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도움 많이 받는 이 카페에 받아간게 많아서... ^^ 도움이 될까해서 올려봅니다.
회사생활을 하는 나에게 있어 조직이라는 것은 최소한 현재 삶에서 절반 이상의 시간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일단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 국한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우리 회사는 현재 인사적체가 상당한 편이다. 전형적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로 아래 보다는 중간이 훨씬 많은 조직이다. 이런 조직의 문제점은 예전 선배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한단계식 승진하던 전형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워지면서 조직의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불필요한 패배의식과 불만을 갖게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는 이 문제가 공사시절부터 생긴 조직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즉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에 비해 아래쪽의 인력순환이 빠르지 않은 우리회사의 조직 특성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점을 야기했다고 본것이다. 이 문제는 대기업처럼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피라미드의 아래쪽을 강제적으로 빠르게 순환시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조직의 재발견'은 이런 나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삼성이나 LG와 같은 세계수준에 오른 대기업도 동일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을 통해 조직론이라는 분야를 맛본 셈인데,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라면.. 사람은 회사에 취직시켜서 적당히 돈 준다고해서 일하지 않는다. 라는 명제. 대량생산시대의 공장노동자라면 그나마 나을텐데 지금과 같은 지식경제시기에는 확실히 맞는 말이다. 당장 나만해도 월급 받는것 때문에 열심히 일하지는 않으니까...
결국, 이런 개인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돈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조직구조상의 승진, 일하면서 느끼는 재미, 인간관계를 통해 느끼는 인정,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보장 등등... 바로 이런 측면이 구글이라는 회사를 다른 조직과 차별화 하는 요소이고 구직자들에게 인기를 끌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먹고 살만큼 주고.. 일도 재밌게 할 수 있다는데... 우리나라 기업체와 비교해 보자면, 우리는 먹고 살만큼 주면 됐지 뭘 더 바래.. 정도라면 외국 기업은 어쨌든 일하게 만든다는 건가?
피터드러커의 MBO 라는 것도 결국 어떻게 일하게 할 것이냐? 라는 문제에 대한 답이다. 일하는 즐거움은 둘째 치고 MBO 정도의 개념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채, 그저 자리에 오래 앉아있으면서 늦게 까지 일하면 열심히 일하고 있는걸로 생각하는 한국의 회사들은 분명 조직관리 상의 문제가 상당하다는 결론.
다음은 간략한 책 내용 정리..
우석훈 박사는 이런류의 문제점을 우리나라 대기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닥친 조직 위기를 다음 세 가지로 들고 있다.
1. 왜 열심히 일하는가? -> 개인이 조직에 몸 담는 이유
2. 기억상실증에 빠진 실무조직 -> 잦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화의 문제
3. 빨간펜형 야전 사령관들. -> 급격한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관리자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생기는 병폐는 무엇일까?
1. 경마장 가는 길의 위기: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2. 상층부와 하층부의 단절:노트북과 데스크톱의 따로 놀기 -> 관리자와 실무진 사이의 괸리
3. 대량생산 체제와 다양성의 위기:대형 교회 -> 사회 양극화에 따른 종교서비스의 분화
4. 과잉 경쟁과 인력 재생산의 실패:건설업계
5. 순환형 시스템과 숙련도의 위기:중앙공무원의 아마추어리즘
6. 즐거운 노동과 괴로운 노동:포스트 포디즘 시대의 감성경영과 감정노동
7. 사회적 신뢰의 위기:외국계 기업들곽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8. 경제적 약자와 일하는 법:조폭과 불법다단계와 사채업
이를 극복하는 키워드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캐비아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캐비아란 쉽게 말해 경제행위를 하는 개인들이 기대하는 경제 수준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임금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 될 수도 있으며 조기유학이나 과외가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이유는 캐비아 문제가 바로 조직 구성원의 노동 숙련도 및 창조능력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조직은 구성원의 임금을 낮추는 대신 더 높은 고용 안정성을 제공해야 하고, 포스트 포디즘 시대에 적합한 ‘창조 잠재력’을 높이는 형태의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캐비아의 비용을 낮추도록 사회와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 캐비아를 먹을 수 있는 일부만 조직 내부에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외부화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는 포스트 포디즘 이후 극도로 높아진 창조능력 경쟁에서 버텨나갈 수 없다.
