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 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페넬로프 크루즈가 이 영화로 여우 주연상도 아니고(보통 그녀는 주연을 주로 하는 배우인데 말이죠.) 여우조연 상을 탄 것이 저의 관심을 끌었고, 과연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훌륭했었나 보고 싶어서가 우선이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 의외의 대어(?)를 낚은 기분인 거 있죠?
그런데 영화를 선택하기 전 살펴보니 이 영화의 감독이 뉴욕을 너무도 사랑하는 괴짜 감독 우디 알렌이고, 저는 그의 괴팍한 듯, 자유롭고 냉소적인 시선에 아주 매력을 느끼는 사람 인지라 그가 감독을 맡은 영화이니 어디가 달라도 다르겠지 란 기대감을 또 가질 수 있었 지요. 게다가 이 영화에는 페넬로프 크루즈 말고도 유명 배우인 스칼렛 요한슨과 또 얼마 전에 봤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성격파 배우 자비에르 바뎀까지 나오니 영 화를 보기도 전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던 게 사실이었답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우디 알렌이 선호했던 여배우는 ‘다이안 키튼’이었던 듯싶은데, 현대 (?)로 와서는 스칼렛 요한슨으로 바뀌었나 봅니다. 그가 뉴욕을 벗어나 만들었던 또 다른 영화였던 ‘매치포인트’에서도 그는 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작업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영화 제목에서 보여주는 세 개의 단어 중 처음의 두 단어는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들의 이름입니다. 바로 미국 관광객들인 빅키와 크리스티나죠. 둘은 여름 한 때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있는 빅키의 친척집으로 잠깐 여행을 옵니다. 그런데 절친한 친구 사이인 빅 키와 크리스티나는 조금 성격이 달라 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빅키는 이지적이고, 조심성 많아 보이는 반면, 크리스티나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해 보이니까요.
부유한 친척 덕분에 이국적인 스페인의 정서와 음식들을 맛 보고, 또 정열적인 그들의 예술 에까지 접근할 기회를 갖게 된 빅키와 크리스티나 앞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예술가 후안 안 토니오가 나타납니다. 그에 대한 소문(전 부인과 공공연하면서도 거창하게 이혼을 했다는) 을 미리 들어 알고 있던 두 사람에게 그는 다가와 언뜻 유혹으로 들리는 말들을 늘어놓습니 다. 둘의 아름다움을 극찬하고, 자신과 함께 스페인의 ‘오비에도’로 놀러가자는 제안까지 하지요. 하지만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를 보고 첫 눈에 관심을 가지게 된 크리스티나의 눈 길 따라 즉흥적이고 예민한 후안은 그들에게 응답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빅키는 거절을 하지만 역시 크리스티나는 관심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거절하던 빅 키도 결국엔 자신을 따라 여행 온 친구와의 의리를 위해 할 수 없이 동행하기로 결심하고요. 하지만 우리들의 운명은 늘 우리의 의지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요. 아니, 어쩌면 자 신도 잘 모르는 자기 안의 어떤 충동이나 욕망이 자신을 그러한 운명 쪽으로 이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들은 인생에 있어 불예측성의 순간 앞에 서야 할 때도 꽤 여러 번 있으니까요.
영화의 내용에 대한 언급은 이쯤에서 그만두겠지만 이 영화는 바로 이러한 우리들의 내면을 성실하게 관찰하는 영화입니다. 알쏭달쏭하고, 뭐라 확실하게 규정 지을 수 없는 감정의 혼 란, 해서는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행위에 대한 원초적 질문 을 던지는 그런 영화지요. 왜 그렇잖아요? 우리들이 겪는 혼돈과 무차별적으로 공격 당하 는 듯 여겨지는 내부의 카오스의 근본 원인은 가만 생각해보면 바로 다 우리들 자신의 문제 로부터 기인한다는 것 말입니다. 결국 자신이 다 선택한 것이며, 결국 자신이 다 짊어져야 할 몫이라는 걸 우리는 알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싶어하고, 그럼으로 써 자신은 홀가분하게 느끼는 모순과 아이러니요.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 역시 이러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로 사랑하고, 상처 입히고, 또 분노하고, 용서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이런 게임에서 때로 어떤 이들은 이런 사실이 존 재한다는 것, 존재했었다는 것 조차 모르고 넘어가기도 하면서요. 어찌 보면 고통을 당할 필요 없이 넘어가니 차라리 그들은 행운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ㅎㅎ 하지만 저는 이 영화 를 보면서 또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불행의 맛을 아주 쓰게 보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내 삶 안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는 않다고 말입니다. 그러한 점이 바로 제 삶을 좀 더 어렵고, 고달프게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저는 이것을 절대는 놓을 수 없 을 것 같단 예감을 늘 지니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길 희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네 삶의 게임의 법칙을 우디 알렌 식의 유머와 쓸쓸한 듯, 하지만 동시에 꽤나 명랑 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그저 스페인의 정열적이고도 이국적인 풍광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도 충분히 수지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에 개성 넘치는 배우 자비에르 바뎀의 에너지와 열정에 전염되는 듯한 짜릿한 순간도 맛 볼 수 있고, 스페인 여배우인 페넬로프 크루즈의 매력 또한 재발견(남편은 별로 나오지도 않은 그녀가 무슨 아카데미 조연상까지 탔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지만 저는 그녀의 ‘짧되, 굵은’ 강렬한 연기에 매혹을 당했습 니다.)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색다른 매력이 풀풀 넘치는 영화라고 여겨졌답니다.
참, 한 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새로운 사랑법(? ‘폴리아모리’라고 하 는 ‘비독점적 다자 연애’)은 얼마 전 읽었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에도 나왔던 이야기 라 또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솔직한 고백인데요. 이런 사랑을 할 정도의 베짱(?)을 가진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가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또 이런 사랑을 할만한 능력 (?)이 되는 자들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 않을까 란 조금 엉뚱한 상상도 해 봤고요.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거창한 주제나 자극적인 볼거리를 내세우지 않고도 우리들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 훌륭한 영화는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 라면 소득이라고나 할까요?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자, 사랑을 찾고자 애쓰는 자, 지 금의 사랑에 회의를 느끼는 자, 이런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영화가 정답을 주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Giulia & los Tellarini - Barcelona(Vicky Cristina Barcelona OST)
Asturias - Isaac Albeniz
이 음악은 스페인 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기타 연주'를 위해 준비한 것인데, 이 영화에서도 기타 연주 장면이 나온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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