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그 아름다운 선물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언이 가끔씩 떠오르면, 마지막 남기신 그 뜻 앞에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곤 한다. 온 삶을 다 담은 소원만큼 가슴 묵직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바로 그 유언의 무게가 역경 앞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게 하고, 절망을 딛고 일어서게 한다. 사랑으로 맡겨준 뜻이 있기에 주저앉을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묵직한 유언이 거센 바람을 타고 나아가게 하는 팽팽한 돛이 되고, 거친 파도에 흔들리지 않게 하는 든든한 닻이 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톨스토이의 마지막 저작인 이 책이 우리를 향한 아름다운 유언이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영혼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봤다. 한 영으로 이어진 우리 모두를 향해 자신의 온생을 통해 깨달은 지혜의 열매를 남겨줬다. 인생을 살아가며 필요한 지혜의 요체를 유언으로 선물하려는 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 사랑, 행복, 영혼, 신, 믿음, 삶, 죽음 등의 반복되는 주제를 하루에 한 편씩 읽도록 구성되어있다. 인생의 걸음마다 찾아드는 이들 손님을 어떻게 맞이하고 떠나보낼지 안내해준다. 저도 모르게 반복되는 주제들 속을 거닐다 보면, 그의 유언이 어느새 내 가슴 깊이 심겨지고 싹이 움터온다. 그리고 필요한 순간마다 움터오는 지혜의 향기들이 그윽하다.
그의 유언을 읽어가다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새롭게 뜬 시선 앞에 내 부끄러운 알몸이 드러나기도 하고, 우리 안에 숨어있는 놀라운 가능성과 퍼덕이는 생명력을 목격하기도 한다. 때론 가슴 깊이 숨어있던 상처가 치유되고, 잊혀진 소망의 싹이 움트기도 한다. 힘겨운 순간엔 위로의 향기가 진동하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서성일 땐 어디로 향할지 나침반이 되어준다. 그 여정 속에서 쉽고도 단순한 몇 줄의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맛본다. 그리곤 내 안에도 소망 하나 자연스레 피어나 일렁인다. 내 사랑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힘, 등불과 향기가 되는 지혜를 남겨주고 가고 싶다는 소망이.
사실 오랜 허기를 채우듯 참지못하고 하루에 몇편씩 읽어간 것이 아깝다. 어떤 구절이 어떻게 등불이 되고 위로가 되었는지 나누고 싶은 마음을 접어둔다. 각자가 맛보는 향유의 즐거움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뜻이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이 아름다운 지혜가 스스로 두근거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아름다운 선물이 하나의 영으로 이어진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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