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어감으로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혁명과 자유라는 말이 그런 류의 말입니다. 한때 혁명은 필연적으로 피의 냄새를 수반하는 극단의 언어였습니다. 자유 역시 투쟁으로 쟁취되는 것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혁명은 반드시 피의 냄새를 동반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새로움과 변화의 이미지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무릇 혁명과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4월입니다. 그리고 마침 근래 들어 비록 그 의미는 다를지언정 혁명과 자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자연스런 흐름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아무튼 4월의 출판 키워드는 혁명과 자유입니다.
우선 다양한 의미와 형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혁명’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애초 혁명이 사전적 의미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을 의미한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력 관계의 의미로 해석하려다 보면 좀 더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과 사건을 결부시킬 수밖에 없지만 작금의 현실에서 쓰이는 혁명의 의미는 거개가 그런 것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굳이 크리슈나무르티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현실사회의 화두는 ‘자기 혁명’입니다. 일테면 혁명의 내면화라고 할까요.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체제의 변화를 바라는 건 무의미하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먼저 황농문 교수의 <몰입 Think hard!>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지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유행시킨 말이기도 한 ‘몰입’이 공학자 황농문에 의해 전혀 다른 의미로 삶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30년 가까이 공학연구에 몸담아 온 공학자며 ‘하전된 나노 입자 이론’으로 최우수논문상을 수상한 과학자인 황 교수가 제시하는 몰입적 사고의 방법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진정한 자기혁명을 위한 단초가 될 게 자명합니다. 전례 없이 ‘강력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책은 <보노보 혁명 : 제4섹터, 사회적 기업의 아름다운 반란>입니다. 승자독식의 사회, ‘80 대 20의 법칙’이 판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양극화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졸부들을 제회하곤 말입니다. 이 책은 그런 졸부들의 행태가 침팬지 못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폭력과 탐욕으로 얼룩진 듯 보이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사랑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보노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이 책의 내용입니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의 이름으로 약극화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보노보들이 일으키는 소리없는 혁명에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혁명이라는 키워드에서는 현실 사회의 새로운 혁명을 다룬 책과 과거의 혁명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책들이 동시에 등장합니다. 과거의 혁명에 대한 새로운 조명으론 <차티스트 운동, 좌절한 혁명에서 실현된 역사로>를 들 수 있으며, 현실 사회의 새로운 혁명으로는 <탄소경제의 혁명 : 2008 지구환경보고서>, <레볼루션 교회혁명 : 조지바나의 21세기 탈교회화 현장 보고>, <대학병원 혁명>, <뉴스의 혁명, NEWSML> 등입니다.
특히 <탄소경제의 혁명>은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탄소경제’의 혁명적 변화 없이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지적하고 있는 환경보고서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비평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긍정적 변화들에 주목합니다. 예컨대 제너럴 일렉트릭(GE), 월마트, 도요타 등 세계 굴지의 진취적 기업들은 환경을 새로운 비즈니스에 접목해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전한다. 저자는 환경의 가치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이젠 지구촌 환경변화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혁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 외 시대의 조류에 따른 다양한 관심권으로 이전된 혁명적 분위기도 접할 수 있습니다. <김종철의 최적투자 33혁명>이나 <여자 몸만들기 4주 혁명>, <코코 샤넬 : 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패션 혁명가> 등이 그에 속합니다.
<코코 샤넬 : 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패션 혁명가>는 이제 패션은 단지 멋이나 유행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산업이며 문화이고,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 양식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디자이너의 감성과 그 나라의 문화를 입는 것에 다름없기에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패션을 향한 일차적인 욕구를 넘어, 패션을 문화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킨 최초의 디자이너인 코코 샤넬을 통해 문화혁명의 일단을 엿본다는 겁니다. 그와 연동해서 <여자 몸만들기 4주 혁명> 또한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어지는 키워드는 ‘자유’입니다. “자유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힘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오는 명제입니다. 밀의 책이 <자유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복간되었습니다. ‘자유’에 관한 대표적인 고전으로 꼽히는 ‘On Liberty’를 새로 번역한 이 책은 자유주의가 아직 그 진보적인 성격을 잃지 않고 있었던 19세기 중반에 존 스튜어트 밀이 자유의 가치를 재천명하고 그 이론적 토대를 확고하게 다져놓겠다는 목적으로 저술한 소논문입니다. 책에서 밀은 국가, 사회, 집단의 전제로부터 개인의 자유가 보호돼야 하는 이유를 논증하고, 여러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개인과 사회, 개인과 국가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수전 손택의 유고 평론집 <문학은 자유다> 역시 눈에 밟힙니다. 수전 손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말년에 쓴 열여섯 편의 글을 모은 이 평론집은 레오나드 칩킨이나 안나 반티의 매력적인 책들을 소개한 글이나 빅토르 세르주에 대한 그간의 애정을 드러내 보여 준 평론들을 통해 세계 지성들의 사상 속으로 훌륭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트남 반전운동부터 이라크전 반대 등,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사람들과 기꺼이 등을 지고 과감한 주장을 했던 손택의 육성을 ‘미국의 야만성’에 담아내고 있는 등 작가 손택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대적 자유를 향한 반역의 역사> 역시 관심을 기울일 책입니다. 10여 년 동안 한국 아나키즘운동 연구에 천착해 온 학자 이호룡이 아나키즘과 아나키스트들의 활동을 다룬 당시 신문·잡지는 물론이고 아나키스트 단체가 발행한 각종 간행물과 팸플릿, 해외 아나키스트 단체의 자료 등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모아 한국 아나키즘의 역사를 생생히 살려낸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막연하던 국내 아나키즘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 : 로맨틱 기차 여행>은 자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만하고, <홍사장의 책읽기> 역시 독서와 사색을 통해 자유로운 경영을 실천하는 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와 <자유를 향한 교육>은 교육계에 불어 닥친 성과주의와 승자독식의 논리를 타파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이미 권력화한 대학들은 어떤 변화를 꾀해야만 하는지를 곱씹게 하는 책입니다.
