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8일 오후 8시16분39초.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를 밟은 이래 47년 만에 한국인 이소연을 태운 우주선 소유즈 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이로써 한국은 36번째로 우주인 배출 국가가 됐고, 이소연 씨는 세계 475번째 우주인이자 49번째 여성 우주인으로 기록됐다. 2008년 4월 19일, 대한민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카자흐스탄 쿠스타나이공항 남동쪽 350㎞ 초원지대에 착륙했다. 11일 만에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남달랐다.
같은 시기 국내에선 지극히 현실적인, 그러나 중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한 다음날 치러진 18대 총선은 역대 전국 선거 투표율 최하위를 기록했고, 역시 대한민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이랄 수 있었던 4·19혁명 48돌 기념일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같은 시기 취임 후 첫 정상외교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 소식만이 언론의 주요 뉴스에 올랐을 뿐이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우주시대가 열렸다.” 이 과장되고 흥분된 어조의 표현은 한동안 미디어를 통해 국민의 뇌리에 못 박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번의 우주 쇼가 과연 우리의 실제적 과학기술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간과해서는 안 될 것 하나. 과학, 특히 우주과학이야말로 문학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 SF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과학 소설가 쥘 베른은 우주과학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던 19세기 말에 소설 <80일간의 우주여행>을 발표(1873년), 인류의 우주정복에의 꿈을 이끌었으며, 그로부터 반세기 이상이 지난 후에야 그의 상상력이 현실화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우주과학의 모태는 상상력이며, 바로 그 상상력을 통해 길어 올린 숱한 발명과 발견들이야 말로 인류의 역사를 이끌었던 지표들이었다는 점을 새삼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08년 5월의 출판 키워드를 ‘발명과 발견’으로 정한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먼저 ‘발명’이다. <신기한 발명의 역사>는 동그라미의 혁명 바퀴에서부터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까지 각 분야의 발명을 살펴보고 있다. ‘시계를 발명하기 전에는 어떻게 시간을 알았을까?’,, ‘전화를 발명하기 전에는 어떻게 소식을 전했을까?’, ‘구텐베르크가 처음으로 금속활자를 발명했을까?’, ‘인터넷의 발명으로 우리 삶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등 어린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으며 읽으며 스스로 상상력을 키워나가도록 돕는다.
그러나 발명이 꼭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건 아니다. 최근 애플(Apple)의 창조적 혁신이 기폭제가 되어 창조적 접근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경영기법과 디자인 등 인간의 능력, 특히 상상력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많은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삼성 애니콜의 한글입력 시스템인 천지인한글을 발명한 저자가 창조적 접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사고가 가능해지는 비결들을 소개한 <혁신바보 : 천지인한글 발명자의 혁신 이야기>은 유익하다.
발명의 역사나 기업의 발명담을 담고 있는 책이 어른들의 발명의지를 자극한다면 그 외의 책들은 대체로 청소년 혹은 어린이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유레카 박사의 과학편지 발명>, <발명 프린세스 1, 2>, <장영실 : 측우기를 만든 조선 발명왕>, <좌충우돌 지식탐험대 발견·발명> 등이 그것들인데, 특히 우리 조상의 과학적 우수성을 증빙하는 <장영실 : 측우기를 만든 조선 발명왕>은 어린이들에게 역사와 과학에 대한 고른 이해를 돕는 책이라 할 만하다.
이어지는 키워드는 발견이다. 발명이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의미 외에 개별적·개체적 성취의 뉘앙스를 갖는 낱말이라면, 발견은 ’이미 있는 것에 대한 새로운 존재감의 부여‘라는 본 뜻 외에 발명의 어감과는 대별적으로 총체적·포괄적 성취의 어감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발명과 발명은 닮았으면서도 미세하게는 다른 의미를 가진 상이한 개념어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발명과 대별되는 발견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책으로 <아름다움의 과학>을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독일 의사 울리히 렌츠가 사람들의 표면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외모야말로 우리의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덕목이라는 ‘과학적’ 고백을 담은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의 눈에 따라 다른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키나 몸무게처럼 눈동자나 머리색처럼 정량화 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개념일 수 있다는 도발적 내용 등을 통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 관념의 전복이라는 점에서, 특히 발견 혹은 재발견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책이라 하겠다.
근대의 과학과 근대인의 관심사가 온통 ‘밖으로 혹은 더 넓게’를 화두로 삼아왔다면 20세기말 인류는 인간의 내면에 천착하기 시작했다. 그 천착의 결과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그것이 지금 소개하는 책들이다. <어른의 발견>, <성격의 재발견>, <욕망의 발견>,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 <인생카페> 등등.
<어른의 발견>은 20대 후반의 청년이 40대 중반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결혼, 부부, 아이, 중년, 생활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내면화된 언어로 다룬 심리에세이다. 40대 중반의 저자는 어른이 되어가는 심리의 반항과 집착, 부딪침과 깨짐, 브라운 운동 등에 대한 자신의 경험적 통찰을 담았다.
