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경제 불황에 맞춰 이런 영화를 상영하는 건 아마도 나름 깊은 뜻이 있을 거라는 저
만의 기대에 부풀어 이 영화를 보러 갔던 게 사실이었답니다. 불황 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
이 의기소침해 있고, 실제적인 경제 부흥 역할(?)을 최대한 자제하는 면모가 강하니 이렇게
화면으로나마 눈요기하며 대리만족하기도 하고, 기분을 업 시킬 수도 있다는 그럴 듯한 명분
까지 갖다 붙이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 참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왜 이토록 이 영화가 별로였을까
를 생각하다가 제 나름 몇 가지 원인을 살펴 봤는데요.
우선, 이런 로맨틱 코메디 영화는 등장하는 여 주인공의 매력에 의해 성공 여부가 결정되어
진다고 볼 수 있겠는데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 레베카 블룸우드 역을 맡은 아일라 피
셔란 여배우의 포스가 많이 약했던 게 사실인 듯 합니다.
또한 이런 류의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상큼함과 외모의 매력 외에 탄탄한 조연의 빛나는 연
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허허한 마음(?)을 다소 달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역할을
해주는 조연 배우가 거의 없었다고 보여지고요. 그나마 레베카의 부모로 나왔던 존 굿 맨
과 조앤 쿠삭이 백업을 하긴 했지만 그들도 왠지 겉도는 느낌만 강했다는 게 저의 개인적
견해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제가 어쩐지 말도 안 되는 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느낌도 들면
서 너무 피상적이었다는 게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쇼핑 중독증이 심한 아가씨가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도움을 받고, 또 그 사람의 부하 직원이 된다는 것도 그렇고, 너무도 뻔할 뻔
자로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도 한 마디로 너무 진부한 발상이 현대적 매력이라곤 도
무지 찾아보기 힘든, 너무 관객을 쉽게 본 듯한 느낌이 마구 들었나고나 할까요?
게다가 이런 주제는 새로운 것도 전혀 아닌데다가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어서 더 이상
놀랍다거나 상큼하지도 않은데, 이런 영화가 늘 그렇듯 왜 그렇게 또 호들갑스러운지 말이
죠. 영화가 중반을 넘어갈 때가 될 쯤에는 슬슬 짜증도 나고, 뻔한 내용 어서 끝났음 하는
마음까지 드는 정도였으니 아무래도 이 영화는 실패가 확실해 보였지요. 적어도 제게는요.
그래서 쇼핑을 좋아하고, 상큼한 매력을 사랑하는 저 같은 사람이 이럴 지경이라면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고, 이런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에겐 영화를 지켜보는
것 자체도 고역이 될 수 있겠고, 또 하나의 “된장녀의 일상”에 관한 안습(?)에 다름 아니겠
다는 느낌이 확연해졌답니다.
그러니 그저 눈요기로 뉴욕의 화려함을 조금 맛보는 그 이상은 절대 될 수 없었던 이 영화
가 영화를 좋아하는 제게는 참 아쉬웠던 것이지요. 영화가 늘 감동적이거나 교훈을 줘야
하는 건 아닐지라도 적어도 관객들에게 극장비 낸 것을 아쉬워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할 거
라는 생각을 또 해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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