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영화의 진실성이 크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알면서도 속는 것이 아주 즐겁고, 허구의 세계와 미심쩍은 결말이라도 그것에 기꺼이 동화되어 그저 마음 한 구석이 따 뜻해진 것에 마냥 행복할 때도요. 나온 지 꽤 되는 이 영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발견하게 된 건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뒤늦게나마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스러웠던지 말입 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두 남녀가 하루 밤 우연히 만나 꿈 같은 사랑을 나누고, 아쉽게 헤어집니다. 남자는 가수 겸 곡을 만드는 작곡가이고, 여자는 첼로를 연주하는 클래식 전공자고요. 이 둘 사이에는 늘 그렇듯 방해자가 있었는데, 그건 다름 아닌 여자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는 그저 둘 사이의 사랑만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한 생명의 인생까지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렸지요. 결과론적으론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겠지만 아무튼 그로 인해 여러 인생이 거친 바다의 풍랑 속에 내던져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남자는 여자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다 목숨처럼 사랑하는 음악까지 버리게 됩니다. 여자 역시 자신의 꿈을 접고 그저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음악과의 끈만 유지하고 있고요. 그 둘 사 이에 태어난 아기(원래 이름은 에반 테일러였는데 후에 어거스트 러쉬로 바뀝니다.)는 부모가 그의 존재를, 그 또한 자신의 부모가 존재하는 지, 안 하는 지도 모른 채(너무 밝히면 스포일러 가 될 것 같아 그냥 이렇게 남겨두겠습니다.^^) 보육원으로 보내집니다. 그 아이는 자라면서 남과 다른 음감을 재능으로 받았다는 걸 알게 되지요. 음계는 모르지만 그저 들리는 것으로 그는 모든 음을 기억하고, 재생해 낼 수 있습니다. 보육원을 나와 언젠가 자신의 음악을 듣고 부모가 나타날 걸 꿈꾸던 에반은 자신의 천재적 음악성을 알아주는 두 사 람을 만나게 되는데요. 한 명은 자기처럼 처지가 어려워 교회에서 엄마와 생활하는 한 흑인 소녀이고, 또 한 명은 영감적 음악을 고수하는 거리의 악사들의 대부 위자드입니다.
에반의 음악성을 알아본 위자드는 그를 이용해 돈벌이할 궁리로 그에게 새로운 ‘어거스트 러쉬’ 란 이름을 주고 누구에게도 본명을 밝히지 말라고 회유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들르게 된 교회 에서 천상의 화음을 듣고 그는 처음으로 흑인소녀로부터 음계를 배우지요. 그의 음악성은 담임 목사에게도 알려져 드디어 그는 체계적인 음악 수업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되고요. 그것도 세계적 음악학교이자, 자기 엄마의 모교인 ‘줄리어드’에서 말입니다. 시카고와 뉴욕, 샌프란시스코로 세 사람의 운명이 엇갈려 보내길 어언 11년이 조금 넘어 세 사람 은 서로의 존재를 향해 서서히 접근하게 됩니다. 투병 중이던 아버지에게서 아기의 존재를 확인 한 에반의 엄마, 라일라는 에반을 미친 듯이 찾기 시작하고, 잊지 못할 연인 라일라는 찾으려고 에반의 아빠 루이 역시 그녀의 소재지를 찾아 길을 떠나고요. 에반은 늘 가슴 속에 자신의 부모 와 재회하는 꿈을 간직하고 있으니 언젠가 그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음악에 몰두하고 있고요. 드디어 세 사람이 상상하지 못할 우연과 필연의 씨줄, 날줄에 의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 그 날, 두 부모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고스란히 받음을 물론, 거기에 더해 하늘이 내려준 천부적 재능으로 줄이어드의 새 역사를 쓴 에반은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 하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만천하에 드러냅니다. 바로 그 순간 에반이 지금까지 꿈꾸어왔던 부 모와의 상봉은 동화가 아닌, 현실이 되었고 말이지요. 이 영화는 음악을 좋아하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에 우리를 뜨거운 감동으로 이끌어주는 드라마 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영화가 분명해 보입니다. 제 자신 영화가 끝나 고도 한참 엔딩 자막과 음악을 감상하면서 넋을 놓고 있었는데요. 왜 넋을 놓게 되었는지 그 이 유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아마도 그건 큰 감동과 심금을 울리는 음악 속으로 제 자신 깊숙히 침잠했었고, 꿈이 실현된 것을 목격한 기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참, 엔딩 자막을 보다가 이런 좋은 음악들을 만든 사람이 누군가 하고 봤더니 바로 영화 음악 감 독으로 유명한 한스 짐머더군요. 그는 영화 ‘레인 맨’을 시작으로 ‘캐러비안 해적’, ‘글래디에이터’, ‘더 록’ 등 굵직한 영화의 음악을 만든 영화 음악의 거장입니다. 어쩐지 음악 역시 참 서정적이면 서도 힘이 넘친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블록버스터였던 ‘다크 나이트’의 OST도 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함께 공동 작업한 것이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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