<성격의 재발견>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성격검사 도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브릭스-마이어 유형지표’(MBTI). 그 MBTI를 만든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보통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쓴 책이다. 책은 칼 융의 심리유형을 바탕으로 16개의 성격유형을 아주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저자는 사람이 어떤 성격유형이냐에 따라 당신이 이 세상에서 보는 것들과 이 세상에 대해 내리는 결정이 달라지며 학교, 직장, 가정 혹은 개인적 관계에서 성공을 거두느냐 여부도 그 성격유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욕망의 발견>은 인간의 욕망을 실례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일반 독자들을 위한 심리 책이다. 특히 욕망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욕망이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욕망의 형성과 욕망의 성취와 인간의 행복 사이에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지에 관한 통찰과 안목을 제시한다. 책은 우리의 충동과 바람과 욕구로의 긴 여행에 우리를 동참시켜 우리에게 그런 감정들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떻게 우리가 그 감정들의 고삐를 늦출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은 저자 빅터 프랭클이 알기 쉬운 예와 유머를 곁들여,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불안정한 심리에 대해 재미있게 설명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심리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책은 나도 정신병이 있는 건 아닌지, 순간순간이 불안하다는 등 현대인들이 잃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을 체험적, 이론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블랙홀 이야기>, <환경지식의 재발견>, <한 줄의 고전> 등도 다양한 발견의 풍경들을 보여주는 책들이다.
=========================================================
Tip : 5월 키워드 목록
발명
1. 혁신바보 : 천지인한글 발명자의 혁신 이야기
최인철 저/ 296쪽/ 가산출판사/ 11,000원
2. 신기한 발명의 역사 : 동그라미의 혁명 바퀴부터 정보의 바다 인터넷까지
필립 시몽,마리-로르 부에 글/ 크리스틴 르마이에르,베르나르 알루니, MIA,자크 다이양 그림/ 김영신 역/ 135쪽/ 깊은책속옹달샘/ 13,000원
3. 유레카 박사의 과학편지 발명
QA과학기획팀 저/ 추미옥 역/ 왕연중 감수/ 96쪽/ 동아사이언스/ 12,500원
4. 발명 프린세스 1, 2
Kumagai Kyoko 글,그림/ 학산문화사/ 각권 3,800원
5. 장영실 : 측우기를 만든 조선 발명왕
김영자 글/ 박찬욱 그림/ 56쪽/ 흙마당/ 7,500원
6. 좌충우돌 지식탐험대 발견 · 발명 : 우리 아이 똑똑하게 만들기 프로젝트!!
이노 글/ 씨앤톡 만화컨텐츠팀 그림/ 씨앤톡키즈/ 9,500원
발견
1. 아름다움의 과학 : 미인 불패, 새로운 권력의 발견
울리히 렌츠 저/ 박승재 역/ 392쪽/ 프로네시스/ 15,000원
2.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 내 안의 강점 발견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저/ 262쪽/ 고즈윈/ 12,800원
3. 하워드 진 살아있는 미국역사 : 신대륙 발견부터 부시 정권까지, 그 진실한 기록
하워드 진, 레베카 스테포프 공저/ 김영진 역/ 336쪽/ 추수밭/ 13,000원
4.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 : 사소한 것에서 위대한 비밀을 발견한 천재들
구트룬 슈리 저/ 김미선 역/ 317쪽/ 다산초당/ 13,000원
5. 어른의 발견 : 어른들의 속마음을 파고드는 심리누드클럽
윤용인 저/ 249쪽/ 글항아리/ 12,000원
6.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 : 합스부르크 제국의 정신사와 문화사의 재발견
윌리엄 존스턴 저/ 변학수,오용록 등역/ 734쪽/ 글항아리/ 28,000원
7. 성격의 재발견 : 마이어스 브릭스(Myers-Briggs) 성격유형 탐구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저/ 정명진 역/ 344쪽/ 부글북스/ 13,000원
8. 블랙홀 이야기 : 별의 죽음에 관한 논쟁에서 블랙홀 발견까지
아서 I. 밀러 저/ 안인희 역/ 539쪽/ 푸른숲/ 25,000원
9. 욕망의 발견 :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는 왜 원하는가
윌리엄 B.어빈 저/ 윤희기 역/ 367쪽/ 까치(까치글방)/ 15,000원
10. 환경지식의 재발견 :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이진아 저/ 285쪽/ 책장/ 11,000원
11. 한 줄의 고전 : 압축된 천년의 지혜, 고사성어의 재발견
이창일 저/ 411쪽/ 살림출판사/ 15,000원
12. 인생카페 : 나를 발견하고 행복을 찾는 카페에서의 하룻밤
존 스트레레키 저/ 고상숙 역/ 206쪽/ 뜰/ 10,000원
13.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 :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심리학 강의
빅터 프랭클 저/ 강윤영 역/ 이시형 감수/ 219쪽/ 청아출판사/ 10,000원
'이야기테크 > 책방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키워드로 읽는책(0803) : 도전 & 실패 (0) | 2009.09.08 |
---|---|
[스크랩] 4월의 키워드 : 혁명 & 자유 (0) | 2009.09.08 |
[스크랩] 한강, 우리 역사의 시원, 생명의 기원 (0) | 2009.09.08 |
[스크랩]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들의 충고와 비판 (0) | 2009.09.08 |
책을 읽는 이유 (0) | 2009.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