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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거지와 숙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실화)

명호경영컨설턴트 2011. 2. 4. 12:55

옛날 이화여대가 처음 탄생했을 때의 일이랍니다.
그 당시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며 실화이며 그 분이 지금 어느 재벌의 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72년도 대학 시절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그 시절에도 옛날이라 하였으니 아마 잘은 모르지만 꽤 오래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제 기억이 아스름하여 혹시나 잘못 기록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널리 이해해 주시고 들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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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촌 이대 앞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젊고 잘생긴 거지가 정문 앞 입구에 나타났습니다.

그 거지의 생긴 모습을 보면 생긴 것은 초라하고 얼굴에 몇 년 묵은 기름 때가

더덕더덕 붙어있었지만(사실 거지가 모습이 너무 깨끗하고 정숙하다면 아마 장사(?)가 잘 안되지 않겠습니까?)

가만히 이모 저모 자세히 얼굴의 모습을 뜯어 보면 아주 잘생긴 그런 모습이었더랍니다.

 

실제로 이 거지는 조실부모하여 배운 것은 별로 없으나

생김새나 마음의 순수함이 일반적인 거지의 그런 모습과는 판이하여

사람들이 쳐다볼 때 너무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런데 이 거지가 하루는 너무나 장사(?)가 잘 안되어 하루종일 굶었답니다.
그래서 너무나 배가 고팠던 이 거지는 비록 거지일 망정

 

자신의 도덕적인 양심에 비추어 도둑질은 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하루를 배를 굶주리고 보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가게(?)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배가 고픈 이 거지는 힘이 없었답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일찍 가게문을 열면 조금이라도 빠른 시간내에 돈을 구걸하여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였답니다.

 

그러나 이대생들의 통학 시간은 일정하였습니다.
아침 8시 30분이 지나서야 가끔씩, 아주 가끔씩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고픈 이 거지는 지나가는 여학생에게 "한 푼만 줍쇼. 불쌍한 거지입니다."라고 애달프게 구걸을 하였답니다.
그러나, 항상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지를 여대생들은 그저 무심하게 쳐다보고 그냥 지나치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계속 시간은 흘러갔고 이 거지의 배는 갈수록 자신의 본능을 채우려고

거지의 육체와 정신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듯 시간은 흘러 9시가 다 되어 갈 무렵이었습니다.
거지는 굶주림에 지치고 아침 바람의 쌀쌀한 추위에 지쳐 점점 힘이 빠지고

기진맥진하여 졸음도 자꾸 찾아오고 있었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지쳐 잠을 자면 자신의 고픈 배를 채울 수 없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최선의 힘을 다하여 졸음을 쫒으면서 자신의 사업(?)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세단차 한 대가 거지가 사업을 하는 그 장소의 앞에 멈춰섰습니다.
순간 거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세단차를 타고 온 사람이니 굉장히 돈이 많은 사람일거야,

이 사람만 잘 잡으면 그럭저럭 오늘 아침은 먹을 수 있을거야.

 

그러니 이 사람이 나에게 동냥을 할 수 있게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을 지어

이 사람이 내 앞을 그냥 지나치게 해서는 안돼."

 

그래서 이 거지는 눈을 감고 이 세상에서 나름대로 가장 슬픈 표정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차 문이 열리고 차에서 한 사람이 내리는 기척을 이 거지는 직감적으로 들었습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들으니 차에서 내린 사람은 뾰죽구두(지금의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거지가 있는 곳을 향하여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거지는 "그래 바로 지금이야. 장사를 시작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 뾰죽구두 소리가 거지의 옆을 지나가기 직전에 거지는

나름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푼만 줍쇼. 한 푼만 줍쇼. 아가씨. 제가 어제부터 굶어 너무나 힘이 없습니다. 곧 죽을 것 같습니다.

제발 한 사람 살린다는 생각으로 한 푼만 적선해 주십시오. 한 푼만 줍쇼. 한푼만 줍쇼."

