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일어이야기

[스크랩] 교환유학생활 회상기

명호경영컨설턴트 2010. 5. 9. 10:04

아랫글을 보니 유학생활이 힘들기는 하셨던가 봅니다. 아마도 여자분에다가 주로 실험만 하시던 분 같은데...남일 같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짧막하나마 제가 약 1년간 경험한 일본에서의 교환유학생활에 대해 나름대로 솔직담백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물론 제가 좀 적나라한 부분이 많아서, 임신부 및 노약자 현재 병을 앓고 계신 분, 평소 비위가 약하신 분께는 충격이 될 수 있으니 제 글 보시는 것을 삼가하시기 바랍니다.

 

1) 환상의 나라에서 그저그런 나라로

   사실 일본에 관심이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애니메이션, 드라마와 같은 문화를 통해서 먼저 일본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심하게 오덕 수준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평소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그것이 이러한 문화를 통해서 일본어를 익히게 되고 그러면서 역시 직접 가서 체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이 바닷물이 짜다는 것은 알려줄 수 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짠맛인지 알려면 직접 맛을 봐야 한다]라는 게 평소 제 입장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통해서 3학년을 일본의 XX대학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설레이는 마음으로 공항을 가게 되었고 그런 들뜬 마음으로 일본이라는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를 기다렸던 것은 "외로움" 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일본 가서 한달은 TV를 끼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한국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외로움. 그렇다고 해소할 방법이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사실 바로 옆방에 저와 같이 온 후배녀석이 있었지만, 일본 들어올 때 다짐했었던 것이 한국애들과는 놀지 말자였습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당시에는 어학도 안되는 수준이었기에 괜히 한국애들과 어울려 놀다가는 유학의 목적을 망각할 것 같아서 일부러 피했습니다.

 

   사실 일본애들이 자기들이 먼저 말을 걸고, 친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난 후에는 제가 먼저 말을 걸고 그렇게 다가가서 나름대로 친해졌습니다. 그렇게 외로움을 나름 해소하는 한편 그동안 품어왔던 환상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연가가 그렇듯, 제가 너무 환상을 품은 것인지, 책과 애니, 드라마 이런 것으로 알아 왔던 일본이 아니었습니다. 환상이 깨지더군여. 결국 1년 후에는 여기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뭐던지 덤덤하게 받아들이겠지만, 그때는 정말로 이미지라는 것이 이래서 무섭구나라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2) 수업의 어려움

   제가 일본에 갔을 때는 JLPT 2 급을 딴 상태로, 일본인과 직접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매일 오전 3시간은 일본어공부(for 교환유학생), 오후에는 학부수업(주로 문학, 역사, 정치, 사회, 경제 등)을 들었는데, 일본어 수업은 너무 쉽고, 오후의 학부 수업은

 

문학, 역사, 사상, 고전 => 무진장 어렵다. 문학 60%, 역사 50%, 사상 30%, 고전 2%(농담하실 때만)  

정치, 경제, 사회 => 그나마 쉽다. 대부분 90% 이상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알아듣는다고는 해도 그 때뿐이고, 10초만 지나면 뭔 소리했는지 전혀 기억을 못해냅니다.

문제는 쓰기!!! 듣기 말하기는 그나마 된다지만 쓰기는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기말시험을 보는데, 시험지에 답을 쓰려니...한 숨 밖에 안 나왔습니다. ㅠㅠ 한자는 커녕 히라가나로 쓰려고 해도 내용을 모르고 거의 백지상태로 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는 얼마나 식은 땀이 흐르던지, 살면서 시험이란 게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걱정이 많이 되는게, 저는 역사쪽이기 때문에, 수업청취를 따라갈 수 있을지, 시험때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잘 쓸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입니다.

 

3) 유학생활의 고질병=> 향수병

   저는 타 유학생들 포함해서 7명이 같지 다녔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주위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돌기 시작하더니, 그 때부터 다들 지각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결석들도 잦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랑 같이 온 후배녀석은 3주를 내리 결석하더군여;;; 그렇게 저를 뺀 나머지 6명이 두 달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사태가 심각해지더니 급기야 학생 개인면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저야 뭐 군대도 갔다온 상태였고(후배는 아직이었음), 첫 달에 이미 심각하게 열병을 앓았더니, 그 다음에는 평정상태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향수병 그거 무섭더군여.

