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책방이야기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2. 15. 09:50

도서명 :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인물로 보는 경제사상사)

저자 : 유시민

출판사 : 푸른나무



  차 례


책머리에

프롤로그/얼치기 경제학도의 길 안내

1. '보이지 않는 손'의 위대한 탄생 (자유방임시장의 예언자, 아담 스미드)

- 아담 스미드의 공짜 여행

- 자유방임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 국부론의 산실, 글래스고대학

- '보이지 않는 손'은 공평하지 않다.

- 상인과 제조업자들을 믿지 말라

- 아담 스미드의 인간적 면모와 그의 사상이 남긴 것

2. 대중의 빈곤은 신의 섭리이다. (토마스 로버트 맬더스 목사의 암울한 세상)

- 가난한 사람들을 후려친 '보이지 않는 손'의 저주

- 빈곤은 인구법칙이 내린 불가피한 운명이다

- 자비심은 재앙을 부른다

- 냉혹한 천재 맬더스 목사

- 한 세기를 앞지른, 그러나 조롱거리가 된 맬더스의 공황이론

- 부자들은 언제나 맬더스를 좋아한다

3. 지주의 이익은 사회의 이익과 항상 대립된다.

   (부르주아 계급의 선봉장, 데이비드 리카도)

- 경제학의 역사에 남은 나폴레옹의 발자취

- 경제학자로 변신한 주식 브로커

- 지주의 이익은 항상 사회 전체의 이익과 대립한다

- 국제적 자유거래는 세계를 부유하게 한다

- 두 날의 칼 노동가치론

4. 자유무역은 예속으로 가는 길 (우국지사의 경제학, 프리드리히 리스트)

- 경제사상에도 국적이 있다

- 급진적 자유주의자 프리드리히 리스트

- 공업력의 발달은 세계 지배의 지름길

- 자유무역론은 강대국의 이데올로기

- 국가의 번영없이는 개인의 행복도 없다

- 비극적이지만 차라리 행복한 종말

5. 분열된 세상, 싸우는 사상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

- 풍요한 세계와 가난한 세계

- 유토피안들의 아름다운 환상

- 쾌락은 선이고 고통은 악이다 - 벤담

-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지 말자 - 세이와 시니어

- 모든 재산은 강탈한 것이다 - 톰슨과 호지스킨

- 부자들이여 번뇌하지 말라 - 바스띠아

- 위대한 절충주의자 J.S. 밀

6. 모든 지배계급을 공산주의혁명 앞에 떨게 하라

   (칼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

- 낡은 유럽을 뒤흔든 혁명의 해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인간, 칼 마르크스

- 위대한 부르주아지, 자유로운 프롤레타리아트

- 자유거래라는 또 하나의 '파렴치한 자유'

- 혁명가 마르크스의 고달픈 생애

- 자본은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태어난다

- 최초의 노동자혁명 파리 코뮌

- 혁명의 가장 무서운 적은 효과적인 개량

7. '보이지 않는 손'의 신성화 ('풍요한 세계'의 신고전파 경제학자들)

- '영원한 번영'을 노래한 사람들

- 한계혁명 - 미분학이 경제학을 점령하다

- 레옹 왈라스의 '균형잡힌 세계'

- 알프레드 마샬의 '찬 이성 더운 가슴'

- 누구나 자기 몫을 가진다

- '부르주아의 마르크스', 빌프레도 파레토

-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인 신고전파의 세계

8. 모든 지대는 도둑질이다. (불로소득을 규탄하는 영혼의 외침, 헨리 조지)

- 우리 시대의 거대한 수수께끼

- 부자가 되려면 땅 한 조각이라도 사두라

- 맬더스의 인구론과 아일랜드의 진실

- 지대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9. 낭비하라, 그러면 존경을 얻으리라 (영원한 이방인, 도스타인 베블렌)

- 독점자본과 억만장자의 출현

- 유한계급과 과시적 소비

- 값비싼 것이 아름답다

- 굉장한 학식을 지닌 '건달박사'

- 위대한 이방인의 지켜지지 않은 유언

10. 제국주의는 세계를 망친다 (세계대전의 예언자, 존 앗킨슨 홉슨)

- 제국주의 - 정복과 약탈의 시대

- 제국주의 시대의 새로운 정복자 금융권력

- 저축은 미덕이 아니다

- 제국주의는 세계를 망친다

11. 저축이 미덕은 아니다 (자유방임주의의 종말을 선고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

- 자본주의를 구원할 천재의 등장

- 가장 부르주아적인 부르주아 경제학자

- 대공황 - '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 자유시장의 무정부상태와 경기 변동

