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출제성문(步出齊城門) 제나라 성문을 걸어 나와
요망탕음리(遙望蕩陰里) 멀리 탕음리를 바라 보네.
이중유삼묘(里中有三墓) 마을 안에 무덤 세 개가 있어
누루정상사(累累正相似) 서로서로 꼭 닮았구나.
문시수가총(問是誰家塚) 이것이 누구의 무덤인가 물으니
전강고야자(田疆古冶子) 전강의 고야자라고 하네.
역능배남산(力能排南山) 힘은 능히 남산을 밀어내고
문능절지리(文能絶地理) 글은 능히 땅을 덮을 정도였지만,
일조피참언(一朝被讒言) 하루 아침에 헐뜯음을 당하였으니
이도살삼사(二桃殺參士) 두 개의 복숭아가 세 사람을 죽였네.
수능위차모(誰能爲此謀) 누가 그런 꾀를 냈는가?
국상제안자(國相齊晏子) 제나라 정승 안자로다.
[해설] 제성(齊城)이란 산동성(山東省) 임치현(臨淄縣)으로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도읍이 있던 곳이고, 탕음리는 그 남쪽에 있다. 여기에는 똑같은 묘가 세 개 있다. 삼분(三墳)이라면서 전개강(田開彊)과 고야자(古冶子) 이렇게 두 사람밖에 들지 않았지만 또 한 기의 무덤은 공손접(公孫接)의 것으로서 그들은 모두 문무에 뛰어났던 사람들이다.
[양보음의 배경이 된 이야기]
이 내용은 <안자춘추(晏子春秋)>에서 인용한 것으로 그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景公)때 공손접(公孫接), 전개강(田開彊), 고야자(古冶子) 등, 세 명의 용사가 있었다. 재상(宰相)인 안영(晏瓔)은 이 세 명의 권세를 두려워했다. 만약 이 세 사람이 하나가 되어 일을 일으키는 날에는 제나라에 큰 화가 미칠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안영은 모계를 꾸며 경공에게 그들 삼사(三士)를 제거하라고 아뢰었다. 경공은 이 안영의 모계를 듣고 삼사에게 사자를 보내면서 복숭아 두 개를 주었다. "그대들 가운데 무용이 출중한 자가 이 복숭아를 받으라." 이렇게 경공은 사자를 통하여 명했다. 세명이 같이 있던 자리에서 공손접은 생각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우리 세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안영이 짜낸 계책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쳐 죽이고 용명을 떨친일이 있으니 복숭아 한 개는 내가 가질 수 있지.' 그는 복숭아를 한 개 받았다.
전개강도 삼군을 이끌고 공을 세웠다며 복숭아 한 개를 받았 다. 이것을 보고 고야자가 어찌 참을 수 있었겠는가. "나도 지난날 주군을 따라 강물을 건널 때, 헤엄도 칠 줄 몰랐건만 강물속에 들어가서 큰 거북을 잡아 죽였소.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하백(河伯:河神)이라며 칭찬했다오. 나야말로 복숭아를 받을 자격이 있소이다. 그대들은 그 복숭아를 내놓으시오." 고야자는 이렇게 말하고 일어서더니 칼을 뽑았다. 그러자 공손접과 전개장이 탄식하며 말했다.
"우리의 용맹은 그대에게 비할 바가 못되오. 복숭아를 양보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탐욕이 될 것이고 또한 우리가 죽지 않는다면 이는 용기가 없는 것이오."
그들은 복숭아를 각각 내주고 자살하고 말았다. 이것을 본 고야자도 크게 탄식했다.
"두 친구가 죽었는데 나 혼자 살아 있는것은 인(仁)이 아니요, 남을 부끄럽게 만들고 자랑하는 것은 의(義)가 아니야."
고야자 역시 이렇게 말한 뒤 복숭아를 받지 않은채 자살했다. 사자가 돌아와서 세 사람이 다 죽었다고 보고하자 경공은 예의를 갖추어 세 사람을 후히 장사지냈다.
이것은 군주권을 확립시키는데 성공한 안자의 사업이라하여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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