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테크/영화세상

[스크랩] 싸이코 Psycho, 1960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10

 

 

 

 


1. 대칭구조로 보는 죄의 교환

 

 

 

 영화 ‘싸이코’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관객의 심리 이동이 얼마나 쉽게 일어 날 수 있는 지 알 수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로에서 관객은 바라볼 뿐이다. 그 상황을 목격할 뿐이지 특정 캐릭터의 입장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히치콕의 영화에서는 관객의 심리가 자율적이지 못하다. 관객은 스크린에 투영되는 빛을 보는 순간부터 그의 도구적 기법에 쉬이 빨려들기 때문이다. 이는 캐릭터의 성향이 선이냐 악이냐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 그저 캐릭터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만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피닉스, 오후 2시 43분 어느 모텔의 침대 위를 뒹굴고 있는 이 남녀 주인공을 볼 때 ‘불륜’이 될만한 사건을 목격한다. 정확히 말해 ‘메리온’에게 이 사건은‘불륜’보다는 공적인 시간을 쪼개 연인인 이혼남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깝다. 이 연인들은 그들의 감정선의 결실로 이 모텔에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옳다’말할 수 없다. 히치콕은 이 ‘옳지’못함을 낮이란 시간, 더 자세히 말해 ‘메리온’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보여준다. 거기에 덧붙여 이번이 마지막이라느니, 시간과 장소 체면을 생각하지 않고 만나고 싶다는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옳지’못한 사건을 바라보아도 관객은 그들이 ‘악’한 성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들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멜로라는 이름 따위가 어울릴 판이다.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원하는 듯 보이고 이후 ‘메리온’은 이 영화의 스타트를 끊게 될 과감한 결심을 하기 때문이다. ‘메리온’은 사무실의 손님으로 온 비도덕적 성향을 띈 인물의 돈 4만 달러를 훔치고 도망가는데 이런 범죄에서도 관객은 ‘메리온’에게 감정을 이입한다. 이는 두 번째 이유가 밀접하게 닿아있는데,‘돈’의 주인의 성향이 ‘비도덕’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악’한 인물에게서 뺏은 돈을 사랑을 위해 쓰겠다는 주인공에게 관객은 마음을 돌린다는 것이다. ‘메리온’은 허겁지겁 짐과 돈을 챙긴 채 피닉스를 벗어난다. 벗어나는 중 ‘메리온’은 잠이 들고 어느 경찰관의 눈에 띄게 된다. 만약, 굳은 심지를 갖고 그녀의 범죄를 나쁘게 보았던 관객이 있더라도 이 부분부터는 그녀를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져 그 감정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관객 모드는 ‘메리온’의 무사기원을 바랄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범죄가 일어난다. ‘메리온’은 피닉스의 도시에서 ‘불륜’을 위한 ‘절도’를 저지른다. 그리고 관객은 이 ‘범죄’에 목격자가 되고 어느새 그녀의 입장에 서있게 된다.
두 번째 범죄는 4만 달러를 훔치고 달아난 가해자 ‘메리온’이 처참한 죽음을 맞아 ‘피해자’가 되어버린 부분이다. 아이러니하게 이 범죄는 첫 번째 범죄와 동떨어져 발생했다. ‘메리온’은 돈을 위해 범죄를 일으킨 것에 반해 두 번째 범죄는 돈과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메리온’은 노먼 베이츠의 모텔 1호실 자신의 방 욕실에서 샤워를 하다 ‘노먼’의 어머니에게 죽음을 당한다. 샤워 전 ‘메리온’이 ‘노먼’과 간단한 저녁식사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아 ‘노먼’의 어머니가 질투와 시기를 참다 못해 그녀를 죽인 것이다. 청렴한 아들의 ‘성의식’에 끼어든 타자인 ‘메리온’을 위협상대로 생각해 가장 무방비한 순간 타협없는 죽음을 맞게 했다. 이순간 관객은 서프라이즈적 살인에 놀라 어느 위치에 서서 봐야할지 감을 잃는다. 생각지도 못한 범죄의 순간과 가해자를 본 관객은 다음 장면에서 또 다른 범죄를 목격한다. 