둘째, 귀공자 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루키들을 선발할 때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귀공자들 위주로 선별한다. 이들은 주로 사회 상층부에서 로열젤리만 먹고 자라며 토플이나 영어회화 능력, 출신 학교 등 획일화된 선발기준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귀공자 자본주의의 진짜 위험성은 조직 내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지방대 출신이나 장애인 혹은 단순 외국어 구사능력 외에 다른 장기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부러 뽑고 이들이 내부 경쟁에서 즉각적으로 패배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노력들이 조직의 다양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조직 내부에서 예상치 않은 기여를 하게 되는 일이 많은 것도 다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또한 이렇듯 ‘승자’들만을 모아서 조직을 운용하면 기업 내부에 경쟁도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협동진화’가 사라질 위험이 높다. 자본주의가 성공한 가장 큰 역사적 배경은 평민들의 근면과 창의력,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갖추었던 숙련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의 귀공자들은 단단히 왕자 행세하고 있는데, 이들은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가 아니고, 오히려 만 명이 이런 귀공자 한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셋째, 마초 자본주의를 넘어서 여성들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해방 이후 등장한 신여성을 ‘완전히 때려잡고 굴복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이 시스템은 그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여성들을 접대부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21세기를 맞은 셈이다. 한국 기업처럼 상층부에서 하층부까지 전부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나라는 없다. 여성들이 고위 직급에 잘 올라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장애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밤의 비즈니스’라는 황당한 현상 때문이다. 주요 경제조직에서 거의 똑같이 사오십대 마초 집단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는 아직도 여성들과 일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남성과 여성의 기회의 형평성’ 정도인데, 이 극단적이고 기형적인 경쟁 구조에서 여성들은 출산을 포기하거나 골프를 배우고 폭탄주를 배워서 남성들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개인전략을 선택하고 진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스위스나 스웨덴에서 행하고 있는 ‘주 이틀 노동제’나 장기간의 ‘육아 휴가’와 같은 약간의 공공 보조 장치만으로도 고급 여성인력이 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마초들의 주지육림 자본주의를 굴려가기 위한 숱한 접대와 향응 비용을 줄이고 마초들의 임금을 조금만 낮추어도 여성들이 일할 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성들이 일하기 어려운 조직은 남성들 중 ‘다른 방식으로 똑똑한’ 사람들도 일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결국 다양성과 창조성에서 극히 제한을 받는 경직된 조직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넷째,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지역과 잘 지내는 법을 모른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지역사회에서 사용하는 기본 전략은 ‘고용을 만들어준다’는 것인데, 그들 스스로 필승전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이 전략은 다른 보조 요소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지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지역 토호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즉 기업과 지역 기득권들끼리 ‘짝패’가 되어 지역민을 극단적으로는 ‘천민’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단지 부동산 투기나 부정부패를 일삼는 집단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되는 것은 위기 국면의 한국 자본주의가 넘어야 하는 또 다른 장애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조직의 ‘영속성’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기업끼리의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역경제가 특히 선호하는 기업과 ‘저 기업은 우리 동네에 오면 정말 안 된다’고 인식되는 기업으로 분화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더 강화되고 지역 토호 구조도 무너지게 될 때, 그 기업 경쟁에서 ‘지역과 잘 지내는 법’을 상징적 자산으로 가지게 된 기업에게 더 유리한 방식으로 시장 흐름이 진행되게 된다. 일본의 도요타가 지역에서 한 일은 토호 노릇이나 왕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현재 ‘짝패 자본주의’에 빠진 기업이 찾아나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다섯째, 조폭 자본주의를 넘어서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경제학자들에게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위기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좌파나 우파라는 정치적 신념과 상관없이 대부분 중소기업의 위기를 꼽는다. 이 문제의 근본에는 한국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을 모른다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군대로 치면 자기 후방의 보급부대에게 총질을 하는 것이 한국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이 만들어낸 ‘신뢰의 자본주의’ 모델과는 전혀 정반대의 길로 한국 자본주의가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창조능력을 극대화하는 협동진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이 그저 기술이나 빼앗아가려는 조폭 집단처럼 비쳐질 때 대기업의 미래는 없다. 대기업과의 적절한 협력관계만 있었다면 한국의 중소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다양성 역시 지금보다는 좋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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