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테크/교회소식

부산의 종교지도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7. 24. 07:55

[新 문화지리지 2009 부산 재발견] <10> 부산의 종교지도

사찰·교회만 2천400여개… 종교 간 ' 마음' 열린 만남 활발

 



지난 2001년 12월 20일. 부산 천주교 가야성당에서 스님, 신부, 목사, 수녀, 정녀 등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이 한자리서 노래하고 춤추며 기도했다. 이름하여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을 위환 기도회 및 작은 음악회'. 기독교 성탄절의 의미를 다른 종교인들까지 그렇게 축하한 자리였다. 주최는 부산종교인대화아카데미였다.

부산에서 종교인들 간의 그런 만남은 오래됐고 또 활발하다. 부산종교인대화아카데미를 비롯해 부산종교인평화회의, 공동선실천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 열린종교시민대학, 부산종교인평화포럼 등 형태도 갖가지다. 교리와 역사, 문화가 다른 탓에 좀체 서로 어울리지 않는 종교인들이 부산에서는 왜 이렇게 마음을 '허락'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부산에 종교의 다양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흔히 부산은 불교의 기운이 강한 곳이라 하지만, 이는 한쪽만 본 탓이다. 개신교나 천주교 등 다른 종교들도 불교에 비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만만찮은 교세를 자랑한다.

현재 부산에 있는 불교의 사찰은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해 대한불교천태종, 한국불교태고종, 대한불교법화종, 대한불교진각종, 대한불교법연종 등 모두 27개 종단에 1천여 곳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중심은 아무래도 대한불교조계종 계열 사찰. 부산의 조계종 사찰은 모두 149곳(200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그중 공찰(公刹)은 29곳이고 나머지는 사설 사암으로 등록돼 있다.

2대 종단이랄 수 있는 한국불교태고종의 경우 부산종무원장을 맡고 있는 경담 스님에 따르면 40여 개 정도로 짐작된다고 하지만 실질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 대한불교천태종 계열 사찰은 삼광사 등 4개 사찰이 등록돼 있고, 대한불교진각종은 명륜심인당 등 모두 9개 사찰이 부산에 있다.

개신교의 경우, 부산기독교총연합회의 부산기독교총람에 이름을 올린 교회는 모두 1천400여 곳. 그중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교회는 10여 곳. 1891년 부산진교회를 시작으로 1892년 초량교회, 이어 1897년 제일영도교회 등 장로교 교회들이 잇따라 설립됐다. 이후 1918년에 수정동성결교회가 성결교회로서, 한참 뒤인 1948년 제일감리교회가 감리교회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부산 개신교 역사의 산증인인 이들 교회와 함께 현재 부산기독교총엽합회, 부산성시화운동본부 등을 통해 지역 개신교의 여론을 주도하는 교회는 수영로교회, 신평로교회, 호산나교회, 삼일교회, 거제교회, 온천교회, 해운대순복음교회, 부산영락교회 등이 꼽힌다.

1890년 부산진본당이 설립되면서 주춧돌이 놓여진 부산의 천주교는 현재 부산지역에만 75개 본당과 37개 수도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원불교는 1931년 부산 서구 하단동에 불법연구회 하단지부를 결성한 이후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부산 전역에 4개 지구 55개 교당을 가진 교세로 확장시켰다.

또 1974년에야 비로소 부산교구가 설정된 대한성공회는 그동안 부산주교좌성당을 비롯해 부산에만 8개 교회를 세웠고, 1937년 부산 동구 영주동에 전교실이 설치됨으로써 시작된 부산 천도교는 현재 부산시교구를 비롯해 북부산교구 등 7개 교구를 부산시내에 설립해 전교에 힘쓰고 있다.

이 밖에 부산에는 1980년 지어진 한국이슬람부산성원, 1986년 세워진 성모희보성당이 있어 각각 이슬람과 정교회의 맥을 전하고 있는 한편 순수 국내 종교인 증산교 계파인 태극도 본부, 한국천부교의 집단 신앙촌이 각각 사하구 감천동과 기장군 일원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래에 부산 중구 대청동 일대를 종교의 거리로 활성화시키자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청로를 중심으로 성공회 부산교구청, 원불교 부산교구청, 천주교 주교좌중앙성당, 부산가톨릭센터, 정교회 성모희보성당을 비롯해 사찰과 교회까지 다양한 종교시설이 집결해 있기 때문이다.

대한성공회 부산교구장인 윤종모 주교는 "종교 화합의 상징으로서 대청로 일대를 주목하고 있다"며 "주변 종교인들과 함께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에 종교로 특화된 거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말이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