돌아온 ‘노먼’은 어머니가 저지른 ‘살인’이라는 범죄를 덮기위해 ‘메리온’의 시체를 샤워커튼으로 싸고 피를 닦아 내리는 등의 행위를 한다. ‘노먼’은 시체유기와 범행장소훼손이라는 범행으로 어머니의 범죄를 이어 간다. ‘메리온’의 차 트렁크에 그녀와 짐을 넣은 후 방을 살피던 ‘노먼’은 신문지에 든 돈 4만달러를 알지도 못한 채 같이 처분을 한다. 돈과 시체는 차와 함께 그대로 검은 타르 늪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런 ‘노먼’의 범죄는 앞의 모든 범행동기와 또 다르다. 그는 돈도 질투도 아닌 어머니의 신분안정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래서인지 관객은 ‘메리온’의 시체가 있는 차가 늪에 제대로 빠지지 않자 다행이라는 생각보다 ‘노먼’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의 범죄엔 적어도 ‘검은 성향’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범죄가 모두 덮어지려는 순간 ‘아보가스트’라는 사설 탐정이 ‘메리온’의 행방추적을 위해 ‘노먼’의 모텔에 들리게된다. ‘노먼’의 서툰 거짓말과 행동에 ‘아보가스트’는 ‘메리온’이 모텔에 숨겨져 있고 4만달러를 ‘노먼’과 함께 챙길 꺼라 예상한다. 그 뒤 ‘메리온’의 언니인 ‘라일리’에게 이 소식을 전하다 ‘메리온’을 더 찾아본 후 연락을 주겠다 한다. 곧이어 ‘아보가스트’는 ‘노먼’의 집에 들어서지만 그곳에서 죽음을 당한다. 계단 위로 살그머니 올라선 ‘아보가스트’를 ‘노먼’의 어머니가 칼로 찔러 죽인것이다. 다시 한번 ‘노먼’의 어머니에 의한‘살인’이 일어나고 장면은 바뀌어 ‘아보가스트’에게서 연락이 없자 불안해 하는 ‘라일리’를 보여준다. 그 다음 장면은 ‘메리온’을 사라지게 했던 검은 타르의 늪과 옆에 서있는 ‘노먼’이다. 관객은 추측컨데 ‘노먼’의 어머니의 살인을 ‘노먼’이 ‘메리온’살인과 동일한 뒷처리를 하고있음을 알 수 있다. ‘아보가스트’역시 ‘메리온’과 마찬가지로 검은 타르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아보가스트’의 등장으로 범죄가 밝혀지려는 찰나 반복되는 범죄가 다시 일어난다. ‘노만’의 어머니에서 ‘노만’으로 이어지는 바톤과 같은 유사 행위는 훨씬 짧아졌지만 극적인 부분까지 올려놓는데 성공한다.
 ‘라일리’는 ‘메리온’의 남자친구 ‘샘’과 함께 보안관을 찾아가지만 보안관은 ‘아보가스트’를 걱정하기는커녕 그를 의심한다. ‘아보가스트’가 ‘라일리’에게 전해 준 내용상 ‘노먼’의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안관은 ‘아보가스트’가 ‘메리온’의 행방을 찾아 돈을 갖고 ‘라일리’에게 거짓말을 했다 말한다. 이렇게 모든 죄가 ‘아보가스트’에게 넘겨지려는 순간 관객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있다. 모든 진실은 관객이 목격했으니 보안관의 말 따위에 속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말이 탐탁지않은‘라일리’역시 모든 것을 밝히기 위해 ‘샘’과 ‘노먼’의 모텔로 찾아가려고 한다. ‘라일리’는 ‘노먼’을 수상히 여긴다. 그가 모든 이를 살인했으며 돈을 갈취했다고 믿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라일리’의 추측이 사실인데도 관객은 ‘노먼’의 어머니가 가해자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그녀의 추측을 반신반의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반신반의 하는 이유도 ‘노먼’을 의심하기보다 ‘노먼’의 어머니 정체가 수상하기 때문이다. ‘라일리’와 ‘샘’은 모텔로 들어가 ‘메리온’의 흔적을 찾는다. ‘노먼’역시 그들을 의심하여 주의를 경계한다. ‘라일리’와 ‘샘’이 고군분투한 결과 ‘노먼’의 어머니의 정체가 밝혀지고 ‘노먼’이 정신이상으로 성도착자적 살인자였음을 알려준다. 또한 두 번째부터 마지막 범죄에는 4만달러라는 돈이 개입하지 않음도 밝혀진다. 영화는 4만달러란 돈의 ‘절도’부터 시작해 살인, 시체유기, 살인, 시체유기, 정신질환이라는 비정상적 ‘범죄’들을 나열한다. 그리고 영화는 돈이 든 ‘메리온’의 차가 끌어올려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 ‘싸이코’는 영화가 어떻게 관객을 속이는지 혹은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유사한 심리를 얼마나 끌어가는지를 잘 나타낸다. 그래서 관객은 모든 등장인물의 행동에 감정을 주었다가 뺏었다는 반복한다. 어쩌면 관객은 처음부터 ‘노먼’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온’과 마찬가지로 그에 대하 측은함으로 진실을 못본 것 일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범죄가 각각의 유사가 없음에도 어떤 방식으로 엮여 커져갈 수 있는지 ‘4만달러’라는 히치콕의 ‘맥거핀’으로 용이하게 이해 할 수 있다.

