이 두 배 이상 좋다는 얘긴데, 그렇게 믿을 사람은 없을 것. 지금에 와서는 많은 국민들도 알게 된 거지만, 우리 실업률 통계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의미있는 경제 지표가 되지 못해. 실업률은 전체 경제 활동 인구 중에서 실업자의 수를 따지는 것. 그런데 우리는 고용 상황이 나빠지면 경제 활동 인구 중에서 실업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제 활동 인구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진행돼.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해서 구직 활동에 나서는데 직장이 안 잡히면 실업자로 분류되는 데 반해 그게 싫어서 대학 졸업을 늦춰버리면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 마찬가지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하거나, 에이 모르겠다 시집이나 가 버려야지 해도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지 실업자가 느는 게 아님. 심지어는 이도저도 안 되니까 에이 일자리 구하는 것도 때려치우고 그냥 놀아야지 해도 마찬가지. 구직단념자의 증가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업자가 느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거나 못하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느는 형태로 나타나.

 

- 우리의 경우는 고용 상황이 어려워지면 실업률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 실제로 10월 비경제활동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나 증가했다는 보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 실업률 자체도 상당히 늘어날 것. 현재는 충격파가 가장 큰 자동차 산업부터 구조조정의 바람이 시작되려는 찰나. 아직 본격화되지는 않아. 실제로 외환 위기 당시에도 위기 직전인 1997년에는 실업률이 2.6%에 불과했지만 98년에는 7%로 뛰었던 경험 있어. 우리의 경우는 많은 경제 전망기관들이 올해 3.2%에서 내년 3%대 후반으로 뛸 것으로 보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실업률이 4%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7. 우리의 경우 실업률이 경제 지표 자체로 한계가 많다 보니까, 요즘은 실업률보다 취업자 수 같은 경제 지표를 많이 쓴다.


- 좋은 지적. 우리 실업률 통계는 아까 말씀드린 한계 말고도 중요한 한계 있어. 구미 선진국은 고용상담소를 중심으로 해서 집계돼. 실업자 입장에서는 실업이 되면 신고를 해야 실업연금을 탈 수 있기 때문.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워낙 업종이 다양하고 고용상담소도 최근에 활성화됐지만, 아직 실업자와의 거리가 있어. 이 때문에 우리는 여론조사. 주 1시간 일하고 수입이 있어도 취업자로 간주돼. 실업자가 임시방편으로 과외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도 취업자로 간주돼. 선진국과의 비교가 사실 어려운 상태.

 

- 그러다 보니까 우리 고용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실업률보다는 직접적인 취업자 수, 그 가운데서도 신규취업자 수를 쓰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이 대두되는 중. 새로이 일자리를 얻은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 마이너스로 나오면 오히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 이 지표를 보면 실업률보다 최근 고용 상황이 악화되는 현실을 잘 보여줘. 10월 신규취업자 수는 9만7천명 수준. 1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한 4년여만의 일. 정부의 올해 목표치가 20만명인데, 그 절반 수준이고. 당초 정부가 내걸었던 공약은 40만명이니까 그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치. 그런데 20대의 신규취업자 수를 보면 -13만명. 취업자가 오히려 줄고 있다는 뜻. 어느 직장에 들어갔다가 맘에 안 맞아서 나오는 경우, 중소기업들이 일자리 줄이면서 나오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 또 일자리 찾다가 포기한 구직 단념자 역시 -3만명으로 실업률보다는 고용 상황의 심각성 훨씬 더 잘 보여줘.


8. 앞으로 맞게 될 대량 실업 시대, 우리 국민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아야 할까.


- 사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어야 한다는 뜻. 특히 외환 위기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이 시기를 견뎌야 할 것. 첫째 직장인들 같은 경우는 구조조정이 횡행하기 시작하면 ‘에이 더러워서, 내가 나간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마련. 그러나 그러지 마라. 나가면 또 기회가 있겠지 하겠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많지 않아. 너도나도 창업하지만 대량 실업 시대는 최악의 소비 시대의 동의어. 성공 가능성 낮아. 젖은 낙엽 정신으로 일자리에 찰싹 달라붙어 지내야. 장기 청년 구직자들의 경우는 고용 상황이 전보다도 더 쉽지 않아. 그러니까 눈 높이 낮춰라는 비현실적인 충고보다는 차라리 일자리 개념 바꾸라고 충고하고 싶어. 번듯한 직장이 잘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형태로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라. 명함보다 수입에 집중하라는 뜻. 무엇보다도 부모님들의 상황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무작정 구직자로 남거나 취업을 단념하는 일은 없어야.

출처 : Lifestyle Report
글쓴이 : 김방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