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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0월 키워드 : 철학 & 문학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9. 8. 17:13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 진부한 문구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자명하다. 아직도 책을 가까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여름 신록이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해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 그대로 대지위에 입맞춤을 하듯, 가을엔 사람들 역시 사색의 심연으로 내려가야 한다. 사색의 도구이자 길라잡이인 책과 함께. 그러나 오늘날 실용의 역할까지 부여받은 책은 그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다. 이 가을, 다시금 책의 가치를 확인해야 한다.


10월의 키워드는 철학과 문학이다. 애초 심연으로 내달리는 인간의 사유에 소통의 길을 내고자 했던 게 철학이라면, 문학은 현실과 허구의 평행선 위를 흐르는 긴장과 반목에 화해를 시도하는 데서 출발했을지 모른다. 하여 철학과 문학은 실재와 상상, 현실과 허구의 괴리를 관통하는 메신저이자 소통의 마당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지금, 여기’에 숨을 불어넣는 문학과 철학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즐겁고 흥미로운 일인가. 


첫 번째 키워드는 철학이다. 철학은 먼저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철학은 그 자체로 질문이요, 질문을 잉태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출판평론가로 더 잘 알려진 표정훈이 20년 만에 학창시절(철학과 출신) 은사에게 철학을 묻는다.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 표정훈, 스승 강영안에게 다시 묻다>는 그래서 더욱 철학적이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제자의 응석을 받아주는 수준을 뛰어넘는다. 고대 그리스철학과 중세 기독교철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데카르트와 칸트로 대표되는 근대철학으로 연결되었으며, 현대철학에서는 어떻게 분화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생生의 철학’에 무게중심을 두며 그리스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철학의 줄기가 종교적·규범적으로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철학이 비단 어른들의 학문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제 철학은 청소년과 어린이의 호기심과 결합해 싱싱한 사유의 새싹을 돋아낸다. <반대 개념으로 배우는 어린이 철학>,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기>, <그런데 철학이 뭐예요? : 철학의 기본 문제>, <자유가 뭐예요? : 철학하는 어린이> 등이 선두에 서있다. 특히, 하나(단일성)와 여럿(다수성), 본질(존재)과 겉모습(현상), 이성과 감정(정열), 나 자신(자아)과 다른 사람(타인), 몸(신체)와 마음(정신), 객관과 주관 등 상대적 개념과 함께 철학적 개념들을 익히도록 유도한 <반대 개념으로 배우는 어린이 철학>은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다.


<철학이 있는 부자 :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치가 전하는 부의 가르침>은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치의 사상과 그가 남긴 어록을 통해 부와 도덕이 일치됐을 때만이 진정한 부를 쌓을 수 있고, 그 부가 장기적으로 사회에 환원됐을 때 개인과 사회, 국가가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매시지를 전한다. 졸부가 될 것인지 철학이 있는 부자가 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실용적인 철학서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 : 현대 사회와 실천 윤리> 또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철학적 실천을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가을을 맞아 더욱 훨씬 풍부해진 철학동네의 신간들은 저마다 개성을 발휘하며 독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 <서양 중세·르네상스 철학 강의>,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 <철학, 섹슈얼리티에 말을 건네다>, <기우뚱한 균형> 등이 최근에 나온 것들인데, 그중에서 유독 관심을 끄는 건 제목부터가 도발적인 박홍규의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이다.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패러디했을 듯싶더니, 내용인즉 제목 이상으로 도발적이며 충격적이다. 니체 신봉자들의 심기를 적잖이 불편하게 할 것 같은 이 책의 행로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역시 ‘막돼먹은 정치 씨’에게 철학적 분석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두 번째 키워드는 문학이다. “모든 책은 문학이다.”라고 외친들 크게 시비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애초 문자로 표현된 당대의 모든 기록은 고스란히 당대를 표현한 문학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과연 이 가을을 수놓고 있는 문학은 어떤 향기를 내뿜고 있을까?


‘사이버 문학’이란 말이 등장한지는 꽤 오래된 편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인터넷 공간을 자신의 창작실로 활용하게 될 것을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인터넷 연재소설’은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박범신이 한동안 <촐라체>로 인터넷을 달구더니 급기야 황석영이 자신의 소년기 성장통을 그린 소설 <개밥바라기별>을 역시 인터넷 연재 방식으로 집필했다. 인터넷 연재 당시 누적 방문자 수 18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만큼 책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역시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계에 ‘황석영’이 있다면 시단에는 ‘고은’이 있다. 한국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두 작가가 거의 동시에 책을 펴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믿기지 않는 일이 지금, 2008년 가을의 서점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시인으로 인정받는 시인 고은이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창비시선-292 허공>을 펴내고 있다. 시집에는 한국현대시사의 절반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난 반세기의 시력(詩歷)을 정리하고, 시의 근원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인의 식지 않은 창작열이 고스란히 담긴 명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수록작 107편은 고은 문학의 끝이 어디인지 좀처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하는 시의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


어디 그 뿐인가. ‘창비시선’과 혹은 조화롭게 혹은 길항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문학과지성시인선’은 시인 정현종의 <문학과지성 시인선-352 광휘의 속삭임>으로 응수한다. 올해로 등단 43년을 맞아서도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시 창조의 에너지를 과시하면서, 한국의 “재래적인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해 온 정현종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이다. 두 원로 시인의 말없는 수담을 보는 듯 이 가을 독자들의 마음은 흐뭇하기 만하다.