 

 

 

 

2. 베이츠 모텔에서의 ‘노먼’과 ‘메리온’의 화면 지배권

 

 

 

 첫만남. 숙박기록부를 두고 정확히 마주 보는 위치에 선 ‘메리온’과 ‘노먼’. 두 캐릭터 모두 서있으며 수평적인 시선을 마주 친다. 쉴새없이 떠드나 내성적으로 보이는 ‘노먼’과 절도 후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해 불안한 여성 ‘메리온’. 이 씬에서 ‘메리온’은 고객의 입장으로 모텔주인에게 어떤 것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있다. 또한 숙박 기록에 거짓이름과 주소를 쓸 수 있다. 일차적으로 그녀와 그를 본다면 그녀는 ‘거짓말을 하다’라는 능동적 행위로 화면을 이끌어 가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그녀를 이끄는 것은 서툴러 보이는 ‘노먼’이다. 이 부분 그가 1호실을 내어줄 때 잠시 움찔했는가는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나오는 사항이다. 그는 1호실의 구조적 특징을 알 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우리안에 가두듯 열쇠를 건넨다. 이렇게 그녀에게 자연스런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은 그가 주인이기 때문이지만 그의 능동적임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친절한 예의를 뽐내고있다. 그것이 관객과 ‘메리온’을 속일 수 있는 가장 큰 ‘노먼’의 트릭인 것이다. 순진해 보이며 신사다운 매너를 보이는 이 청년은 1호실로 ‘메리온’과 함께 들어감으로써 점점 내성을 드러낸다. 바로 1호실이라는 장소는 그의 이중 욕망의 덫과 같으며 관음증을 행할 수 있는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방을 소개할 때 떨리는 그의 음성과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메리온 사이에는 ‘새의’그림이 좌, 우로 나뉘어 중앙에 위치해있다. ‘새’라는 소재의 등장은 이때부터 그의 ‘잠재된 욕망’을 드러내주는 ‘죽은 눈’이 되어준다. ‘새’의 등장 이후 그는 그녀에게 과감히 저녁 식사를 초대하는데, 이어서 악의 없는 순진함을 곁들인다. 이를테면 ‘스테이크와 와인’이 아닌 ‘샌드위치와 우유’라는 이미지의 도구를 활용한다.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 식당까지의 거리가 멀다는 상황을 우선 제시한 후 가벼운 호감을 나타내는 그의 초대에 마다할 여성은 없을 듯하다. 이 부분에 관객역시 순응할 것이다. 그리고 ‘메리온’ 역시 끄덕인다. 마치 선량해보이는 ‘노먼’의 호의를 마다하는 것이 옳지 못한 것처럼. 식사 수락을 받은 뒤 ‘노먼’은 들뜬 마음으로 방에서 나가게 되고 ‘메리온’은 돈뭉치를 바라본다. 신문지에 싸고 자연스레 침대 옆에 위치한 후 근 미래를 고민하는 듯한 그녀를 방해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린다. 모텔에서 근접한 저택에서 ‘노먼’의 어머니가 ‘노먼’에게 소리를 지른다. 한번 들어도 알 수 있듯 ‘노먼’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어머니로 청렴한 성의식을 아들에게 강요하는 듯하다. 그런 어머니에게 대항이 아닌 소심한 반항을 하는 ‘노먼’은 더할나위 없이 측은해 보인다. 모자의 대화를 들은 ‘메리온’은 ‘노먼’이 식사를 들고 오기 전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부분은 저녁식사에 응할 때 잠시 고민했던 ‘메리온’과 대조를 이룬다. 마치 길 잃은 강아지를 기다리는 듯 ‘메리온’은 걱정되는 눈치다. 이어서 ‘노먼’은 식사를 들고 오고 어머니의 행동을 비판하긴 커녕 걱정하는 효자스러운 모습까지 보인다. ‘메리온’은 그의 여린 마음과 쑥스러워하는 태도에 그를 타자에서 조금은 가까운 존재로 들여놓는 듯 보인다. 자신의 방문 앞에서 뒷걸음 치며 방안 쪽으로 유도하는 그녀는 초반과 달리 적극적으로 ‘노먼’을 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먼’은 그런 그녀의 태도가 쑥스러운 지 고개를 숙인 후 더듬는 말로 응접실을 향한다. 식사를 든 남성이 윤리적 의식을 지닌 채 신사적 행동을 취한다는 것은 곧, 여성 캐릭터의 마음을 열게함과 동일시 된다. 