그 외 전택부 전 YMCA 총무가 번역한 에밀 브루너의 <정의와 자유>와 <휴비담론 :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통한 행복찾기>(이달원·이윤숙 공저)은 자유주의의 연원을 캐면서 현실사회에서 변화하고 있는 자유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저작으로 판단됩니다.
=========================
혁명
1. 몰입 Think hard!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황농문 저/ 290쪽/ 랜덤하우스코리아/ 12,000원
2. 김종철의 최적투자 33혁명
김종철 저/ 359쪽/ 새빛에듀넷/ 24,000원
3. 여자 몸 만들기 4주 혁명
한동길 저/ 288쪽/ 아우름/ 15,000원
4. 보노보 혁명 : 제4섹터, 사회적 기업의 아름다운 반란
유병선 저/ 251쪽/ 부키/ 12,000원
5. 레볼루션 교회혁명 : 조지바나의 21세기 탈교회화 현장 보고
조지 바나 저/ 김용환 역/ 208쪽/ 베이스캠프/ 8,400원
6. 코코 샤넬 : 여성에게 자유를 선물한 패션의 혁명가
브리지트 라베, 미셸 퓌에크 저/ 이세진 역/ 127쪽/ 다섯수레/ 9,000원
7. 대학병원 혁명
구로카와 키요시 저/ 김주영 역/ 240쪽/ 한언/ 12,000원
8. 뉴스의 혁명, NEWSML : 뉴스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다
김명기, 최진순 공저/ 495쪽/ 박문각/ 20,000원
9. 탄소경제의 혁명 : 2008 지구환경보고서
월드워치연구소 편/ 생태사회연구소 역/ 331쪽/ 도요새/ 25,000원
10. 차티스트 운동, 좌절한 혁명에서 실현된 역사로
김택현 저/ 책세상/ 249쪽/ 12,000원
자유
1. 자유에 대하여 : 존 스튜어트 밀
존 스튜어트 밀 저/ 235쪽/ 이주영 역/ 필맥/ 7,000원
2. 유럽 : 로맨틱 기차 여행
최철호 글,사진/ 시공사/ 712쪽/ 18,000원
3. 홍사장의 책읽기 : 자유로운 영혼의 사업가, 어느 CEO의 삶과 책
홍재화 저/ 204쪽/ 굿인포메이션/ 10,000원
4.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
하재근 저/ 444쪽/ 포럼(FORUM)/ 18,000원
5. 문학은 자유다 : 수전 손택의 작가적 양심을 담은 유고 평론집
수전 손택 저/ 312쪽/ 이후/ 16,500원
6. 자유를 향한 교육 :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학
프란스 칼그렌, 아르네 클링보르그 공저/ 300쪽/ 섬돌/ 33,000원
7. 절대적 자유를 향한 반역의 역사 : 한국 아나키즘을 돌아본다
이호룡 저/ 184쪽/ 서해문집/ 9,500원
8. 정의와 자유
에밀 브루너 저/ 전택부 역/ 224쪽/ 대한기독교서회/ 9,500원
9. 휴비담론 :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를 통한 행복찾기
이달원,이윤숙 공저/ 259쪽/ 시대정신/ 10,000원
'이야기테크 > 책방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키워드로 읽는책 : 2월의 키워드 `리더십`& `마음` (0) | 2009.09.08 |
---|---|
[스크랩] 키워드로 읽는책(0803) : 도전 & 실패 (0) | 2009.09.08 |
[스크랩] 5월 키워드 : 발명 & 발견 (0) | 2009.09.08 |
[스크랩] 한강, 우리 역사의 시원, 생명의 기원 (0) | 2009.09.08 |
[스크랩] 우리 안의 또 다른 우리들의 충고와 비판 (0) | 2009.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