 

그런데, 이 뾰죽구두의 주인공은 거지의 옆을 잠깐 서는 듯 하다가 다시 지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거지는 "아! 또 틀렸구나. 언제나 밥을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며 허탈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뾰죽구두 소리가 멈추더니,

잠시 후 다시 자기 앞으로 되돌아오는 뾰죽구두의 소리를 감지한 거지는

 

"이크. 드디어 살았다. 이 분이 마침내 나의 굶은 배를 채워주겠구나."

라는 가슴 밑바닥으로부터의 희망찬 물결이 크게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소리쳤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힘없는 목소리로...

"아가씨. 제발 한 푼만 줍쇼. 너무나 배가 고파 이제 곧 쓰러질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사람 살려준다는 마음으로 한 푼만 적선해 줍쇼.

이 은혜 평생을 두고 잊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제발 부탁입니다.

많이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빵 하나 사먹을 수 있는 돈이면 되겠습니다.

제발 한 푼만 적선해 줍쇼."

 

그러면서 눈은 감고 있지만 깡통에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자신의 청각적 기능의 100%를 발휘하여 주변의 소리를 듣고 있었지만,

아무리 들어도 자신의 깡통에 돈이 떨어지는 소리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거지는 혹시 '화폐?'하는 생각에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깡통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거지의 눈 앞에는 빨간색의 뾰죽구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그 뾰죽구두를 따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동자가 위로 up되는 순간, 아가씨와 눈이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란 이 거지, 얼른 눈을 감고
"아이구 아가씨, 제발 한 푼만 적선합쇼. 제발 부탁합니다."라고 처절하게 소리쳤습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 조용히 그 자리에서 조용히 쪼그려 앉으며
"아저씨, 사실은 제가 지금 가진 돈이 한 푼도 없어요. 아저씨가 좋다면 제 도시락이 있는데

아저씨가 너무 배고파 하시니 제 도시락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어요?"
하는게 아닙니까?

 

이 거지 한 편으로는 아쉽고 앝타까웠지만 아무리 내가 배가 고파도

공부하려고 싸온 도시락을 내가 어떻게 먹어? 다른 사람에게 동냥하지 싶은 마음으로

 

"아이구. 아가씨!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아가씨 도시락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게 또 동냥하죠."하였더랍니다.

 

그랬더니 이 아가씨,
"아녜요. 아저씨만 좋다면 저는 들어가서 친구와 같이 먹으면 돼요.

걱정마시고 제 도시락 드시고 나중에 제가 학교 파하고 돌아올 때 빈 도시락이나 주세요."하면서

자신의 도시락을 거지한테 주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거지는 핑크빛 보자기에 싸인 그 도시락이 너무나 아름답고, 이 아가씨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되어

한참을 도시락을 풀지 못하였더랍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더러운 손을 옷으로 문지른 다음

조금이라도 자신의 손 때가 이 핑크빛 보자기에 뭇지 않도록 조심을 하면서 도시락을 열어 보았습니다.

 

도시락이 개봉되면서 도시락 안에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하얀 쌀밥과 소고기 통조림,

그리고 계란 후라이, 아름답고 옹기종기 담겨있는 김치조각들,

정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훌륭한 부잣집 규수의 향내음나는,

먹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그런 도시락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이 거지는 그 생각도 잠시 뿐, 너무나 배고픔에 지친 이 거지는

게눈 감추듯 이 도시락을 쌀 한 톨 안남기고 먹어치웠습니다.

 

비록 여학생이 먹는 도시락이라 양은 차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단 허기진 배를 채울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거지의 장사(?)가 그 후부터 너무나 잘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나가는 여학생의 50% 이상이 거지의 깡통에 동전을 척척 던져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조금 지나자 거지의 금고는 꽉 차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거지는 보채는 자신의 배부터 채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주변의 빵집에서 배를 채운 거지는 그 빨간 구두 아가씨의 도시락을 정성들여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그 아가씨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답니다.

