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느덧 겨울로 치닫고 있다. 이제 2008년 한해의 달력이 달랑 두 장 남았다. 이쯤 되면 문득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올 한해 잘 살아온 걸까?’ 대답이 쉽지 않다. 도대체 ‘잘 산다’는 것의 정의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잘 산다는 건 대체 뭘까?
11월의 키워드는 삶과 죽음이다. 올 한 해 유독 삶과 죽음에 관한 화두를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진 이들이 많았으니 그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라도 한번쯤 삶이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해서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는 그에 맞춤한 책이다. 박원순, 정영희 등이 함께 쓴 <견디지 않아도 괜찮아> 역시 삶의 의미를 되짚게 하는 책이다.
그럼 먼저 삶이란 무엇인지를 궁구하는 책들을 살펴보자.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삶>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곧 질문이 따른다. 과연 완전한 삶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완전한 삶>은 심신상관의학의 대가이자 영적 사상가인 저자가 일생에 걸쳐 얻은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삶에 깃든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책은 몸의 지혜를 통해 삶에 접근하며 진짜 자신과 만나는 길을 찾고 고통을 멈추기 위한 방법을 설명한다. 자유를 위한 낡은 자아를 탈바꿈하고 삶과 죽음은 본질적으로 상호보완의 관계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가슴 뛰는 삶>을 살라고 조언하는 책도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진정한 성취와 행복을 이루는 과정을 안내하는 이 책은 인생에 대한 '통찰' → '작심' → '돌파' → '질주'의 4단계를 통해 세상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각 단계마다 생각하고 실행할 일들을 상세히 제시한다. 저자가 십 수 년 간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비전'이라는 불꽃을 심어주며 설파해온 비전 이야기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비전의 힘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달라진 사람들의 생생한 승리와 성취의 경험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꿈을 향해 끝까지 즐겁고 신나게 가는 로드맵을 제공한다.
<원칙 있는 삶>은 어떤가.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며 한계를 극복하면 최고가 된다는 교훈을 한 편의 소설로 전달하는 책이다. 동남아에 거대한 해일이 덮친다. 여행객들이 큰 피해를 입고, 여행사는 위기에 처한다. 기준은 여행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서번트 투어'를 기획한다. 그러나 서번트 투어는 봉사활동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과 임원들의 반대에 직면한다. 옳은 원칙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기준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 소설은 한 사람이 뜻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원칙의 힘을 키워 나가는 과정을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다.
<(거의) 석유없는 삶 : 우리 가까이 있는 분명한 미래>는 관념이 아닌 현실의 삶을 조망하는 책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기업가와 경제학자, 과학자들을 인터뷰한 저자가 가까운 미래에 닥칠 거의 석유 없는 현실을 예상하고, 그 상황에서 인류가 어떠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지를 진단하고 있다.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의 불꽃같은 삶·사랑·예술을 담은 책이다. “인형 속에서, 그 작은 우주 속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는 작가의 조용한 말이 섣부른 예단을 금하는 듯하다. 조용히 파고드는 작가의 잔잔한 말들이 어느새 가슴 깊은 곳으로 틈입한다. < 진정한 리더는 떠난 후에 아름답다>가 그것이다. 퇴임 후 더 바쁘게 살고 있는 지미 카터의 삶을 담았다. 평소 “높이 올라가거나 나이가 들수록 숨은 더 가빠지지만 시야는 넓어진다.”는 멋있는 말을 했던 이가 카터였다. <상호인정과 계몽된 삶>은 성숙한 삶의 창조를 위해 요구되는 것들을 인격의 공공성의 입장에서 조명한 책이다. 책은 모든 정치적 삶은 인격을 통해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당당한 아름다움>은 ‘노동 운동 외길을 걸어온 여성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심상정의 책이다. 저자는 연신 정겹고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양쪽으로부터 관심과 칭찬을 듣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쏟아져 나오는 정치인들의 책과 달리 이 책은 일종의 홍보 목적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선뜻 손이 간다.
삶의 끝은 죽음이다. 아니다. 죽음은 단지 현세와 내세의 연결로일 뿐이다. 아무튼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어지는 키워드는 ‘죽음’이다.
우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가 눈에 들어온다. 1982년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 마르케스가 1981년에 펴낸 작품이다. 마르케스 자신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꼽은 이 소설은 그가 청년 시절 고향 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죽음에 대한 어느 외과 의사의 아름다운 고백이기도 한 <나도 이별이 서툴다>는 의사들은 어떻게 죽음에 단련되는가, 그리고 왜 죽음을 앞둔 환자를 외면하는가에 대한 외과 의사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책이다. 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의사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대변한 책이라 할만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다시 한 번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반추한다. <죽음과 죽어감>이 그것이다. <빅터 프랑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역시 삶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는 책이다. <존재와 시간>은 존재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책이다.
