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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노(魯)나라 ‘공의휴’

명호경영컨설턴트 2010. 5. 8. 07:21

 

책사는 권모술수로 자신이 모시는 주군을 받든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책사는 국가 경영의 원대한 책략을 세워 이를 실천해 주군을 성군으로 만들고 백성들에게 태평성대를 누리게 한다. 강태공은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세운 뒤에 제나라 제후에 책봉됐다. 그는 바닷가 오지인 제나라에서 백성들에게 뽕나무를 심어 집집마다 양잠을 하게 하고 염전을 만들어 소금을 생산하게 해 제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관중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해 제환공을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로 만들었다. 범려는 월왕 구천을 도와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나라를 부국강병하게 만든 뒤에 오나라를 쳐서 월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뛰어난 책사들은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다.
공의휴(公儀休)는 노(魯)나라의 선비로 학문을 열심히 해서 재상으로 발탁됐다. 그는 주군을 받들어 성군으로 만들고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게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백성들이 부유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
공의휴는 백성들에게 농사를 권면하고 관리들에게 백성들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관리들에게는 어떤 뇌물도 받지 못하게 했다. 하루는 공의휴가 휴가여서 쉬고 있는데 하급관리가 커다란 생선을 가지고 찾아왔다.
“재상께서 생선을 좋아하신다고 해 제가 바다에서 직접 잡아가지고 왔습니다.”
하급관리가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했다.
“내가 생선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받을 수가 없구려. 그냥 가져가서 그대가 먹도록 하시오.”
공의휴가 몹시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생선을 좋아하시면서 어찌 그냥 가져가라고 하십니까? 저는 재상을 존경하여 올리는 것입니다.”
“말씀은 고맙소. 나도 생선을 좋아하지만 받을 수가 없어서 애석하게 생각하오. 나는 재상의 지위에 있으므로 녹봉을 넉넉하게 받기 때문에 생선을 충분하게 사 먹을 돈이 있소. 시장에는 생선을 팔려는 가난한 상인들이 많은데 나같은 사람이 사먹지 않으면 누가 생선을 사먹겠소? 그대가 돌아가면 나는 시장에 가서 생선을 살 작정이오.”
공의휴의 말에 하급관리는 부끄러워하면서 돌아갔다. 공의휴는 그날 시장에 가서 생선을 잔뜩 사가지고 돌아와 가족들과 하인들까지 모아놓고 생선 잔치를 벌였다. 공의휴가 생선을 직접 생선 장수에게 사서 먹는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자 노나라의 수많은 관리들도 직접 저잣거리에 나가서 생선을 사서 먹었다. 그 바람에 생선 장수들은 안정적으로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가 있었다.

오로지 백성들을 위한 정책

노나라는 천재지변으로 흉년이 계속됐다. 하루는 공의휴가 백성들이 농사 짓는 것을 시찰하고 퇴청해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는데 야채가 유난히 맛이 좋았다.
“부인, 이 야채가 유난히 맛이 좋구려. 이 야채를 어디서 샀소? 내일 또 사오시오.”
공의휴가 야채를 맛있게 먹으면서 부인에게 말했다.
“사오기는 어디서 사옵니까? 남자가 도무지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른답니까? 이 야채를 봄철 내내 내가 후원에서 키웠는데 모릅니까?”
부인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부인이 손수 키웠다는 말이오?”
“그래요. 내가 키웠지 당신이 키웠답니까?”
부인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공의휴는 가만히 탄식하고 밤이 되자 부인이 정성 들여 키운 야채를 모두 뽑아서 버렸다. 이튿날 아침 부인이 도끼눈을 하고 펄펄 뛰었다.
“어느 도적놈이 내가 키운 야채를 모두 뽑아버렸어요. 이제는 시장에서 사먹을 수밖에 없겠어요.”
“허허허. 우리 같은 사람이 채소를 길러서 먹으면 야채를 파는 사람들은 누구에게 판다는 말이오?”
부인이 펄펄 뛰면서 소리를 지르자 공의휴가 웃으면서 달랬다.
“당신이 채소를 뽑아버렸군요.”
부인은 공의휴를 원망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공의휴는 재상으로 있으면서 모든 정책을 백성들을 부유하게 하는데 두었다. 그의 정책은 눈에 띄지 않았으나 백성들의 삶은 서서히 안정되고 흉년도 극복돼 갔다.

나보다 전체를 생각한 책사
하루는 부인이 공의휴가 입을 비단 옷을 새로 지어서 바쳤다. 공의휴가 녹봉을 받는 대로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물건을 사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줘 변변한 옷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융통성이 없다고 해도 남편인 것이다.
“허허. 모처럼 좋은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으니 날아갈 것 같구려.”
공의휴가 기분이 좋아 부인에게 말했다.
“그래도 좋은 비단은 알아보시네요. 비단옷이 마음에 드세요?”
부인이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렇소. 옷이 매미날개처럼 부드럽구려. 조강지처라고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역시 당신뿐이오.”
“어이구. 어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래 이 좋은 비단은 값이 얼마나 되는 거요?”
공의휴는 비단의 촉감이 좋다면서 기뻐했다.
“아무리 나랏일이 바쁘다고 집안 일을 그렇게 모르세요? 우리 집에 좋은 베틀 기계가 있고, 베 짜는 솜씨가 좋은 하녀가 새로 들어와서 집에서 짜고 바느질은 내가 한 거예요. 아무리 무심하다고 집에서 짠 비단을 값이 얼마냐고 물어요?”
부인이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의휴는 그 말을 듣자 즉시 베틀 기계를 불살라 버리고 베 짜는 솜씨가 좋은 하녀를 집에서 내보냈다.
“이 양반이 미쳤나? 지난번에는 집에서 정성 들여 키운 야채를 모두 뽑아서 버리더니 이번에는 베틀을 불사르고 하녀를 내보내니 대체 무슨 짓입니까?”
부인이 벌컥 화를 냈다.
“하녀를 내보내고 베틀을 불살라버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소. 부인은 내 말을 잘 들으시오.”
공의휴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무슨 이유인지 말씀이나 해보세요.”
“물건을 살 만한 사람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농민들이나 공인들은 누구에게 물건을 팔아 돈을 벌겠소? 그들이 굶주리는 것이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절대 그렇지 않소. 나라의 정책은 백성들이 골고루 잘 살아야 하는 것이고 재상의 할 일은 백성들을 잘 살게 이끌어 가는 것이오. 관리들이 집에서 비단을 짜서 옷을 해 입으면 비단을 파는 상인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서 가족들을 부양하겠소. 그들이 돈을 벌지 못하면 도적이 되고 도적이 많아지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이오.”
공의휴가 모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꾸짖자 부인은 입을 다물었다. 공의휴가 시장에서 비단을 사서 옷을 해 입자 관리들도 다투어 시장에서 비단을 샀다. 비단을 파는 상인들은 안정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었다.
공의휴는 사마천의 순리열전(循吏列傳)에 오른 인물이다. 순리는 법을 근본으로 해 그 이치를 따르는 청빈한 관리를 일컫는다. 공의휴는 국가 정책을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우선 순위를 뒀다. 그로 인해 노나라는 부강해졌고 백성들은 부유하게 됐다. 공의휴가 농민들이나 공인들을 위해 야채를 모두 뽑아버리고 베틀 기계를 불살라버린 것은 진정한 책사, 위정자의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출처 : 꿈을 향하여~
글쓴이 : 푸른구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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