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테크/혈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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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12. 25. 22:00
어떤 병인가 | 원인
유전적으로 염분에 과잉반응해 혈압 상승... 소금·비만·운동부족 등이 최대의 적

▲ 소금 섭취가 많은 한국인은 고혈압을 주의해야 한다. 사진은 한정식 상차림.
고혈압은 그 원인에 따라 일차성(본태성·本態性) 고혈압과 이차성 고혈압으로 크게 나뉜다. 고혈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차성 고혈압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의학계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선천적으로 소금(염분)에 대해 예민한 따위의 유전적 요인이 있거나 후천적으로 소금을 많이 섭취하거나 비만이 있는 등 환경 요인이 있는 경우에 발병 확률이 높다는 정도의 연구 결과만 있다. 즉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에 고혈압이 잘 생긴다’ 정도에 대해서만 답이 나와 있는 것이다. 신장질환 등 다른 질병에 동반해서 나타나는 고혈압은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조사의 방법이나 대상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전체 고혈압 환자의 95% 이상이 일차성 고혈압이고 나머지가 이차성 고혈압이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이라 하면 일차성 고혈압을 가리킨다.

일차성(본태성) 고혈압의 원인

일차성 고혈압이 왜 생기는지는 많은 실험적인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단 적어도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많은 요인들이 모여서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고혈압은 단순히 혈압 상승을 동반하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역학조사 및 임상 연구를 통해 고혈압 환자는 혈압이 상승할 뿐 아니라 인슐린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 되거나 지질(脂質·지방 등 물에 잘 녹지않는 신체 물질)대사 이상, 혈관의 비후(肥厚·두툼해짐), 혈관기능 이상 등이 동반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신체 내의 다양한 대사와 심혈관 기능에 복합적인 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으로 생각되고 있다.

고혈압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 중에서도 현재까지 가장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발병 요인은 유전적 소질과 환경 요소이다. 이 두 요소가 발병에 기여하는 정도는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전반적으론 유전적 요소가 조금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유전적 요인

부모가 모두 고혈압이면 자녀의 약 80% 정도가 고혈압이 되고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자녀의 25~40%가 고혈압이 된다고 한다. 또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절반 정도에서 고혈압이 같이 발생한다. 때문에 고혈압의 원인에 있어 유전적 소질이 중요하다는 건 일찍이 알려졌고 학계에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유전성 고혈압을 가진 동물을 가지고 실험해 보면 동일한 종류라도 발생 요인이 같지 않다. 때문에 고혈압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적 소인에도 여러 인자가 있어서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유전 인자들이 작용하여 고혈압의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우리 몸속 세포막의 소듐(나트륨) 투과성의 변화, 콩팥에서의 소듐 배설능력 장애, 스트레스에 대한 교감신경의 흥분 등과 관련된 유전 인자들이 고혈압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인자에 더해 환경 요인이 작용하면 보다 쉽게 고혈압이 발생하리라 생각된다.

유전적 인자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염분에 대한 예민성이다. 이런 유전 인자를 가진 사람이 짠 음식을 먹게 되면 고혈압이 발생한다. 소금을 먹으면 정상인의 경우엔 물의 배출을 줄여서 체내의 소금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염분에 과민반응을 하는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엔 염분을 조금만 섭취해도 과도하게 많은 물들이 체내에 고이게 된다. 이때 피의 양이 늘어서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염분에 대한 예민성은 여러 인자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결정되며 염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을 때 혈압이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보고 예민도를 평가할 수 있다.

유전적 결함으로 세포막에 이상이 있거나 콩팥에서의 소듐 배설 능력이 적은 사람도 염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피의 양이 늘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다음으로 신장의 수분·염분의 배설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레닌과 안지오텐신의 분비에 있어 유전적인 이상도 고혈압 발생에 중요하다. 특히 안지오텐신 계열의 안지오텐신-2는 강력한 혈관 수축 작용이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인은 염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신장 주변을 흐르는 피인 신혈류량이 증가해서 염분 배설이 촉진된다. 하지만 짠 음식을 먹을 때 신장 내 안지오텐신-2의 생산이 증가하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은 혈관이 수축되고 염분 배설이 억제돼 혈압이 상승한다.

환경적 요인

고혈압의 발생과 관련된 환경 인자들로 염분·알코올 섭취, 비만, 직업의 종류, 가족의 크기와 밀집 정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인자들은 독립적으로 혈압 상승에 기여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유전적 소질과 상호작용을 통해 고혈압을 발병시킨다. 또 이같은 환경인자와 함께 나이, 성별, 흡연, 체중,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혈당의 상승 등은 고혈압뿐만 아니라 죽상동맥경화증(동맥 안쪽이 솟아올라 단단해지는 증세)의 위험인자이므로 고혈압 환자를 관리할 때 함께 고려돼야 한다.

