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2007년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초청되었고, 이 영화로 전도연이란 여배우가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후 더욱 이 영화를 보고 싶었었는데 막상 제가 한국을 방문했던 2007년 여름, 이미 영화는 극장 상영이 끝나버려 볼 수 없었기에 많이 아 쉬웠었답니다.
그랬는데 운 좋게도, 얼마 전 몬트리얼에서 영화를 공부하시고 영화를 만들기도 하는 지인 한 분이 메일을 통해 비공식으로 몬트리얼의 한 소극장(콩코디아 대학 내)에서 딱 하루만 상영되는 이 영화를 와서 감상하라는 초대장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싶어 냉큼 달려가 관람을 했지요.
사실 이 영화를 감상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작년 12월 중순쯤이었으니까요.) 왜 지금 와서야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올리게 되었는지 혹시라도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을 조금 곁들이자면, 이 영화가 주는 주제의 무게감에 제 자신 깊이 눌렀었던 게 사실이었다 는 점과 그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참으로 막막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동안 저의 감성 들을 제대로 정리할 시간적 여유 또한 없었다는 게 그 이유가 될 듯 합니다. 거기에 연말 연시로 여러 가지로 몸과 마음이 바빴다는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꼭 이 영화에 대해 제 느낌을 피력하고 싶단 소망은 늘 간직하고 있었는 데, 드디어 오늘이 그 날이 되었네요. 물론 여전히 제 안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져 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풀어 보면서 제 스스로의 사념들을 정리하 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떤 하나의 결과가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 보면서요.
우선 이 영화를 관람했던 내내 들었던 생각으로는 전도연이라는 여배우가 풋풋하고 사실 감 넘치는 얼굴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다시 말해 그녀는 충분히 칸 영화제의 여우 주연상을 받을만한 호 연을 펼쳤다고 동의하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이 부분 - 대부분의 타 여배우들이 맡 은 역할에 몰입하기 보다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더라도 예쁘게 보이길 원하는 것 같은 어 처구니 없는 실수 또는 한계- 을 이 영리한 여배우는 과감히 타파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녀는 오롯하게 영화 속 인물이 되어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으로 절규했고, 자신을 구 원하기 위해 몸부림 쳤으며,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을 실험대에 올리므로 사악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침내는 절망하는 한 가여운 영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우 리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너무 지나치지도, 전혀 모자라지도 않게 이 여배우는 우 리들의 코끝을 싸하게 만들면서 인간적 한계성을 미묘한 갈등과 나약함을 통해 여실하게 전달했다고 보여졌고요.
또한 그녀 못지 않게 사실적 연기를 펼친 송강호 라는 배우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훌륭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의 사실적인 역할 몰입에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의 강렬함을 느꼈는데, 이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에 힘 입어 이 영화가 더욱 빛을 발했다는 저의 판단이 절대 지나친 찬사는 아닐 듯 합니다.
하지만 두 남녀 주연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참으로 만족스럽고, 감탄스러웠던 반면 정 작 이 영화가 던지는 심오한 주제에 대해선 영화가 끝난 후 한참이 지나서도 명확하게 다 가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요. 그건 아직도 제 안에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은 종교 적 정체성이 딜레마의 요체이지 싶기도 하고, 여전히 저는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 상에서 헤매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라는 게 솔직한 고백이랍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깨닫지 못한 채 오리무중 속에서 방황하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이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 보여 주는 갈등과 혼돈의 모습 속에서 그저 종교적 힘에 의존하고, 거기에 안착하는 조금은 작 위성 짙은 결론보다는 인간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울부짖고, 깨지는 그녀의 모습에 더 애 통함을 느끼면서도 차라리 거기에서 구원을 보았다고 여겨졌던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수줍음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영원히 주변 만 맴도는 착한 남자 종찬(송강호 분)의 모습에서, 때론 표현되는 사랑보다 표현되지 못 하는 사랑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했고, 내게도 이런 사랑이 있었던가 라는 아련한 옛 사랑의 추억에 또 잠시 젖어보게 되었고 말이지요.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나도 너무나 확연히 드러나 우리에게 ‘뻔한 뻔 짜’를 주입시키는 그 런 사랑이야기 말고, 이렇게 은은하면서도 약간은 애매모호하기도 한, 그러하므로 더 가 슴 저릴 수 밖에 없는 한 편의 농밀한 추상화 같은 사랑이야기를 접하고 난 후 저의 내부 에서는 수 많은 포말이 몽골몽골 피여 오르며 저를 자분자분하게 만들었지요. 그러니 결 론적으로, 저는 이 영화가 참으로 밀도 높은 한 편의 수작이라는 것에 고요히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영화를 더 많이 좀 봤으면 하는 소망을 품게까지 되었답 니다.
*** 흐르는 음악은 이 영화의 OST 로 쓰인 Christian Basso의 "Criollo"란 곡입니다.
|
'세상테크 > 영화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인도 판 ‘누가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나요?’… “Slumdog Millionaire” (0) | 2009.05.14 |
---|---|
[스크랩] 센슈얼하면서도 서정적인… 양심에 관한 이야기 “The Reader” (0) | 2009.05.14 |
[스크랩] 부정에 몸부림치는 통쾌한 액션이 돋보였던 영화 “Taken” (0) | 2009.05.14 |
[스크랩] 매력덩어리 영화 “Vicky Cristina Barcelona” (0) | 2009.05.14 |
[스크랩]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탑 10 (0) | 2009.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