 

마침내, 시간이 흘러 학교가 파하고 저 멀리서부터 아가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지는 옷차림을 단정히 살피며(사실 살필 차림새도 아니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공주님을 모시는 마음자세로 그 아가씨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이런 모습을 쳐다보고 온 아가씨는 입가에 조용한 미소를 띄우며,
"아저씨, 다 드셨어요? 조금 부족하지 않으세요?"
라고 너무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정감어리게 거지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거지는 아가씨의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은 그 미소에 잠시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자신의 모습에 자신이 깜짝놀라면서,
"아, 예. 아닙니다. 점말 맛있게 아주 잘먹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저 때문에 혹시 굶지나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덕분에 잘 먹었구요, 또 아가씨 덕분에 장사가 잘되어 오늘은 이만큼이나 벌었어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서 자신의 금고(?)를 아가씨한테 보여 주었습니다.

 

아가씨도 "어머! 정말 오늘 많이 벌으셨네. 정말 축하해요. 제가 행운을 가져다 준 거 아녜요? 호호호" 하면서

농담을 하였습니다. 서로의 서먹서먹함을 떼우려는 듯이...

"예. 맞아요. 아가씨의 도시락이 저한테는 정말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거지는 순간 정말 이 아가씨의 도시락이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도 도시락을 싸올까요? 아저씨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일도 싸오죠. 뭐."
아가씨는 이런 말을 남기며 돌아갔습니다.

 

거지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자신을 지금처럼 인간 대접해 주었던 사람이 언제 있었던가?

누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온 사람이 있었던가?
누가 나에게 농담섞인 이야기를 해 온 사람이 있었던가?

거지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해서 그 날 잠도 잘 잘 수가 없었답니다.
아가씨의 마지막 말이 지나가다 그냥 툭 던진 한 마디의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밤새도록 아가씨의 그 말이 귓 속을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도 거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대 정문 앞의 자기 가게의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여느 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여느 때와는 조금 달리 좀 더 상쾌하고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였으며,

세상의 모든 만물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거의 9시가 되어 갈 무렵, 혹시나 했던 그 아가씨가 역시 세단차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거지의 가슴은 너무나 큰 희열에 요동을 치고 있었습니다.

 

아가씨는 서슴치 않고 거지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작은 도시락을 꺼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별 일 없었죠? 제가 어제 약속한대로 도시락을 가져왔어요.

이 도시락이 오늘도 아저씨한테 행운을 가져다 주면 좋겠어요."하면서 도시락을 거지에게 건네 주었답니다.

 

거지는 그저 지나가는 소리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다니,

너무나 가슴이 벅차 어쩔줄을 몰랐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저 이 한 마디 밖에 하지를 못하고 있는 동안 아가씨는 학생들의 인파 사이로 점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거지는 하늘을 날 듯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역시 장사가 너무 잘되었습니다.

 

역시 저녁 무렵 학교가 파하고는 그 아가씨가 찾아 왔고,

둘은 그 날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더랍니다.

 

그러는 동안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가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서로가 그 다음날을 아쉬워하며 헤어지곤 했답니다.

그렇게 거의 한 달의 세월이 흘렀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거지는 아가씨로부터 안타까운 소리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아가씨가 집에 무슨 일이 있어서 당분간 학교를 나올 수가 없게 되었노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거지는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도 아가씨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거지의 마음은 점차 어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래의 아가씨의 웃음 속에 뭔지 모를 그늘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새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거지의 마음은 갈수록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결국은 참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거지는 자신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가씨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처지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거지는

자신의 초라한 삶을 처음으로 원망하며 이렇게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조차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거지는

현재의 자신보다 최근 아가씨의 미소 뒤에 숨어있던 그 어둠의 그림자가 더 걱정스러웠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던 거지는 결국 아가씨의 근황을 알기 위해 발벋고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대생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나 있을 만큼 나 있던 두 사람의 관계를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아가씨가 우이동 모 별장에 휴양 중임을 알아낸 거지는

자기의 가게(?) 문을 닫고 우이동을 향하여 하루종일 걸어야 했습니다.

 

그 당시 거지에게 버스를 태워 줄 기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어 물어 우이동 별장에 가까스로 도착한 거지는 우이동 중턱의 작은 별장을 찾았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니 하녀가 나와 용건을 물었습니다.