 

4) 아랫층 또라이

   저는 가자마자 그 날 바로 황당한 사건을 경험했는데, 제가 2층인데, 그 날 밤 내내 새벽 7시까지 음악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아랫층 녀석이 왠종일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사람들을 괴롭히는데, 일본 집 자체가 방음이 잘 안되는데다가 제 방 바로 아래라서 정말로 눈을 뜬 상태로 밤을 지샜습니다. 그 다음날 외국인 증명서 신청하고 기숙사에 오니, 사감 아줌마가 저보고 밤에 노래 크게 틀지 말라고 뭐라고 하시는 겁니다. 3층의 여학생이 밤에 한숨도 잠을 못잤다는 것입니다. ㅡ.ㅡ;;

그래서 하도 어의가 없어서 따졌죠. 저도 히가이샤에요. 아랫층 녀석이 노랫소리를 얼마나 크게 틀어놨는지 저도 오히려 잠 못잤어요라고 당당히!!! 하소연 했습니다. 그랬더니 알았다고 알아보겠다고 하시고는 그 학생한테 주의를 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후에도 며칠 간격으로 계속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열받아서(제가 O형, 평소에는 A형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으면 마루를 발로 쿵쿵 차서 주의를 줬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역습"이 들어오더군여. 사감 아쟈씨(두 분 계심)가 왜 마루를 쿵쿵 차냐고...그래서 사정을 이야기 했죠. 그리고 학교측에도 면담시에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 학생은 벌써 4년째 그러고 산다고 합니다. 오는 유학생들마다 그런다고...암튼 그렇게 1년을 싸웠습니다. 정말 그 또라이때문에 잠을 못 잔게 몇 밤인지...

 

5) 먹을 것의 어려움

  제가 편식이 심합니다. 그래서 주로 먹는 것만 먹고, 또...반찬과 국이 없으면 밥을 잘 못 먹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 제일 고생한 것중에 하나가 바로 먹을 것입니다. 아침은 아침에 쥬스와 삼각김밥, 점심은 학교 식당에서 카레 혹은 라면, 저녁은 띵기거나 가끔 땡기면 마츠야에서 한국식 찌게정식이었습니다. 사실 요리를 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혼자서 무언가를 해 먹는다는 게 정말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년이 지나니까 정말로 얼굴이 완전 해골이었습니다. ㅡ.ㅡ;;

이번에는 여동생에게 음식하는 방법을 배우고 레서피를 적고, 동영상 촬영해서 꼭 해 먹고 다니리라라고 작심을 하고 있습니다.

 

6) 친구는 있는데, 친구가 없다

   제가 약 한 달이 넘어서 알게 된 몇 명이 있지만, 몇 달이 지나도...그리고 심지어 1년이 지나서 갈 때까지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제 문제인지 아니면 문화차이인지...

일본에서 사람을 알게 되어도 그것은 정말로 시리아이이지 토모다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기란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늘상 친하게 지내보려고 문자도 하고 전화도 하고 안 듣는 수업인데, 일부러 찾아가서 같이 듣기도 하고 점심도 같이 먹고, 저녁도 사 주고 그랬지만...그쪽에서 먼저 제게 연락하는 경우는 지금 기억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거 저만 그런 것인지......;;;;

   특히나 제가 "정"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지라서...

   아무튼 친구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다는 느낌을 받은 게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친구들과는 아직도 5년째 연락(?)하고 있고, 이번에 일본 가면 술마시자고...ㅋㅋ ^^:;

 

사실 지금까지 안 좋은 것들만 나열했는 데, 저한테도 불꽃놀이니 관서지방 여행이니 하는 좋은 추억도 많습니다. 다만, 그런 것은 유학하는 데 있어서 즐거움이기 때문에, 따로 제가 말씀 안 드려도 이미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어 여기에 적지 않았을 뿐입니다.

 

얼마 전에, 동대에서 박사까지 하시고 한국에서 연구원과 강사활동 하시는 분께, 울트라슈퍼캡숑짱 적나라하게(여자분이신데;;;) 유학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 함정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결론은 하나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

 

" 오뚜기 같은 근성과 나 하나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된다 "

라고.....

 

이번에 가시는 분들은 모두 우수한 분들이시고, 근성있는 분들이시니 모두들 성공하실 겁니다. ^^

 

유학생활이 고단하고 힘들 때...

참이슬을 불러주세요 ^^

출처 : 세상은 배움이 있어 즐겁다
글쓴이 : 돌아온펭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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