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키워드는 ‘선물’과 ‘추억’입니다. 가을의 길목인 ‘9월’은 그 자체로 자연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입니다. 맑고 청명한 하늘, 따사로운 햇살, 목젖을 타고 흘러 가슴속까지 상쾌함을 전해주는 산들바람, 무엇보다도 풍요로운 황금들판의 넉넉한 미소. 아쉽고 서운한 건 이 천상의 계절 가을이 점점 짧아져서 어쩌면 조만간 추억 속에만 머무는 계절이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9월은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끼고 있어서 더욱 풍요로운 한 달이 될 듯합니다. 부모님, 자녀, 친구, 연인에게 줄 추석 선물 준비는 하셨는지요? 너무 때 이른 얘긴가요? 그러나 기왕 줄 선물이라면 세월이 지나서도 오래도록 추억으로 남을만한 것으로 준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먼저 소개할 키워드는 ‘선물’입니다. 세상이 각박해지다보니 어른들끼리 주고받는 선물은 왠지 형식적이고 현실적 가치를 지닌 것들이 주를 이루는 듯합니다. 그래섭니다. ‘선물’ 키워드에 등장하는 신간에는 어린이 책이 두 권이나 끼어 있습니다. <꽃 할아버지의 선물>과 <선물 줄 시간이야, 디보!>가 그것들입니다.
<꽃 할아버지의 선물>은 아예 글씨가 없는 그림책입니다. 본란에서 글 없는 그림책을 소개하기는 처음인데요, 글이 없는 책이라고 해서 유아들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흑백과 컬러의 대비를 통해 아주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책이니까요. 참, 책속의 꽃 할아버지는 늘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네요.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단다. 너도 언젠가는 너만의 이야기를 갖게 될 거야.”
<선물 줄 시간이야, 디보!>는 뽀로로 제작진이 만든 감성 교육 애니메이션 '선물공룡 디보와 친구들'을 시계 그림책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시간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명랑한 선물공룡 디보와 똑똑한 아기 까마귀 크로, 부릉부릉 불자동차 몰고 다니는 아기 코끼리 엘로와 같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디보와 친구들의 재미있는 일상은 우리 아이들의 생활과 거의 비슷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간을 익히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과 규칙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선물가게에 들러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부모의 표정은 얼마나 행복해 보입니까. 정작 그 부모에겐 자기 아이의 존재, 그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일 테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이를 잃고도 그것을 선물의 의미로 승화시킨 부모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나의 선물 : 한 어린 삶이 보낸 마지막 한 해>이 그렇습니다. 이 책은 태어난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난 딸 ‘한나’를 그리워하며 어머니가 직접 쓴 것입니다. 한나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은 단지 그리움에 머물지 않습니다. 다양한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됩니다. 한나의 생몰을 불행이나 불운으로 여기기보다 하늘이 내려준 소중한 선물로 승화시킨 엄마의 긍정적 사고가 빚어낸 위대한 메시지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슬픔과 두려움을 없애고 삶의 모든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엄마의 희망찬 메시지를 담긴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실화를 그린 것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오래 사는 삶 보다는 얼마나 충만하게 살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새삼 삶의 의미를 생각게 하는 소중한 선물과도 같은 책입니다.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은 진정한 행복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자신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자 김기현 교수는 10년 전 ‘모든 사람들은 장점이 100가지 이상 있고, 단점은 10가지 정도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100가지 장점이 아니라 10가지 단점에 집중하며 불행하게 산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자신의 100가지 장점을 찾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하라고 전합니다. 그러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긍정의 눈으로 볼 수 있어서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지요.
한편 지독한 질병인 ‘우울증’에서도 생의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우울증이 주는 선물>은 우울증을 선물로 받아들임으로써 보다 나은 인생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통찰력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책의 각 장에서는 성장이나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기회로서 우울증의 다른 면면들을 논의하면서, 우울증은 인생에서 혁명의 시작이 되거나 의미 탐색을 위한 첫걸음, 또는 자아의 유해한 부분을 흘려보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게 선물이라는 얘기는 판도라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닌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들의 아픔과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홍석환 목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뜻밖의 선물 믿음의 글들> 역시 읽는 이에겐 좋은 선물이 될 듯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선물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열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열정 : 가슴 떨리는 삶을 위한 최고의 선물>은 열정에 충실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책입니다. 두려움과 궁핍을 이겨내고 용기와 풍요의 길로 독자를 인도해주는 이 책은 남다른 사람, 다시 말해 존재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세상에 큰 족적을 남기고 싶은 사람을 위해 쓰인 책입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키워드는 ‘추억’입니다. 누구에게나 추억 하나 쯤은 있을 겁니다. 그것을 고스란히 글로 풀어내면 추억은 더욱 빛을 발하고 의미 깊은 것이 됩니다. 키워드 ‘추억’은 앞서 그것을 실천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먼저 신역복 선생의 추억담이 반갑습니다. <청구회 추억 : Memories of Chung-Gu Hoe>은 애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들어있는 글 중 한 편입니다. 그것을 새로 엮은 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추억의 의미를 신영복 선생의 웅숭깊은 사색과 함께 새롭게 음미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아프고 아름다운 추억, 절망의 끝에서 써내려간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는 문구가 새삼 아리는 이유가 뭡니까? 왜 신영복 선생님은 그토록 아름다운 글과 글씨, 빼어난 그림을 보여주면서도 보는 이를 가슴 뭉클하게 하는 걸까요? 어쩌면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청구회 추억> 말입니다.