자신이 이대 앞의 거지라고 밝힌 거지는 하녀의 별 미친놈 다봤다는 식의 냉대섞인 시선을 받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를 만나야한다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녀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였고 이 이대앞 거지는 아가씨를 보기 전에는 절대 떠날 수 없다고 떼를 썼습니다.

(사실 거지가 떼를 쓰면 그것이 떼거지 아닌가요? ^*^)

 

결국 떼거지 앞에 기가 꺾인 하녀는 이 사실을 아가씨에게 이야기했고, 이 아가씨는 거지를 들어오게 하였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간 거지는 아가씨의 방이 별장 2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러나, 아가씨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열어주지를 않았답니다.
여기까지 찾아 온 점은 고마우나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도 듣고 했으니

더 이상 자기를 괴롭히지 말고 잊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거지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질듯 아팠습니다.
아가씨가 무슨 병에 걸렸길래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가씨의 얼굴 한 번 못보고 간다면 자신은 더 이상 이 세상을 살 의미가 없으니

다시는 못봐도 좋으니 마지막으로 아가씨의 얼굴을 한번만 더 보게 해달라고 역시 떼거지를 썼죠.

 

거부하던 아가씨가 결국 거지의 떼에 못이겨 문을 열어주었더랍니다.
아가씨의 얼굴을 본 거지는 아연실색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쁘고 하얀 살결을 가졌던 아가씨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거의 뼈만 남을 정도로 수척하고 백지장처럼 하얀,

누가보아도 너무나 병들어 있는 아가씨의 그 초췌한 모습에

거지의 마음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밀물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가슴의 요동치는 고통을 참으며, 저절로 흐르려는 눈물을 삼키며,

나오지 않는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사연을 들은 즉,

 

아가씨가 거지를 만날 그 때는 이미 폐결핵 3기로 사형선고를 받고,

학교에 휴학계를 내려고 가던 중이었답니다.

 

그러다가 거지의 불쌍한 동냥 소리가

자신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한 가지 보람된 일을 하라는 하나님의 게시처럼 들려서 그렇게 되었노라고,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거지를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그리고 이제 거지에게 상처만 주고 이렇게 떠나게 되어 더 큰 죄를 짓고 가게 되었노라고...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자신의 침실을 강으로 바다로 만드는 것도 모르는 듯

자꾸만 허물어져가며 절규하는 아가씨의 모습에 가슴이 터져가던 거지는

 

자신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아가씨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아니 그 눈물로 아가씨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뒤돌아서며,

 

"아가씨. 절망하지 마십쇼. 하나님이 절대 당신을 그냥 이렇게 가게 하지는 않을겁니다.

제가 뭐든지 구해서 몇일내로 오겠습니다. 아가씨, 절대 절망하지 마시고 꼭 기다리십시오.

제가 이세상에 좋은 약을 모두 구해 오겠습니다."라고 소리치며 조용히 방문을 걸어나오려는데,

 

아가씨가 미안하지만 자기의 소원 한 가지만 들어 줄 수 없느냐고 묻는게 아니겠습니까?
거지는 터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눈물을 닦으며 돌아서서

 "무슨 소원이라도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가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아가씨가 "이제 자기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하면서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저...아직 남자 품에 한 번도 안긴 적이 없어요. 죽기 전에 한 번만 남자 품에 안기고 싶어요." 라는게 아니겠습니까?

 

거지는 자신도 그러고 싶었지만 자신의 처지가 처지인 만큼 먼저 말을 할 수 없었던 참인지라

두 말없이 아가씨를 품에 안았답니다.

 

그런데 너무나 안타깝고 불쌍하고 가슴벅차 아가씨를 안고 있던 두 팔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나 힘을 많이 가했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우지직!!!하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깜짝놀라 눈을 떠보니 깡통이, 아니 자기의 밥통이 완전히 자기 품 안에서 찌그러져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설마 이 글을 읽으시고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데..."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은 없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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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예수가좋다오
글쓴이 : (일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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