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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센슈얼하면서도 서정적인… 양심에 관한 이야기 “The Reader”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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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로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과 더불어 여우

조연상까지 받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아직 그녀가 주연상을 받은 영화는 보지 못해 뭐라

말하기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의 그녀의 열연에는 적극 동감인지라 지극 당연한 결과(한 시

상식에서 한 배우가 두 개의 상을 다 받는)일 거라는 데 한 표를 던지고 싶어집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전 과연 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혼자 골똘히 생각해보았습니다.

해석 그대로라면 독자, 독서가쯤 될 터인데 그게 과연 뭘 말함인지 궁금했던 거지요. 

리고 영화를 다 감상하고 난 다음 제 나름대로 내린 해석은 책 읽어주는 사람이나 책 읽

는 사람쯤으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이 한 사람은 책을 읽어

주는 사람으로, 또 한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인데요.  지금부터 그 이

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한 말끔한 신사가 여자에게 아침 식사를 준비해 줍니다.  그리고 그는 출근을 하기 위해 밖

으로 나와 전차를 보면서 거의 30년 전의 일을 기억하게 되지요.  배경은 독일이고, 시기

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대 말입니다.  속이 불편해 보이는 한 소년이 전차에서

내려 어떤 아파트 앞에서 겨우 몸을 가누고 있습니다.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 있고, 그는

마침내 길바닥에서 구토를 합니다.  그때 집으로 들어가던 한 여성이 그를 도와 그의 집까

지 그를 바래다주지요.

 

며칠을 앓아 누운 그 소년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녀의 아파트를 찾아가고, 그녀가

전차 차장이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되지요.  그후 그 둘은 서로 이끌리며, 나이 차에 상관없이 서로 몸을 섞는 관계로까지 발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 둘 사이에 일종의 암묵적 계약이 맺어지는데, 그건 바로

소년(마이클 버거)이 여인(한나 슈미츠)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였습니다. 

 

차분하고, 감상적인 소년이었던 마이클은 그녀의 요구대로 날마다 새로운 책을 가져와 그

녀에게 읽어주게 되고, 대신 그녀의 육체를 실컷 향유합니다.  그렇게 둘의 관계는 비밀리

에 진행되어 갔지만 어느 날 직장을 옮기게 된 한나는 마이클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나

버립니다.  상심한 마이클은 한 동안 고뇌에 젖어 힘들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

듯 결국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녀의 존재를 서서히 잊어가게 되지요.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법대에 들어간 마이클은 교수와 더불어 세미나의 한 과정으로

법정을 방문해 한 재판을 구경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예전 한때 많이 사랑했다고

믿었던 한나를 만나지요.  그녀는 전범재판의 피의자로 아우슈비츠에서 감시원으로 일하

던 시절 유대인 여성들을 교회에서 타 죽게 한 사건으로 수사 중이었습니다.  그녀는 자

신이 그 일을 그저 직업인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정당성을 주장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

었음을 항변하지만 그녀의 순진한 답변은 다른 피의자들에게 그녀를 옭아맬 구실을 던져

주지요.

 

그녀 한 명을 속죄양으로 만들 목적으로 다른 피의자들은 그녀를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

여성들을 학살하는 명령을 내린 장본인으로 몰아세웁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

하기 위해서 그녀는 직접 사인을 해 보임으로 실제 명령자와 자신의 필적이 다름을 증명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지요.  아니, 사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입니다.  왜냐면 그녀는 글씨를 쓸 줄도, 글을 읽을 줄도 몰랐던 문맹이었으니

까 말이지요.

 

그녀가 사인하길 거절하면서 순순히 자신이 명령을 내렸다고 고백하는 순간, 마이클은

그녀의 비밀을 깨닫고 괴로워합니다.  그녀가 그토록 자신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청했던

이유, 또 자신에게 한 줄의 이별 통지도 없이 떠나야 했던 그 이유를 알아버린 것이지요. 

자신이 나서 그녀와의 일을 밝히고, 그녀가 이전부터 글을 읽지 못했었다는 것을 증거하

면 그녀를 구할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침묵하기로 마음을 결정합니다.  얼마

간의 고뇌와 괴로움으로 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또 그녀의 소망(위험에 처할 수 있었

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문맹이란 것을 절대 밝히고 싶어하지 않는)을 위해, 또 법적으

로 피의자가 원치 않는 증거를 밝힐 수 없는 이유로 그녀와의 비밀을 덮어둡니다.

 

그 재판으로 그녀는 결국 종신형에 처해지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단지 몇 년간의 형기만

을 받게 됩니다.  그 후 변호사가 되어 성공한 듯 보이는 마이클의 삶이 그다지 평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오고, 그는 한나에게 자신이 읽어주었던 책들을 다시 발견

하면서 중대한 결심을 하지요.  바로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문학 작품을 좋아했던 한나

를 위해 자신이 직접 레코더에 녹음을 해서 책을 계속 읽어주겠다고 말입니다.

 

이미 많은 내용을 언급하긴 했지만 마지막 얼마 남은 내용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그만두

려고 합니다.  대신 제가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로 여기에서부

터 시작되었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고요.  더불어 이 영화의 주제는 그 흔한 유태인들

의 홀로코스트는 아니고, 한 남자의 성장 과정과 양심에 관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

니다.

 

어찌 보자면 홀로코스트라는 하나의 사건도 우리의 양심과 연관이 있는 일임에는 분명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한 인간의 양심에 더 초점을 맞춘 듯 보입니다.

선하고 서정적인 한 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의 성에의 탐닉과 그에 따른

드라마틱한 선택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저를 사로잡았던 것은 순진하고 섬세했던 한

청년이 죄의식으로 인해 혼란한 삶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로 인해 힘들게 지내오

다 결국에는 그걸 보상할 기회를 접하고 한 인간을, 아니 결국에는 스스로를 구원하기에

이르렀다는 바로 그것이었지요.

 

많은 양심들이 메말라 가고 스스로를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며, ‘양심이란 단어의 고

갈에까지 이른 듯한 작금의 현실에서 바로 이렇게 양심을 뒤늦게나마 되찾고 자신을,

한 가여운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보는 것은 분명 신나고, 흥분되는 일이었으니까 말입니

.  또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소통에 대한 갈망이 여러 가지로 조망될 수도 있음을 발견

할 수 있었던 좋은 영화로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단 예감이 듭니다.

 

사족으로 이 영화로 여우 조연상을 타게 된 케이트 윈슬렛이 여우 주연상을 타낸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찍기 위해 스케쥴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 역할은 니콜 키드만에

게 돌아가기로 했었는데, 이번에는 또 니콜이 임신으로 여의치 않게 되어 다시 케이트에

게 역할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마이클을 연기한 배우 데이비드 크

로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연기자는 다 독일의 배우였다고 하네요.

 

한 가지 더, 제가 제목에 <센슈얼>이란 단어를 넣은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한나와 어

린 소년 마이클이 벌이는 정사신이 꽤 육감적이면서도 뭔가 어설픈 듯, 그러면서도 열렬

히 그러한 행위를 배워나가는 소년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분명 둘 사이에 흐르는 소통

에 대한 갈망을 뛰어넘는 관능미까지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밝힙니다.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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