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1. 지난 주 초에는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고 논란이 많이 일었죠?
- 지난 3일, 월요일 기획재정부가 수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슬그머니 낮췄기 때문. 원래 정부의 공식 전망치는 9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만 해도 5%. 이걸 소리소문 없이 4%로 낮춘 것.
- 재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쉴새 없이 변해. 이럴 때마다 언론이 문제 제기하면 자신들이 내놓는 수치는 단순한 전망치가 아니라 목표의 의미가 들어 있다고 항변해와.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워낙 자주 바뀌거나 틀려서 전망이나 목표의 의미가 퇴색해버린 실정. 우선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는 당초 대통령 선거 당시의 공약이었던 7%를 얘기하다, 슬그머니 6%, 그 다음에는 세계 경제 전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5%로 내린 상황. 그러나 실제로는 도저히 5%가 힘들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어. 내년 경제 성장률 역시 5%에서 4%로 내렸지만, 대개의 경제 전망 기관들은 4%가 힘들다고 보고 있어.
2. 그렇다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3% 대를 점치고 있나요?
- 현재까지는 3%대. 이것도 올해 중반기까지는 대개 4% 점치나 하향 조정한 것. 그런데 지난 10월 하순 올해 3사분기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보면 3%대에 이미 달한 것으로 나와. 내년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기관이 크게 늘고 있어. 가장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로까지 낮추기도 해. 점차 하향 조정하는 기관들이 많을 것. 물론 기획재정부로서는 각종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을 전제로 전망치를 3% 이하로 낮추지는 않을 것. 참고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외환 위기 직후나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신용불량자 양산 직후와 비슷한 상황이 되는 것.
3. 경제성장률이라는 게 뭐길래, 이렇게 정부나 국민들이 신경을 씁니까?
-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 이걸 이해하려면 국내총생산의 개념을 알아야. 한 나라 안에서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 부가가치는 뭐냐? 한 나라에서 생산한 제품을 몽땅 다 합산하면 문제가 생기는 게, 우리가 생산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돼. 예를 들어서 한 회사가 외국에서 밀가루를 들여와서 빵을 생산한다고 하면, 밀가루는 우리가 생산한 것이 아니니까 빼야. 순전히 우리가 생산에 기여한 부분만 포함시켜야. 이걸 부가가치라고 해. 그러니까 한 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의 합을 국내총생산이라고 하고, 1년 동안에 이게 얼마나 늘어났나를 따지는 것.
- GDP는 한 나라 경제의 경제 활동이 얼마나 왕성한지를 따지는 척도로 가장 유명하지만 한계도 있어. 예를 들어서 가정주부의 가사 노동 같은 것은 분명히 경제 활동이지만 통계로 잡히지 않고. 또 실제로 경제가 나아진 건 아니지만 범죄율이 높아지거나 대형 화재가 발생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제 활동이 발생하면 GDP가 증가. 또 하나는 국제 비교를 위해서는 달러로 환산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GDP가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아. GDP를 국민 수로 나누게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되는데, 일본이나 싱가포르는 1인당 1만달러 소득 되고 나서 그 나라 통화 가치가 뛰어 2만달러 쉽게 달성. 우리도 비슷. 지난 2006년 2만달러 달성했지만 올해, 내년 환율이 많이 뛰는 바람이 2만달러가 안 될 가능성 높아.
3. 비교의 시점을 놓고는 선진국과 우리가 좀 다른 것 같던데요. 그래서 비교를 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구요.
- 연도별 경제성장률이야 간단해. 비교 시점이 이전해니까 차이가 없어. 그런데 흔히 쓰는 분기별 성장률의 경우는 비교 시점이 다를 수 있어. 예를 들어 7,8,9 월로 대표되는 이번 3사분기를 보자면,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할 수도 있고, 이전 분기인 2분기와 비교할 수도 있어. 우리나라의 경우는 흔히 ‘전년 동기 대비’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지난해 같은 분기.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 즉 경제개발협력기구, OECD의 통계는 전 분기 대비. 그러니까 주요 선진국 통계에서는 우리가 아는 수치가 아니라 전 분기 통계로 조정된 수치가 나와. 이게 우리 언론의 수치와 다르다고 물어보는 사람들 많은데, 바로 그런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
- 어떤 게 나은지에 대해서는 장담 못해. 전반적인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전분기 비교가 나은데 우리의 경우는, 분기별로 워낙 경제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전년 동기 대비라는 기준을 버리지 못해. 예를 들어 여름 휴가철이 들어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 차이가 많이 나.
4. 이미 지난 연도에 대해서는 GDP와 경제성장률 계산하는 게 쉬울 것 같은데, 앞으로 다가올 해에 대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어떻게 추정하게 되는 겁니까?
