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역사이야기

[스크랩] [명장면]영웅론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2. 28. 06:24

 

 

 

 

영웅론(199년)

어느 날 유비는 뒤뜰의 야채밭에 물을 주고 있는데, 조조에게서 급히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유비가 승상부에 들어가자 조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집에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구려."

유비는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 흙빛이 되었다. 그러나 조조는 그를 뒤뜰로 안내하고,

"밭일도 쉽지 않지요?"

하고 말했으므로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그저 심심풀이로 하는 일입니다."

하고 얼버무렸다. 조조는 껄껄 웃고 나서 말했다.

"방금 뜰안 매화 열매가 파랗게 된 것을 보고 문득 작년에 장수를 징벌했을 때, 도중에 물이 부족하여 장병들이 목말라 고생하던 일이 생각났소. 내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계략을 생각해내어, 채찍을 들어 한쪽을 가리키면서 저기 매화나무 숲이 있다고 말했소. 병사들이 이 말을 듣고 입 안에서 군침이 흘러나와 목마름을 면할 수 있었소. 지금 이 매화 열매를 보니 더욱 기쁘오. 마침 술도 따뜻하게 데워졌으니 그대와 같이 이 정자에서 한잔 하려는 거요."

유비는 한결 마음을 놓았다. 저자에는 푸른 매화 열매를 접시에 담아놓고, 술 한 독이 준비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앉아 천천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술기운이 거나할 무렵에 갑자기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소나기가 내릴 것 같았다. 옆에서 시중을 들던 사람이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 맹렬한 회오리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조조와 유비는 난간에 기대어 그쪽을 바라보앗다. 조조가 말했다.

"용의 변화에 대해 알고 있소?"

"상세한 것은 모르고 있습니다."

"용이란 놈은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소. 높이 날아오르기도 하고 몸을 움츠리기도 하오. 커지면 구름을 일으키고 작아지면 먼지 속에도 몸을 감추 수 있소. 높이 오르면 우주 사이를 날아다니고, 몸을 움츠리면 잔물결 사이에 숨기도 하오. 지금은 봄이 깊어져서 용이 계절에 변화를 일으킬 대요. 마치 사람이 뜻을 세워 천하를 종횡으로 누비는 것과 같소. 용은 영웅과 비교 할 수 있소. 현덕은 오랫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녔으므로 많은 영웅들을
잘 알고 있을테지요. 말해보오."

"저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어찌영웅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그건 지나친 겸손이오."

"회남의 원술은 군량도 많고 하니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조조는 웃으면서

"그놈은 무덤의 해골과 같은 자요. 내가 머지 않아 생포할 것이오."

"하북의 원소는 명문 출신이고, 기주를 근거지로 하여 부하들 중에는 유능한 이가 많으니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조는 역시 웃으면서 말했다.

"원소는 겉으로는 위엄이 있어 보이지만 담력이 약하고 모략을 좋아하나 결단력이 없소. 큰일을 하려는 엄두를 내기는 해도 몸을 사리고 조그마한 이익에 눈이 멀어 목숨을 소홀히 하는 놈이니, 어찌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소."

"그럼 여덞 명의 준걸 속에 들어가고 위명을 구주에 떨치는 유표는 영웅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유표는 이름만 대단하지 실력이 없으니 영웅이라고 할 수 없소."

"저 혈기 왕성한 강동의 우두머리 손책이야말로 영웅이 아닐까요?"

"손책은 부친의 위광을 입고 있을 뿐, 영웅이 못 되오."

"익주의 유장은 어떨까요?"

"유장은 한나라의 황족이지만 주인을 위해 문을 지키는 개에 불과하오. 영웅은 아니오."

"그럼 장수, 장노, 한수등은 어떠한지요."

조조는 손뼉을 치며 크게 소리내어 웃고 나서 대답했다.

"모두 평범한 인간이고, 큰 그릇이 못 되오."

"그 밖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는데요."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 좋은 계략을 숨기고 우주를 에워싸는 호기와 천하를 삼키려는 뜻이 있어야 하오. 그래야 비로소 영웅이라고 할 수 있소."

"그럼 누가 그런 분일까요?"

조조는 먼저 유비를 가리키고 나서 다음에 자기를 가리키더니, "지금은 천하에 단지 그대와 내가 있을 뿐이오."

하고 말하는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때마침 번갯불이 번쩍 빛나고 천둥이 꽈르릉 울리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퍼부었다. 유비는 깜짝 놀라 쥐었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엎드렸다. 현덕은 젓가락을 다시 집으며

"천둥이 무서워 그만 실수 했습니다."

하고 말했다. 조조는 웃으면서

"대장부가 천둥이 그렇게 무섭소?"

하고 현덕을 겁이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교활한 조조도 바보처럼 얼버무린 현덕에게 완전히 속아넘어 갔던 것이다.

 

 

 

출처 - 파성

출처 : 삼국지 풀하우스
글쓴이 : 혈마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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