- 케인즈 경제학과 전쟁광 히틀러

- 케인즈가 본 칼 마르크스의 사상

12. 유토피아를 위한 '거대한 실험' (사회주의 70년의 영욕과 고르바초프의 좌절)

- 총성도 통곡도 환희도 없는 혁명

- '보이지 않는 손'의 눈부신 성공

- 모두가 '스타하노프'일 수는 없다

- 시장의 폐지, 시장의 보복

- '사회주의 계획 경제'와 공포정치

- '위대한 실험'이 남긴 것

에필로그 / 아직도 끝나지 않은 논쟁

참고서적


    지은이 유시민은 1959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 심인고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민주화운동으로 두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저서로는 <아침으로 가는 길>,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공저로 <광주민중항쟁 - 다큐멘터리 1980> 등이 있다.


   프롤로그 / 얼치기 경제학도의 길 안내


이 책은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쓰는 사람에게도 그러려니와 읽는 사람에게까지 적지 않은 정신적 부담을 안겨주기 쉽다. 왜냐하면 경제학은 지극히 무미건조하고 난해한 학문으로 널리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하나의 그릇된 편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같은 편견을 유포시킨 사람은 경제학자들 자신이다.

우리 시대에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제문제를 좀 더 잘 이해해보려는 소박한 희망을 지닌 어떤 보통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아마도 국내외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저술한 <경제학개론>을 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십중팔구는 조만간 그 책을 팽개치면서 자신의 '부족한 재능'을 탓할 것이다. 그의 눈으로는 <경제학개론>과 미분학 교과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기묘묘한 방정식과 그래프로 가득한 그 개론서는 그가 품고 있는 소박한 '경제학적 의문사항'들에 대해 결코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법이 없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문제를 가능한 한 난해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경제학 개론서를 이해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게 느껴질 정도이니,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사상'이야 보통 사람의 상식과 인내심을 가지고서는 감히 범접할 수 조차 없으리라고 지레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은 결코 주술과도 같은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상아탑의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사회과학 가운데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위험스러운' 주제를 연구한다. 그것은 '부의 창조와 분배'의 배후에 작용하는 법칙을 연구한다. 그것은 물질적 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행동과 인간 사이의 상호관계를 연구한다. 그래서 이 학문은 물질적 부를 차지하려는 인간들 사이의 소란스러운 싸움과 불가피한 관계를 맺게 된다. 경제학은 풍요와 궁핍의 원인을 해명하며 인간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형태의 갈등과 투쟁 - 작은 공장의 파업에서부터 대규모의 폭동과 반란, 혁명과 반혁명, 대학살과 세계적 규모의 침략전쟁에 이르기까지 - 의 물질적 근거를 탐색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경제학은 '거의 전부' 이 모든 소란에 관계하기를 거부하는, 그럼으로써 그에 대한 자기의 입장을 표명하는 그러한 경제학이다. 그것은 별로 '흥미진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날 경제학자들은 풍요와 빈곤의 원인에 대해, 세상의 그 모든 소란스러운 싸움에 대해, 현존하는 사회 질서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해 뚜렷하고도 의미 있는 견해를 표명한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더없이 선동적으로 표현한 데 반해 다른 사람은 어눌하기 짝이 없는 문장으로 늘어놓았지만, 그들이 말하고자 한 바는 모두 명확하다. 그들은 자기 시대의 중대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숨기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찬양과 존경뿐만 아니라 비난과 박해를 받는 것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다룬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생애는 실로 다양하다. 어떤 영국인은 목사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는 모든 형태의 노력을 냉혹하게 비난하면서 사람들 사이의 경제적 불평등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옹호했다. 그와 동시대에 살면서 주식 투기로 거부를 모아 스스로 광대한 토지의 소유자가 된 다른 사람은 지주의 이익이 사회의 다른 모든 사람의 이익을 해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전심전력했다. 오직 자기의 조국을 위해 '국적있는 경제학'을  창안했다가 조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만 융숭한 대접을 받은 독일의 한 우국지사는 끝내 뜻을 펴지 못하고 비극적인 권총 자살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그런가 하면 노동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중산계급 출신의 한 천재는 자본주의 체제와 '풍요한 부르주아 세계'에 불길하기 짝이 없는 파산선고를 내리고 그것을 집행하기 위해 싸우느라 죽을 때까지 마녀사냥과도 같은 박해를 받았다. 그들 가운데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학문 탐구에 일생을 바친 대학교수도 있지만, 중학교 문턱도 못 넘고 갖가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면서 독특한 이론을 세운 방랑자도 있다. 이상주의적 공산촌을 건설하느라 엄청난 재산을 탕진해 버린 걸출한 자선사업가가 있는가 하면, 현대의 부자들을 야만부족과 나란히 세워 신랄한 야유를 퍼붓고서도 아무런 보복을 받지 않은 괴상한 이방인도 있다. 그리고 가장 현대적인 인물로서는 대공황이라는 절망의 골짜기에 빠진 현대자본주의를 구원하러 나섰다가 공산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 '유쾌한 천재'와 위기에 처한 사회주의 체제를 개축하려다 그 체제와 함께 몰락해버린 '크레믈린의 권력자'가 있다.

