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청사가 이전해서 대전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 게 뭐가 있나요?
대전청사 공무원들 택시는 커녕 버스도 안타고 다닙니다. 관용버스가 잘
돼있는데 대중교통을 왜 쓰겠습니까?" 대전에서 만난 택시기사의 말이다.
최근 정부의 수정안이 발표됨에 따라 기존 행정중심도시에서 교육과학도시로 탈바꿈할 운명에 처해진 세종시를 놓고 대전지역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2002년 연말 대선 당시 故노무현 전대통령의 공약 '행정수도'로 처음 거론된 이후 7년 동안 행정수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로 이름이 바뀌면서도 대전충청지역 경제와 특히 부동산 시장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세종시의 '용도변경'에 대해 오늘내일이라는 사생결단이라도 날 것 처럼 들끓는 국회와 정치권과는 달리 대전지역 민심은 차분하기만 하다.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됐을뿐 그 어떤 형태도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게 대전지역의 반응이다.
여론조사 결과로는 원안에 대한 지지율이 수정안에 대해 6대4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민심은 그렇지만도 않다. 아니 오히려 원안이 지역경제 발전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 지역민심 "행정 도시는 시너지가 없다"
대전지역에서는 세종시의 당초 모델이었던 행정중심도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모습도 찾기 어려웠다.
대전 유성 중개업소 관계자는"정부 대전 청사가 내려온지도 어언 20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대전 청사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면서"공무원들 대부분이 출퇴근을 하거나 아예 주말부부로 전락 할 망정 대전 거주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더욱이 대전 청사 주변의 공무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이 잘돼있어 시내까지 나와 생활하는 공무원은 더욱 없습니다. 대전청사가 이런데 세종시가 들어서면 이같은 고립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행정 중심도시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행정도시가 완전히 대전 충청지역에 흡수 될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드물다. 원안대로 9개 부처가 내려와봐야 대전 청사가 좀더 커지는것에 불과 할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KTX 등 고속 광역 교통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현상황에서 서울과 대전과의 거리는 과거 대전 청사 보다 더 가까워질수 밖에 없다. 즉 행정중심도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 대로 행정수도의 모습이 아닌 다음에는 공무원들의 이동에 불과하고 결국 코레일만 수혜를 입게될 것이란 이야기다.
"주거 이전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직장이 대전으로 내려온다고 온가족이 다 따라 내려올것이라고 바라기는 어렵습니다. 공무원들 같은 고급인력들은 결국 서울을 벗어나지 않을겁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이때문에 차라리 기업중심의 교육과학 도시를 기대하는 심리도 커지고 있다. "수정안대로라면 공장이 많이 생겨날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공장 종사자들은 서울에서 내려오더라도 결국 세종시에 거주할수 밖에 없게 되겠죠. 수원과 천안, 울산, 포항등을 볼때 차라리 대기업 공장들이 내려와주는게 훨씬 지역경제에 이로울 겁니다" 그는 조심스레 수정안을 지지하는 듯한 말로 대화를 맺었다.
◆ 수정안, '블랙홀' 될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정안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정안대로라면 대전ㆍ충남권으로 옮겨올 기업들의 발길이 세종시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데다 세종시 인근마저 수정안이 제대로 실행될지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일단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역부동산업계는 충남지역의 부동산시장은 원형지 개발로 땅값이 크게 낮아진 '세종시 수정안'으로 오히려 역효과를 볼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한다. 충남으로 오려던 기업들이 세종시로 옮겨 가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아산, 천안 등지로 갈 기업들도 세종시행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종시를 뺀 대전시와 충남지역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한마디로 '블랙홀 효과'가 작용한다는 얘기다.
부동산 114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은 대전ㆍ충남지역의 부동산에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이전할 기업이 세종시로 간다면 부동산수요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부근 연기군 지역도 수정안이 호재일지는 미지수다. 행정부처 이전을 약속했던 원안이 무산되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져서다.
연기지역의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대기업이 내려오더라도 아파트값, 땅값 등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마당에 수정안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조치원읍내 부동산중개업소 한 관계자도 "연기군은 지금 허허벌판"이라며 "세종시 계획의 수정논란으로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건설공사는 멈췄고 주민은 빠져나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들려줬다.
그는 "수정안대로 기업이 온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은 보합세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 수정안 발표에 현지 부동산시장 '훈풍'
그러나 일부에선 훈풍을 바라는 분위기다. 조치원 등 연기와 가까운 지역은 '세종시 수정론' 발표로 아파트 등 부동산 시황을 묻는 문의가 잦아지고 있다. 거래는 물론 문의마저 거의 없었던 부동산시장에 숨통이 틔여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연기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기업유치가 포함된 세종시 수정안으로 투자자들 문의가 조금 늘고 있다"면서 "거래까진 이뤄지지 않지만 분위기만큼은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주민 입주권과 이주자들의 택지분양률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원주민들에게 간접보상책으로 주어진 이주자택지 입주권 값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 1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던 택지입주권이 '세종시 수정' 논란을 빚자 2000만원대로 떨어졌으나 최근 3000만원대로 뛰어올랐다.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 단독주택도 187필지를 분양한 결과 95.7%인 179필지가 팔렸다.
한 시장 전문가는"과천과 같은 롤모델 보다 효율적이라고 기대된다. 사옥이나 사원형 아파트나 상업용지가 들어설 경우 주변에 주거지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두고 봐야 겠지만 지금보다 수정안이 도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연기군을 중심으로 입주 후 미분양됐던 아파트가 조금씩 팔리거나 가격도 상승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이같은 현상은 세종시 원안보다 수정안을 통해 대기업들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곧 아직 법안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세종시가 과거 조치원등의 지역 행정기능만 들어서는 것 보다 수정안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유입을 통해 얻어지는 생산기능에 따른 부동산시장 활성화가 더욱 효과적인 시너지로 작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대기업이 유치될 경우 이에따른 호재가 기대되는데 예컨대 중소기업 관련 납품업체나 벤더들이 동시 유입되기 때문에 소비에 대한 기대효과나 실제 거주하면서 유입인구 증가 등에 따른 시장 활성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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