한편, 안타까움과 회한으로 엮은 시집도 있다. 역시 우리 시단의 은은한 향기이자 보석인 이해인 수녀가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사모곡 <엄마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을 발표했다. 특히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의 이 사모곡은 2007년 9월 작고한 모친에게 바치는 시들을 엮은 것이어서 읽는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 역시 그새 등단 30년이다.


가을은 원로들의 계절인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원로들의 작품을 더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와 <그날 밤의 거짓말>.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며 남미 문학의 살아있는 신화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다. 스스로 ‘최고의 작품’이라고 꼽은 이 소설은 마르케스가 청년 시절 고향 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살인 사건을 소재로, 가십거리를 쥔 기자의 주도면밀함과 인생의 암호를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함으로 비밀스러운 살인 사건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 소설이다. <그날 밤의 거짓말> 역시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대표작이다. 1988년 발표한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문학상의 후보로 올랐으며,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 상을 수상했다. 특히 부팔리노가 후보에 오르자 “이렇게 훌륭한 작품과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며 “우리 중 부팔리노와 경쟁할 작가는 아무도 없다”며 후보자들이 전원 자진 사퇴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둠 속의 남자>, <죽음과 죽어감>,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백범>, <무중력증후군>,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누가 말을 죽였을까> 등이 이 가을을 화려하게 수놓은 걸출한 문학작품들이다. 특히 이시백 연작소설집 <누가 말을 죽였을까>는 마치 ‘이문구 문학의 부활’을 알리는 듯 농촌소설의 맥을 잊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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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키워드 목록 : 철학 & 문학

철학

1.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 표정훈, 스승 강영안에게 다시 묻다

강영안,표정훈 공저/ 285쪽/ 효형출판/ 14,000원

2. 서양 중세·르네상스 철학 강의

에른스트 블로흐 저/박설호 역/ 518쪽/ 열린책들/ 25,000원 

3. 이 시대에 윤리적으로 살아가기 : 현대 사회와 실천 윤리

피터 싱어 저/ 구영모,김선옥,김성한 공역/ 282쪽/ 철학과현실사/ 15,000원

4. 반대 개념으로 배우는 어린이 철학 처음 만나는 철학 03

오스카 브르니피에 글/자크 데프레 그림/ 박창호 역/ 79쪽/ 미래아이/ 14,000원 

5. 철학이 있는 부자 :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치가 전하는 부의 가르침

시부사와 켄 저/ 홍찬선 역/ 264쪽/ 다산북스/ 13,000원

6. 기우뚱한 균형 : 동요하는 우파와 좌파에게 권하는 우충좌돌 정치철학

김진석 저/ 288쪽/ 개마고원/ 13,000원

7.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철학의 끌림 :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

강영계 저/ 357쪽/ 멘토프레스/ 14,000원

8.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

박홍규 저/ 364쪽/ 필맥/ 14,000원

9. 철학, 섹슈얼리티에 말을 건네다 : 인간의 성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면적인 철학적 성찰

김재기 저/ 416쪽/ 향연/ 20,000원

10. 소크라테스처럼 질문하기

매슈 모리슨 저/하정임 역/ 232쪽/ 다른/ 12,000원 

11. 자유가 뭐예요? : 철학하는 어린이 상수리 What 시리즈 03

오스카 브르니피에 글/ 프레데릭 레베나 그림/ 양진희 역/ 109쪽/ 상수리/ 9,500원

12. 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

클레어 콜브룩 저/정유경 역/ 304쪽/ 그린비/ 18,900원

13. 그런데 철학이 뭐예요? : 철학의 기본 문제 어린이를 위한 철학 01

한기호 글/ 윤정주 그림/ 184쪽/ 천둥거인/ 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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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1. 개밥바라기별 (양장) 

황석영 저/ 288쪽/ 문학동네/ 10,000원

2. 창비시선-292 허공

고은 저/ 233쪽/ 창비/ 9,500원 

3. 엄마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이해인 저/ 180쪽/ 샘터/ 8,500원

4.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조구호 역/ 161쪽/ 민음사/ 10,000원

5. 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저/ 이승수 역/ 275쪽/ 이레/ 9,800원 

6. 죽음과 죽어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저/ 이진 역/ 440쪽/ 이레/ 18,000원

7.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저/ 323쪽/ 푸른숲/ 12,000원

8. 백범 

김별아 저/ 288쪽/ 이룸/ 10,700원

9. 무중력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저/ 296쪽/ 한겨레출판/ 10,000원

10. 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엘리자베스 노블 저/ 홍성영 역/ 544쪽/ 랜덤하우스코리아/ 12,000원

11. 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 연작소설집 

이시백 저/ 288쪽/ 삶이보이는창/ 10,000원

12. 어둠 속의 남자

폴 오스터 저/ 이종인 역/ 252쪽/ 열린책들/ 9,800원

13. 문학과지성 시인선-352 광휘의 속삭임

정현종 저/ 104쪽/ 문학과지성사/ 7,000원 

출처 : 인간과 그밖의 것들...
글쓴이 : 시라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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