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협상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술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필자는 단연코 질문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협상에 있어서 질문은 마법과도 같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협상을 잘하는 사람은 질문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그렇게 질문이 중요할까? 질문은 협상을 타결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질문이 가진 숨은 힘을 알아보자.
첫째, 질문은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게 해 준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왜?"라는 질문이다. "왜 그것을 원하는가?" 이 질문은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게 해 주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요구가 아닌 욕구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 준다. 다음 경우를 보자. 사무실을 임대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다.
세입자: 그런데 임대 기간을 한 5년 정도로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빌딩 주인: 그것은 안됩니다. 1년 이상은 곤란합니다.
세입자: 좀 해 주십시오.
빌딩 주인: 곤란한데요.
세입자: 정 안되시겠어요?
빌딩 주인: 곤란합니다.
세입자: 알겠습니다. 할 수 없지요.
빌딩 주인: 예. 할 수 없네요.
이와 같이 협상이 끝날 것이다.
그러나 이 협상에 '질문'이라는 기술이 도입되면 상당히 다른 모양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세입자: 그런데 임대 기간을 한 5년 정도로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빌딩 주인: 그것은 안됩니다. 1년 이상은 곤란합니다. 그런데 왜 5년이나 필요하세요?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세입자: 사실 저희는 이 사무실에 광학에 관련된 특별할 실험설비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이 설비를 설치하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요. 한 번 설치하고 나면 적어도 5년은 있어야 겨우 본전이 빠집니다.
빌딩 주인: 아 그러세요? 그래도 1년 단위로 하고 매년 갱신해도 될 텐데요.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세요?
세입자: 갑자기 임대료를 확 올리신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빌딩 주인: (조금 생각하다가) 귀사는 우리가 귀사의 약점을 이용하여 임대료를 한꺼번에 확 올리는 것을 걱정하시는 거지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귀사에 대해서는 매년 우리 빌딩 전체 임대료의 평균을 적용하면 되지 않을까요? 귀사 같이 그런 약점이 없는 다른 업체들이 받아들이는 임대료 수준이라면 귀사도 받아 들일 수 있지 않겠어요?
세입자: (조금 생각하다가), 그러면 되겠네요. 그래도 한 2년은 주시고 3년 차부터는 평균 임대료를 적용하도록 하시죠.
빌딩 주인: 그럽시다. 단, 고층을 쓰실 경우 고층 프리미엄이 조금 추가되는 것은 각오하시고요.
세입자: 알겠습니다.
이 협상이 타결되었던 것은 딱 질문 하나 때문이었다. " 왜 1년은 안되세요?" 라는 질문 하나였다. 그것이 다른 모든 대화를 풀어 주는 단초가 되었던 것이다.
질문은 이런 식으로 마력을 발휘한다. 바로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질문은 긍정적이고 진지한 인상을 준다
질문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지 않으
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자기 주장만 하지 않고 '당신의 입장이 무엇인가? 왜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고 느끼게 되면 당연히 그에 대한 호의적 감정이 커지게 마련이다. 상대방의 호의적 감정은 당신의 호의적 감정을 유발하고, 그러면 협상의 분위기가 우호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대화는 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행된다.
질문은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수단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협상은 논리의 싸움이다. 상대방에게 논리적 허점, 모순이 있거나 일관성이 부족할 때 그것을 지적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직접적으로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것은 자칫 상대방의 반발을 유발하면서 협상을 대립적 국면으로 몰아 넣는 수가 있다. 상대방의 포지션을 정면으로 공격하면 상대방도 자신의 입장을 정면으로 내세워 결국 대립 각이 서고 말 것이다. 한 번 이렇게 되고 나면 상대방도 입장을 바꾸기가 어렵다. 따라서 설혹 상대방 논리에 모순이나 허점이 보인다고 하더라고 그것을 그대로 공격하기 보다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모순을 스스로 깨닫고 모양 좋게 그 입장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로 이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질문이다.
질문은 상대방이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융통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질문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을 하게 만듦으로써 나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의 사례에서 당신은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지난 번 분양 때 물량 디스카운트를 주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이 정보는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만약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정보는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가운데 상대방은 자신의 속내 또는 전략을 노출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자칫 중요한 정보를 내줌으로써 그가 취할 수 있는 융통성을 스스로 줄이는 경우도 있다. 위의 사례에서 상대방은 지난 번 분양 때 물량 디스카운트를 주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입장이 다소 궁색하게 되었다. 지난 번과 이번의 분양 기준이 왜 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럴 듯한 논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 그 논리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에 입장의 변경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융통성이 줄어 든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할 말이 없으면 질문하라. 질문은 결코 손해 볼 일이 없는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고 엄청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는 창이다.
<협상카리스마 본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