올 여름이 길었던 이유는 물리적인 이유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안재환, 최진실 등의 죽음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이 공중을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은 ‘죽음을 알면 자살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명제로부터 ‘자살’의 실체와 ‘죽음’ 바로 알기를 시도한 책이다. 자살이 넘치는 이 시대. 책은 자살의 동기들과 현상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그 효과적인 해결책과 예방책을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자살의 모든 동기에는 ‘죽음’에 대한 그릇된 이해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자살은 그 형태가 어떠하건, 동기가 어디에 있건, 결국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행위라는 점이다. 인식 전환을 통해 자살에 대한 예방책을 제시한다.
<진실은 언제 거짓말을 하는가>와 <퍼스트 폴리오>, <시인의 죽음>은 각기 인간의 죽음과 책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에 감춰진 비밀과 음모를 파헤친 <퍼스트 폴리오>는 셰익스피어의 소실된 원고 ‘카르데니오’, 셰익스피어 희곡 속 죽음을 모방한 살인사건, 셰익스피어의 진짜 정체에 대한 세 가지 수수께끼가 서로 얽히면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죽음의 기술>은 다소 얄궂은 제목으로 보이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를 설명한 책으로서 손색이 없다. 의학의 발달함에 따라 삶은 연장되었으나 누구도 죽음을 지혜롭고 멋지게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죽음에 대한 궁금한 질문과 함께 죽음이 삶의 일부이며, 인간에게 주는 의미, 멋진 죽음을 준비 하는 과정을 담았다. <죽음의 탄생>은 세계의 신화와 설화 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
도서목록
삶
1. 가슴 뛰는 삶 : 간절히 원하는 그 모습으로 살아라
강헌구 저/ 288쪽/ 쌤앤파커스/ 13,000원
2. 원칙 있는 삶
박현찬 저/ 284쪽/ 위즈덤하우스/ 11,000원
3. 자족연습 : 염려를 버리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삶
존 맥아더 저/ 김애정 역/ 토기장이/ 11,000원
4. 디팩 초프라의 완전한 삶
디팩 초프라 저/ 구승준 역/ 364쪽/ 한문화/ 15,000원
5. (거의) 석유없는 삶 : 우리 가까이 있는 분명한 미래
제롬 보날디 저/ 성일권 역/ 200쪽/ 고즈윈/ 10,000원
6.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닥종이 인형 작가 김영희의 불꽃같은 삶·사랑·예술
김영희 저/ 384쪽/ 예담/ 12,000원
7. 진정한 리더는 떠난후에 아름답다 : 지미카터, 퇴임 후의 삶
지미 카터 저/ 이종훈 역/ 357쪽/ 중앙books/ 13,000원
8. 상호인정과 계몽된 삶
이정일 저/ 한국학술정보/ 32,000원
9. 당당한 아름다움
심상정 저/ 295쪽/ 레디앙/ 13,000원
죽음
1.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조구호 역/ 161쪽/ 민음사/ 10,000원
2. 나도 이별이 서툴다 : 죽음에 대한 어느 외과 의사의 아름다운 고백
폴린 첸 저/ 박완범 역/ 324쪽/ 공존/ 13,000원
3.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 이진 역/ 이레/ 18,000원
4. 퍼스트 폴리오 1, 2 : 피와 죽음을 부르는 책
제니퍼 리 카렐 저/ 박현주 역/ 시공사/ 11,000원
5. 자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 : 죽음을 알면 자살하지 않는다
오진탁 저/ 255쪽/ 세종서적/ 12,000원
6. 빅터 프랑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안나 S.레드샌드 저/ 황의방 역/ 두레/ 12,800원
7. 죽은 새의 비밀 : 삶의 순환과 죽음에 대한 안내
얀 손힐 저/이순미 역/ 정갑수 감수/ 63쪽/ 다른/ 12,000원
8. 진실은 언제 거짓말을 하는가1, 2 : 섹스, 죽음, 엇갈린 기억
루퍼트 홈즈 저/ 양인숙 역/ 매직하우스/ 9,800원
9. 죽음의 기술
피터 �윅, 엘리자베스 펜윅 공저/ 정명진 역/ 346쪽/ 부글북스/ 15,000원
10. 시인의 죽음
다이허우잉 저/ 임우경 역/ 844쪽/ 을유문화사/ 15,000원
11. 죽음의 탄생 : 세계의 신화와 설화로 풀어본 죽음의 비밀
실비아 쇼프 저/ 요셉 프란츠 틸 감수/ 임영은 역/ 240쪽/ 말글빛냄/ 12,000원
12. 존재와 시간 :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
이기상 저/ 345쪽/ 살림출판사/ 1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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