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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는 미국의 변화를 거부할 수 있을까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1. 19:30

<우리는 미국의 변화를 거부할 수 있을까?>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국 <뉴욕타임즈>의 국제 문제 칼럼니스트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받은 훌륭한 언론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얻은 것은 두 권의 책 때문이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와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이다. 이 책들은 현재 진행중인 세계화(globalization)의 현장과 세계화를 둘러싼 갈등 지역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세계화 지지자로서 그는 두 권의 책에서 세계화와 관련된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한다. 바로 골든아치(golden arch-맥도널드의 상징물) 가설과 델의 공급망 가설이 바로 그것이다. 골든아치 가설은 맥도널드라는 패스트푸드 체인이 상륙한 나라치고 국제 분쟁에 휘말린 나라는 없다는 주장이다. 어떤 나라에 맥도널드가 진출했다는 얘기는 패스트푸드를 소비할 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됐다는 뜻이다. 그런 나라는 전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분쟁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확대해서 발전시킨 것이 바로 델의 공급망 가설이다. 이는 델이라는 다국적 컴퓨터 판매사의 복잡다기한 공급망에 일단 진입한 나라들은 분쟁을 꺼린다는 주장이다. 지역 패권을 위해서는 분쟁도 마다하지 않던 중국이 좋은 예다. 델은 많은 부품과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중국으로서는 국제화의 이런 이득을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외교 분야에서 전보다 훨씬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가 이번 금융 위기로 흔들리자, 토머스 프리드먼의 가설과는 상반된 가설도 등장했다. 미국 경제 칼럼니스트인 대니얼 그로스는 스타벅스 금융 위기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스타벅스가 많은 나라일수록 금융 위기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스타벅스가 미국 내에서 점포망을 확장해나간 지역들은 한결같이 거품이 많이 낀 곳이었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월스트리트는  스타벅스의 본산이었다. 국제적으로도 스타벅스 지점이 많기로 유명한 영국, 한국, 스페인,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등이 대부분 금융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는 나라들이다. 스타벅스와 금융 위기 양자간의 논리적 연결고리는 간단하다. 스타벅스는 지극히 미국적인 브랜드다. 빚을 얻어 생활하는 처지라 하더라도 비싼 카페라테 한 잔쯤은 마셔줘야 하는 미국 소비지상주의의 상징이다. 이런 점포가 많다면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금융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 가설의 위력이야 나중에 확인될 일이고, 가설이 나온 시점이 절묘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정치 지도자들이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에 대한 일방적 예찬만 횡행했다. 유럽이나 제 3세계의 언론인이 가끔 세계화의 문제점을 지적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당장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나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부터 금융, 그 가운데서도 부채가 기반이 된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새로 탄생하게 될 미 정부 역시 이런 반성의 토대 위에서 적극적으로 경제정책을 편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한층 강조된 경제 철학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대외정책 면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필두로 한 미국의 일방주의를 서서히 수정하려 들 것이다. 이번 미국의 대선과 금융 위기는 여러 모로 전세계 경제와 외교 흐름에 대한 유턴(U-turn)의 계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태도다. 이념과 정치 지형에 따른 국론 분열의 결과, 우리 정부와 오피니언리더들은 그동안 소홀히 했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만 몰두해왔다. 특히 자유방임적 시장경제와 일방적 테러와의 전쟁 등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의 실패한 의제에만 집착해왔다. 부시 행정부 8년이 총체적 실패로 평가받는 이 시점까지도 그렇다. 비유하자면 한 동안 잊으려 노력하다 다시 마음을 돌리자, 짝사랑했던 대상이 사라져버린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집을 부리는 것은 시대착오적 처사일 뿐이다. 경제가 됐든, 외교정책이 됐건, 이제 진짜 실용적이 돼야 할 때가 됐다.

 

 

 

출처 : Lifestyle Report
글쓴이 : 김방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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