- 경제 전망기관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대충 감으로 하는 것은 아님. 흔히 각 전망 기구나 전문가들은 경제예측 모델을 갖고 있게 마련. 즉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각 변수와 그 변수들간의 상관관계를 일종의 연립방정식으로 구성해두는 것. 변수와 가중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복잡한 모델.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 KDI 같은 경우는 2백개가 넘는 변수로 구성된 모델이 있어. 여기에 각 분야별 예측치를 넣으면, 종합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될지가 나와. 다만 이런 기술적인 모델에 더해 전망 연도에 근접할 수록 경제 주체의 심리라든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전망치를 조정하게 돼.
- 실제로 어떤 기관의 전망이 가장 잘 맞느냐를 보면 얼마나 복잡한 모델을 갖고 있으냐보다는, 마지막에 경제 주체의 심리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누가 잘 조정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될 때가 많아. 정부 전망치 가운데서도 기획재정부의 수치가 가장 낙관적, 한국은행이 가장 보수적인 경우가 많고. 민간 씽크탱크의 경우는 마지막까지 조정하는 경우가 많아 전망의 의미는 많이 퇴색해.
5. 경제성장률은 그런대로 높은데 실질 국민총소득은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최근에는 많은데요. 이건 무슨 뜻입니까?
- 경제성장률이 한 나라 경제의 양적 팽창의 결과라면, 국민총소득, GNI는 질적 팽창. 즉 국민들의 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느냐, 호주머니 사정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를 따지는 것.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게 증가해야 하는 것. 그런데 최근 들어서 경제성장률은 4%대로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데, 실질 소득 증가율은 1%대에 머물러서 그렇게 좋질 않아. 쉽게 얘기해서 생산은 많이 하는데 실속은 없다는 뜻. 이유는 교역조건의 악화 때문. 교역조건은 쉽게 얘기하자면 물건을 얼마에 외국에서 떼와서, 얼마에 외국에 파느냐 하는 것. 교역조건이 좋다는 얘기는 싸게 떼와서 비싸게 판다는 것이고, 반대는 반대. 지난 한 5년 전부터 교역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즉 원유나 원자재, 농산물은 크게 비싸진 반면 우리가 외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나 자동차 값은 계속 하락해온 것.
-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생산은 그런대로 해도 소득이 시원찮아. 그 이유 설명해드리자면, 우리나라가 1만달러, 즉 1천만원짜리 자동차 10대만 생산하는 간단한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라고 가정. 그리고 10만달러짜리 대형 기계 하나를 사들이는 구조.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5천달러, 즉 5백만으로 떨어질 경우. 10만달러짜리 기계 하나를 사들여 오기 위해서는 자동차를 20대 만들어야. 즉 생산은 두 배로 늘어, 경제 성장률은 100%. 그러나 소득,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은 10만달러짜리 기계 하나뿐. 즉 소득증가율은 0%. 물론 극단적인 예지만 교역조건 악화는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늘지 않는 현상 초래.
6. 현재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해서 내려가는 이유는 아무래도 세계적인 경기 침체 때문이겠죠?
- 미국발 금융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됐고,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실물 경제 침체가 확연해지는 상황. 3사분기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미국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비지출이 3% 이상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전체 경제성장률도 -0.3% 기록. 잘나가던 중국 경제 역시 9%로 떨어져. 9% 하면 여전히 괜찮은 거 아니냐 하시겠지만, 중국은 거의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온 나라. 내년 같은 경우는 8%나 7% 대 성장을 점칠 정돌 좋지 않은 상황.
- 이런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또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우리 경제 성장이 시원찮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해. 그런데 오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KDI측에서 흥미로운 분석 결과 발표.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외환 위기 이후 해외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면이 90%가 넘는데 반해, 실물 경제의 경우는 해외 요인으로 인한 영향이 외환 위기 이후 58% 가량. 그 전이 55%였다는 점 감안하면 크게 달려졌다고 볼 수 없어. 따라서 현재 해외 경제 상황에 따라 수출의존적인 우리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일종의 선입견에 의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는 면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들어.
5.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경제성장률은 내년에 어떻게 될까요?
- 미국이나 중국 경제 성장률이 얼마나 될 것인가가 중요. 금융 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는 두 나라 정부가 얼마나 경기 부양에 효과적인 대책을 동원할 것인가에 달려. 미국에서는 오바마 당선자가 현 부시 대통령측에 지난번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에 이은 경기부양책 요구. 그러나 부시 대통령측은 아직 구제금융안 시행에도 시일이 걸린다면서 난색을 표시한 상황. 어쨌든 경기 부양을 얼마나 큰 폭으로, 효과적으로 시행하느냐가 관건. 중국 역시 지난해까지 경기 과열과 물가를 우려했지만 지금은 경기 부양에 초점 맞춰.
- 우리도 지난 번에 14조원의 추가 지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기 부양책 내놔. 과연 어느 시점에, 어떤 강도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2%대에서 4%대까지 큰 폭으로 오락가락 할 것. 문제는 여하히 효과적인 부양책을 쓰느냐, 그리고 부작용이 적은 부양책을 쓰느냐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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