학자들 --- 물론 학자라고 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 의 사상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부자의 경제학'과 '빈민의 경제학'이라는 분류법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두 진영 사이의 적대적 대립을 강조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두뇌와 심장을 지닌 인간의 학문은 절대로 '중립적'일 수 없으며, '풍요한 세계'와 '가난한 세계'로 분열되어 있는 사회에서 경제학자의 눈은 불가피하게 어느 한편으로 쏠리게 된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풍요한 세계'로 기운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현존하는 경제체제를 선하고 영원한 존재로 간주하여 변화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반면 '가난한 세계'를 중시하는 경제학자들은 현존하는 체제를 사악하고 일시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변화를 추구한다. 물론 대립되는 두 흐름의 경제학은 자본주의의 빛과 그림자 --- 자유시장의 축복과 노동 대중의 궁핍 ---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각각 진실의 단면을 포착하고 있다. 그리고 양쪽 모두를 비교적 균형있게 관찰하는 학자들은 온건한 변화를 권고하는 절충주의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여기서 다룬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두 진영의 어느 한 편을 뚜렷하게 대변하고 있다. 경제사상의 역사는 이 두 진영 사이의 사상적 쟁투의 역사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체계적인 경제학설사나 경제사상사가 아니다. 적어도 형식적인 면에서 이 책은 경제학자들의 '약전 모음'이라고 해야 한다. 여기서는 각각의 경제학자들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고찰하지 않았다. 사실 제대로 쓰자면 한 사람마다 이 정도 분량의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권하려는 것은 경제이론에 대한 체계적이고 풍부한 지식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균형감각과 우리 시대의 경제적인 쟁점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의 경제사상 가운데 몇몇 핵심사항에 관련된 부분을 단편적으로만 차용하였다.

"물질적 부의 원천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풍요와 빈곤은 어떤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은 각자가 이기심을 추구하기만 하면 그것을 사회 전체의 이익이라는 공동선으로 인도하는가?" "자본주의의 분배원리는 어떠한 것이며, 그것은 인류 문명이 이룩한 보편적 가치규범에 비추어 볼 때 도덕적으로 정당한가?" "실업과 공황이라는 자본주의의 내부적 모순은 어디에 기인한 것이며, 자본주의는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가?"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이러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중시한 것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해명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와 같은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된 시대적 상황과 그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태도이다. 그래서  필자는 각각의 글마다 그 시대의 경제상황과 사회상태, 경제학자들의 개인사와 중대한 논쟁거리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다채롭게 뒤섞어 놓았다. 이런 서술방식을 택한 것은 모든 사상은 그것을 낳은 시대적 상황이나 그 사상가의 구체적인 삶의 궤적과 분리시켜 이야기할 경우 공허한 관념의 유희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대학에서 가르치는 '공인된 경제학'은 거의 전부가 이 책의 일곱번째와 열한번째에 등장하는 신고전파와 케인즈의 경제학이다. 그리고 그들의 경제학은 우리들 보통 사람들이 지닌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을 '과학의 영토' 밖으로 추방해 버린 경제학이다. 그래서 그것만을 열심히 배우는 학생들은 극단적인 지식의 편식으로 인해 숲을 보지 못한 채 몇 그루의 나무만을 보고 그것을 경제학의 전부로 오인하게 된다. 반면 그와 같은 '부자의 경제학'의 밑바닥에 놓인 철학을 거부하는 학생들은 반대편으로 달려가 '강의실 밖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편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공인된 경제학'의 수학적 기법을 학습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이 흐르면 그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 책에서 필자는 경제학에 대한 소양을 높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경제학이라는 울창한 숲이 생긴 역사적 과정과 그 숲의 모습을 개괄적으로 보여주고 그 안에 자리잡은 다양한 나무들로 안내하고자 하였다. 그 모두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알아야만 우리가 사는 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여러 가지 얼굴을 공정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의 경제학'이든 '빈민의 경제학'이든 자기가 사는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