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편지7/30]
우연히 김해 대동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전날 비가 많이 와서 일거리가 많아져 새벽부터 일을 하느라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이미 알고 있었지만 농사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선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비용도 수천만 원이 들고 또 난방시설을 하는데 천만 원 정도 들어 작은 기업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즈음의 농사는 아주 과학적이어서 비닐하우스 바닥에 비닐을 깔고 그곳에 구멍을 뚫어 작물을 심어야 잡초가 자라지 않고 또 칸칸이 지주 대를 만들어 줄로 연결해 주어야 줄기가 이 줄을 타고 수확 시 노동의 강도가 약한 적당한 높이 까지 자랍니다. 그 위에는 끈끈이를 붙여 해충을 방제하고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기 위하여 중간을 돋워 주어야 하고 온도를 조절 해 주어야합니다. 자동차도 있어야 하고 경운기도 필요하고 또 다른 기계도 다뤄야 하니 이 모든 것이 하나같이 쉬운 게 없어 보였습니다.
제가 찾아 간 날 아주머니는 허리에 탈이 나서 병원에 가셨습니다.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면서 욕심이 앞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 그만 허리에 통증이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숙달된 농부는 절대 일을 더 하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전에 금융기관에서 근무하셨다는 그 분은 검게 탄 얼굴로 농사가 쉽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작년에는 상추가 아주 비싸 많은 농가가 상추를 심었는데 금년은 작황이 너무 좋아 한 단에 500원에 출하된다고 한숨이고, 토마토나 고추 등의 농사도 해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소비자의 기호도 까다로워져서 힘들어합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시골에서 일하시는 노인들이 참 대단하시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이 들면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하는 말이 얼마나 허구인지도 알 수가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시골로 귀향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시골에서 이웃들의 외면에 견디기 힘들다고 합니다. 또 연고가 없는 시골로 가면 얼마를 버티지 못 한다고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시골에는 젊은이들이 없고 어린이들이 없어 점점 더 고립이 심화되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시골에서 생계를 위하여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휴양 삼아 시골에 오는 것이 보기 싫을 것입니다. 또 나이 든 노인도 일을 하는 시골에서 나이도 얼마 되지 않는 사람들이 이사 와서 기웃거리고 다니는 것도, 오랜 경험에서 만들어진 농사기술을 무시하고 몇 권의 책에 나온 이야기를 주장하는 것도, 그리고 그 사람들이 자기만 알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는 도시의 나쁜 버릇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꼬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배타적인 성격이 우리농촌을 점점 더 노령화 시키고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농촌으로 귀향한 사람도 마음을 열고 어울리고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 현재의 자신으로 돌아가 시골의 발전을 위하여 옛날의 실력을 발휘하고 협동하고 나보다 남을 위해 더 노력한다면 원래 우리민족의 최고 덕목인 정이 흐르는 이웃사촌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옵니다. 개울가 물소리가 소소합니다.
여름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금년은 과일이 맛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