박세길의 <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은 1980년대를 거치며 사람들의 뇌리 속에 아로새겨진, 그러나 소련의 붕괴로 심각한 혼란에 빠진 ‘혁명’을 화두로 고민한지 15년 만에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문제의식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데, 바로 ‘역사적 맥락’과 ‘전지구적 관점’에서의 혁명입니다. 혁명을 추억하는 사람들, 미래의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일 듯합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들고 나와 문단의 기린아로 성장한 작가 박민규가 떠오르는 책이 한권 나왔습니다. <거인의 추억>이 그렇습니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을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던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가 올해 분발하고 있는 것 또한 <거인의 추억>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일 듯합니다. 이 책은 '거인',즉 '자이언츠의 추억'을 담았으며, 그중 특히 자이언츠의 전설적 에이스 최동원 투수의 평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를 위한 지면이 많습니다. 즉, 최동원을 통해 본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추억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이 책은 철저하게 팬의 입장에서 서술된 자이언츠 혹은 최동원 평전입니다. 20년 전 프로야구를 추억하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반가워하실 듯합니다.
<Story in New York!>과 <Story in Tokyo!>, 그리고 <나만의 여행, 추억, 그리고 다이어리>는 여행의 추억을 담은 책들이고, <글꽃 추억>은 수필가 장수원의 잔잔한 사유가 돋보이는 ‘추억의 에세이 묶음’입니다.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바다>는 김춘수 시인의 손녀 유미와 유빈의 추억 나누기입니다. 시인 할아버지를 그리는 두 손녀 역시 작가를 꿈꾸는 문학도들이라고 합니다. 손녀의 감성 속에 되살아나는 시인의 모습이 새삼 정겹습니다. 이렇듯 추억은 다양한 방면으로 다양한 얼굴로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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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
선물
1. 행동하는 열정 : 가슴 떨리는 삶을 위한 최고의 선물
비키 T.데이비스, 윌리엄 R. 패터슨,D. 마르케스 패튼 공저/ 240쪽/ 강주헌 역/ 스마트비즈니스/ 11,000원
2. 꽃 할아버지의 선물
마크 루디 저/ 고우리 역/ 32쪽/ 키득키득/ 9,500원
3. 낭만 카투니스트 유쾌한 프랑스를 선물하다
황중환 저/ 282쪽/ 동아일보사/ 13,000원
4. 한나의 선물 : 한 어린 삶이 보낸 마지막 한 해 (양장/개정판)
머라이어 하우스덴 저/ 김라합 역/ 267쪽/ 해냄/ 10,000원
5.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
김기현 저/ 198쪽/ 보는소리/ 10,000원
6. 우울증이 주는 선물
라라 호노스-웹 저/ 신민섭,김성준 공역/ 271쪽/ 시그마프레스/ 12,000원
7. 뜻밖의 선물 믿음의 글들 259
홍석환 저/ 240쪽/ 홍성사/ 9,000원
8. 선물 줄 시간이야, 디보! (보드북) 선물공룡 디보와 친구들
편집부 저/ 삼성출판사/ 10,000원
추억
1. 청구회 추억 : Memories of Chung-Gu Hoe
신영복 저/ 조병은 영역/ 김세현 그림/ 136쪽/ 돌베개/ 11,000원
2. 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 : 역사의 대반전, 신자유주의 이후의 새로운 세계
박세길 저/ 692쪽/ 시대의창/ 29,500원
3. 거인의 추억
정범준 저/ 411쪽/ 실크캐슬/ 13,800원
4. Story in New York! : 나만의 여행, 추억, 그리고 다이어리
김백은 저/ 256쪽/ 에듀박스/ 12,500원
5. Story in Tokyo! : 나만의 여행, 추억, 그리고 다이어리
이일선 저/ 248쪽/ 에듀박스/ 12,500원
6. 들꽃 추억 : 장수원 산문집
장수원 저/ 선우미디어/ 10,000원
7.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바다 : 김춘수 시인의 손녀 유미와 유빈의 추억 나누기
김유미,김유빈 공저/ 311쪽/ 예담/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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