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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키워드로 읽는 책 : 8월의 키워드 `기술 & 여행(기행)`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9. 8. 17:11

여행 관련 책들을 8월의 키워드로 올리는 건 상투성의 혐의를 벗기 힘들다. 그렇기로, 배재하는 건 역시 부자연스런 일이다. 근래 관련 책들의 출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투성과 부자연스러움을 넘어서면서 동시에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단히 정교한 기술적 고려가 필요할 듯하다. 그래서 8월의 키워드는 ‘여행(혹은 기행)’과 ‘기술’이다.


먼저 ‘여행기’다. 연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여행기 <천상의 두 나라>를 읽으며, 왜 하필 작가는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나라를 외면했던 걸까, 하고 살짝 서운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속 좁은 사심과 서운함에도 불구하고 카잔차키스의 <천상의 두 나라>는 ‘여행기’의 모범으로서 가치와 미덕을 두루 갖춘 책으로 여겨진다.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각을 발휘하여 신비로운 전통과 정신을 가진 동양의 과거와 현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질적인 자유와 새로운 희망을 찾고 있다는 점에서.


10여 년 전부터 국내 작가들 역시 수준 높은 여행기를 내놓기 시작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필두로, 담대한 필력과 깊이 있는 사색으로 밀도와 질감이 묵직하면서도 산뜻한 여행기들이 즐비하다. 김훈의 <자전거여행>이 보여주는 자연과 인간의 사유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가히 압권이다. 시선이 밖으로 향했을 때에도 질감은 전혀 흐려지지 않는다. 최영미의 <시대의 우울>과 <화가의 우연한 시선>은 테마여행의 한 경지를 이룬다. 그 외 공지영의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김형경의 <사람풍경>, 한비야의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등 수준 높은 여행기들이 즐비하다.


8월의 키워드를 형성하는 여행(기행)기들은 기존의 그것들과 확연히 다른 경향을 보여준다. 가장 큰 차이는 주제의 다양성이다. 농촌공동체운동가 김병수의 <사람에게 가는 길>은 세계 공동체 마을 탐방기로서 색다른 여행기의 전형이다. <세계 명주 기행 : 천사의 몫>은 제목그대로 술(酒)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문화기행’이다. 제목 중 ‘천사의 몫’은 술통에서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알코올을 가리키는 용어. <19홀 맛집기행>은 골프 매니아들을 위해 골프를 즐긴 후 맛볼 수 있는 맛 집을 소개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듯 우리네 삶에서 먹을거리가 빠질 수는 없다는 걸 새삼 환기한다. 그 외 <이요섭의 세계민요 기행>,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2>, <한 지리학자의 아리랑 기행>, <종가기행> 역시 색다른 여행기들이다.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은 여행이 취미이자 제2의 직업이 된 저자가 행복하게 떠났다 온 짬짬이 세계여행의 노하우를 공개한 책이다. 시간 없고 돈 없다는 핑계로 떠나기를 주저하는 직장인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와 준비에서부터 스케줄, 쇼핑가이드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특히 시간과 돈에 맞추어서 여행을 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해 필요경비와 스케줄을 조합한 이상적인 여행 모델을 제시했다.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네 번째 여행 에세이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4 : 네팔 트레킹 편>은 2003년부터 세계 여행길에 오른 김남희가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여행에 이어 발 딛은 네팔 여행기다. 저자는 1년에 5개월밖에 비자를 내주지 않는 나라 네팔에서 기한을 다 채우고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에 해를 넘긴 뒤 다시 그곳에서 1개월을 더 보냈다. 그만큼 히말라야의 산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 김남희가 안내하는 네팔은 계절과 지역에 따라, 걷는 이의 취향과 체력에 따라 다양한 코스를 골라잡을 수 있는 천혜의 땅이다. 특히 “설산을 갈망하는 이는 에베레스트로, 꽃과 숲을 사랑하는 이는 안나푸르나로”라는 구호가 인상적이다.


이장희의 <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는 2004년부터 싸이월드 인기 공식 페이퍼 ‘풍경과 함께한 스케치 여행’을 통해 해외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장희씨의 미국 여행 편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두 번째 8월의 키워드는 ‘기술’이다. 기술(technique)은 본디 예술(techne 혹은 art)이다. 어원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사회에서 기술과 예술은 엄연히 구분된다. 제아무리 예술적 기초와 소양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풀어내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역으로, 뛰어난 기술을 가졌다고 해서 곧바로 예술가 대접을 받게 되는 건 아니다. 대신 현대사회에서 기술은 그 적용범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도 기술이 필요하며, 자녀를 기르는 데도, 게임을 즐길 때도,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의 <소통의 기술>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를 사는 모든 이가 귀 담아 둘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저자는 서양에서는 명확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것이 소통의 원칙이지만 한국인에게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특별한 심리와 정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인의 소통법은 소위 ‘마음을 알아줘야’하는 따뜻한 공감이 필요하다는 얘기. 책은 맞장구치는 법, 공감과 경청의 방법, 오픈 마인드, 배려의 법칙, 거짓말과 진실 다루기 등 특별한 공감코드를 제시한다.

         


<사람을 얻는 기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는 책이다. 저자 레일 라운즈는 “인생이라는 산봉우리의 정상에 서고 싶다면 먼저 사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성공적인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람을 얻는 지혜에 대해 소개한다. 〈포춘〉 500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세계적 명성을 쌓은 저자는 “사람을 얻은 자는 성공하고, 사람을 잃는 자는 실패한다”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깨달음과 나아가 어떤 상대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과 기술을 알려준다.


연세대 교수 김영세는 <게임의 기술 : 승리하는 비즈니스와 인생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힘>을 역설한다. 게임이론을 통해 인생 성공 전략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전략적 사고력을 높여주는 책이다.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해 매일 경쟁하고, 협상하고 전력투구하고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제나 게임을 펼치는 승부사들이다. ‘전략’의 관점에서 게임이론을 소개한 이 책은 경쟁과 갈등 상황을 게임의 틀로 분석해 전략적 사고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 외 <돈의 흐름을 읽는 기술>, <치유의 기술 : 1% 부족한 내 삶을 채우는 25가지 자기 사랑법>, <신 여우의 기술>, <부부를 위한 사랑의 기술>, <1등의 기술>, <대한민국 1%가 되는 투자의 기술>, <20대 여자가 꼭 알아야 할 거절의 기술34> 등이 보여주는 현실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술들은 실로 다채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애드립의 기술 : 한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날 꼬셔봐 :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설득의 기술> 역시 같은 맥락의 책들이다.


특히 눈에 띄는 두 가지 기술은 <수완 : 사람을 부리는 기술><심리 공략의 기술 : 무측천의 성공 전략>이다. <수완>은 리더의 수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환기한다. <심리 공략의 기술 : 무측천의 성공 전략>은 여제(女帝) ‘무측천’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심리 공략술의 실체를 밝힌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중국 역사상 240여 명의 황제 유일무이한 여제 무측천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황제에 올랐고 또 강력한 카리스마로 천하를 지배했다. 그 힘의 원천이 바로 심리 공력의 기술이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출처 : 인간과 그밖의 것들...
글쓴이 : 시라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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