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탄생하고 완성한 수트(suit)가 세계의 표준복이 된 것은 영국이 세계 각국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영어가 퍼져 나간 방법과 닮아 있다. 수트는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통용되는 편리한 툴인 것이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풍조를 일으킨 비즈니스 캐주얼의 최대 추진자, 빌 게이츠 조차 2005년 러시아 방문 시에는 180도 모습을 바꿔 타이를 맨 그레이 수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떠올려 보면 수트의 신뢰도는 나라를 불문하고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편성도 영어에 뒤지지 않는다. 영국에서 수트의 원형이 등장한 것은 1850년대. 그로부터 약 150년 이상 스타일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매 시즌 트렌드가 있기는 했지만 색과 무늬, 칼라 등 아주 한정된 것만 변했다. 캐주얼처럼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전혀 입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수트는 영어와 비슷한 정도로 실용성이 높은 것은 물론, 상대에게 예의를 나타낸다는 정신성도 뛰어난 장점이라 하겠다. 일본을 대표하는 복식평론가 이즈이시 쇼죠는 그의 저서 《남자의 멋 - 기본 복식술》 에서 수트를 사회에 나오기 위한 ‘입고 다니는 여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권에 개성이 필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트 역시 정형(定型)이기 때문에 사회로 나올 때 말없이 자신을 증명해 주는 여권처럼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수트를 입는다는 것은 사회에 참가한다는 의사 표명인 것이다. 영국 왕실 직속 디자이너였던 하디 에이미스(Hardy Amies)는 ‘남자의 옷차림은 허영이 아니라 법과 질서, 예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수트가 가진 사회성과 합리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수트가 뛰어난 언어인 것을 이해하면 나머지는 보다 좋게 보일 수 있는 약간의 방법만 알면 된다. 수트 선택의 요령과 셔츠, 넥타이 맞추는 법을 약간만 익혀둬도 당신의 수트 스타일에 세련미가 더해질 것이다. 그렇게 하면 전세계 어느 도시에 발을 내디뎌도 세련된 모습으로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다.
심플과 프로페셔널의 조화 호감도가 높은 사람의 옷차림은 세련되고 심플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리된 듯한 통일감이 있고, 지나치게 눈에 띄는 곳도 없다. 화려한 색을 사용한다든지, 번쩍거리는 액세서리 같은 것을 많이 걸치고 있지 않다. 간소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프로페셔널’로 비쳐진다. 심플하게 옷차림을 정리하는 요령은 우선 복장의 색, 무늬, 형태 등이 심플한 것을 몸에 걸치는 것이다. 색 차이가 너무 크게 다른 넥타이나 셔츠 등은 복잡하게 보임으로써 옷만 두드러지고 자신의 개성이 사라져 버린다. 비즈니스 옷차림에서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전체 밸런스가 깨진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시선이 본인보다 몸에 걸치고 있는 쪽으로 빼앗기게 된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폭 넓은 층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위화감을 갖게 하는 것은 곧 마이너스로 연결된다. 옷차림은 밸런스 감각을 유지하며 자신을 표현해 가는 방법이다. 포지션이나 직업, 자신의 이미지에 맞는 옷차림으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파워 드레싱’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미국의 비즈니스 엘리트들에게 침투해 있는 수트의 의식을 말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수트’란 단순한 제복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자기 표현으로서, 감성을 살려서 세련된 자신의 스타일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비즈니스 엘리트들에게자신을 힘있게 보여주는 파워 수트가 필요한 것이다. 리더로서 사원 앞에 설 때, 또 회사의 일원으로서 고객이나 거래처 앞에 모습을 나타낼 때에도 교양과 품격이 옷차림에 포함되어 있어야만 한다. 단순하게 맞춤 수트나 값비싼 고급 수트를 입으면 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수트를 선택해서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여부를 통해 경력, 비즈니스에 임하는 자세, 시대를 읽는 센스, 성격까지도 읽어 낼 수 있다. 그 날 고른 한 벌의 수트가 인상을 크게 좌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후의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준다. 옷차림은 교섭 상대가 당신의 진위를 가려내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럼, 어떻게 수트를 입는 것이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인도하는 것인가? 포인트는 다음의 3가지 이다.
① 바르게 입을 것 ② 메시지가 명확할 것 ③ 시대를 반영한 복장일 것
이 세 가지에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자세하게 연재할 계획이다. 수트를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포인트 설명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수트를 입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당신이 수트라는 의복 그 자체에 더 흥미를 가졌으면 한다. 이것이 수트를 멋지게 입어 내는 첫걸음이 된다.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Balzac)는 ‘복장에 대한 무관심은 정신적인 자살 행위와 똑같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옷차림으로 상대에게 마이너스 이미지를 주는 이유는, 첫째로 자신의 옷차림 그 자체에 스스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달에 설명했듯이 외견력(外見力)이 무엇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면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옷차림에 무관심한 비즈니스맨들에게 전형적인 습관 중의 하나가 바로 로테이션(rotation)으로 입는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닌 매일 아침마다 코디네이트를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서 옷장에 걸려져 있는 순서대로 입는다고 하는 타입이다. 외견력(外見力)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가 자신의 옷차림을 봤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고 하는 가설을 항상 세워보는 것이다. 그 날의 목적에 맞는 복장을 선택하는 타입의 비즈니스맨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돌아갈 때, 내일 스케줄을 확인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 내일은 누구와 만나는지, 어디에서 강연이 있는지, 클라이언트의 업종, 성별, 그 이후에 비즈니스 파티가 있는 것인지 를 확인한다. 스케줄을 확인할 때 무엇을 입고 자신을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에 관해 전략을 세우는 것을 먼저 습관으로 했으면 한다. 처음에는 귀찮은 것 같아도 점점 자신의 수트 입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즐겁게 된다. 여기에서부터 수트를 소화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를 너무 지나치게 갖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샤넬(Chanel)의 말처럼 우리는 옷을 잘 못 입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옷에 주목하지만, 옷을 잘 입은 사람을 보면 ‘그’라는 사람에게 주목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패션성에 뛰어나도 상대가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은 성립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외견력(外見力)이라고 하는 비즈니스 스킬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수트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툴이 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수트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한 단계 올라간 비즈니스 스타일을 창조해 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