▲ 비만(왼쪽)과 흡연(오른쪽)은 고혈압을 일으키는 환경요인이다.

고혈압은 식생활에서 소금의 섭취량이 문제가 된다. 하루에 20g 이상 많은 양의 소금을 섭취하는 사람은 고혈압에 걸리기 쉽다. 염분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말초혈관의 저항을 높여 혈압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금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 국민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금이 많이 든 음식은, 선천적으로 염분에 대한 예민성이 있는 사람에게 주로 고혈압을 유발하지만 예민성이 낮은 사람도 체내 혈장(피의 액체성분)량을 증가시켜 혈압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음주와 흡연도 위험요인이다. 만성적인 음주는 세포막에서 소듐(나트륨)의 통과를 조절하는 기능을 저하시켜 세포 내 칼슘 이온을 증가시킴으로써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인다. 알코올 섭취 초기에는 혈관이 확장돼 오히려 혈압이 떨어지지만 알코올의 혈관 확장 작용이 없어지면 혈압이 상승하게 되고 만성적인 음주로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혈압의 상승이 고정된다. 하루 서너 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이 생길 위험이 많이 증가한다.

흡연으로 흡수되는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특히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에서 악성 고혈압의 발병빈도가 높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만성적으로 교감신경의 흥분을 유도해서 혈압을 상승시킨다.

살이 쪄서 체중이 증가하면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비만한 사람은 정상인보다 3배 이상 더 고혈압에 잘 걸린다. 비만한 사람의 경우 체중을 4.5㎏ 정도만 감량해도 혈압이 상당히 떨어진다. 10㎏ 정도 줄이면 염분 제한을 하지 않은 경우라도 혈압이 25/10mmHg 정도 내려간다고 한다. 살이 찌고 체중이 늘면 더 많은 피가 배달되어야 하므로 심장과 혈관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 혈압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아지는 것이다. 한편 체중이 늘면 인슐린의 분비가 증가되고 인슐린은 체내에 물과 소금을 저장하려는 작용이 있어서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또 비만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지방분을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동맥경화증이 더 잘 생기고 동맥경화증은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혈압과 큰 연관이 있다.

운동 부족인 사람은 살이 찌기 쉽기 때문에 고혈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차성 고혈압

▲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상승시킨다.
이차성 고혈압은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다른 질환에 의해 고혈압이 발생한 경우다. 원인이 됐던 질환이 치료되면 고혈압이 완치될 수 있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이차성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신장질환에 의한 신성 고혈압, 신동맥(신장으로 연결된 동맥)이 좁아지면서 생기는 신혈관성 고혈압 등이 있다.

특히 고혈압이 너무 젊은 연령에서 발병하거나 나이가 상당히 늦어서 처음으로 발병하는 경우, 강압제를 사용하더라도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고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한번쯤 이차성 고혈압의 존재 가능성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이밖에도 안면홍조, 빈맥(맥박수가 정상보다 많은 경우), 무력감 등 여러 내분비 호르몬의 과다분비에 의한 증상들이 의심될 때도 이차성 고혈압인지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모든 고혈압 환자가 기본적인 진찰과 검사 외에 이차성 고혈압을 선별할 수 있는 혈청 전해질 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좋다.

어떤 사람에게 잘 발생하는가?

물론 고혈압이 자주 발생되는 유전적 소질을 타고난 사람에게서 고혈압이 잘 생길 것이란 사실은 자명(自明)하다. 따라서 부모 모두에게 고혈압 증세가 나타나는 등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작은 환경 요인의 작용에도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높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의 가족력과 함께 뇌졸중의 가족력이 동반된 경우에는 더욱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런 유전적 소질을 가진 경우 외에 고혈압 발병에 관여하는 환경 요인에 의해서도 혈압이 상승하므로 짜게 먹거나 비만, 운동부족, 흡연, 만성적인 음주나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을 동반한 사람에게서 고혈압의 발병이 증가한다. 특히 최근엔 복부 비만과 당뇨병과 같은 당조절 능력 저하, 중성 지방 상승 등을 특징으로 하는 대사증후군에서도 고혈압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동맥경화증 자체가 혈관벽을 경화시켜 수축기 혈압을 올릴 수도 있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당뇨병 등 동맥경화의 위험 요소가 많을수록 고혈압 발생이 증가한다.

오병희 서울대의대 순환기내과 교수

주간조선 2005.10.31. 18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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