이 부분에서도 영화는 마치 ‘메리온’의 자의식적 태도로 그녀를’이끄는 자’로 놓는 듯 한다. ‘메리온’이라는 여성은 ‘절도’라는 범행의 대담성을 지니고 있기에 관객에게 능동적 인물로 보이게 하지만 노먼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어머니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아적 인물로 수동적이게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 씬에서도 인물들의 위치는 사실상 성향과 전복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에 그녀의 시체가 타르 늪에서 모습을 감추듯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노먼의 ‘지시’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응접실에 들어선 그녀는 사방에 박제된 ‘새’들을 보며 잠시 멈칫하지만 다시 노먼의 친절함에 자리에 가 식사를 한다. ‘메리온’은 식사 중 대화로 ‘노먼’이 외로운 사람이라 생각한다. 취미가 ‘박제’이며 가장 좋은 친구가 ‘엄마’라는 그에게는 삶의 즐거움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메리온’이 그의 엄마의 ‘올가미적 성향’에 대한 발언을 하자 카메라는 노먼을 앙각으로 잡아 벽에 걸린 부엉이를 정면으로 위치 시킨다. 이 장면 전까지 노먼과 메리온은 적어도 구도상 같은 위치의 캐릭터로 놓인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대화가 오가는 부분에선 박제된 새들과 그를 한 쇼트에 밀어넣는 방식을 취함으로 잠시나마 ‘노먼’의 격앙된 감정을 보여준다. 이 때 ‘메리온’과 ‘노먼’을 비추는 방식은 상반된다. 안정된 구도에 손을 무릎에 대고 식사를 하는 그녀의 주변을 둘러보자면 따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노먼’의 상징인 ‘새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인지 이 쇼트안에서 그녀는 자유롭고 침착해 보인다. 반면 ‘노먼’의 뒤쪽은 박제된 새 ‘세 마리’와 함께 두 고전 명화가 보이는 데 그의 성품과 대조되는 나체형태의 그림이다. 좌측에 위치한 그림은 여성을 희롱하는 내용이 담긴 작품이고 우측의 그림은 이 씬이 끝나면 ‘노먼’에게 ‘유용하게 이용될 도구’이다. 이 그림 내용 역시 강간당하는 여성을 표현하고있는데 그의 행동과 밀접한 선에 닿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런 장소에 주체로 놓인 ‘노먼’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밝히고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착한 아들로서의 ‘노먼’, 그 뒤로 보이는 그의 다른 자아들. 하지만 대화가 오고 갈수록 ‘노먼’의 부모사랑은 지나칠정도다. ‘메리온’의 입에서 공공기관이라는 뉘앙스의 단어가 나오자 카메라는 조금 더 깊숙히 그들의 표정을 보여준다. ‘노먼’은 어머니가 박제된 새처럼 해롭지 않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며 시종일관 굳어진 표정으로 ‘메리온’을 대한다. 이쯤 되자 ‘메리온’ 자신도 개입을 중단하고 먼저 사과한다. 하지만 고조된 ‘노먼’의 감정은 딱딱 끊어지는 악센트처럼 계속되고 ‘메리온’은 어머니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그가 걱정되듯 쳐다본다. 그런 그녀의 눈길을 느꼈는지 ‘노먼’은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낸다. 이후, 대화의 초점은 ‘노먼의 근심거리’에서 ‘메리온의 근심거리’로 이동되는데 그들과 배치된 공간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메리온’이 일어섬과 동시에 그녀를 비추던 따사한 조명과 찻잔은 사라지고 검은 까마귀 박제만이 그녀를 쪼는 듯 바라보고있다. 역시 노먼의 공간도 지배하던 박제된 새와 고전명화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겠다는 ‘메리온’이 쇼트밖으로 사라지자 ‘노먼’은 주머니에서 어떤 것(아마도 알약)을 집어 삼키는 듯 하더니 숙박 기록부를 다시 본다. ‘마리 사무엘스’. ‘노먼’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가 싶더니 응접실로 들어간다. 그렇다. 그녀와 대화 도중 ‘메리온’은 자신을 ‘크레인’이라 밝힌바 있고 ‘노먼’은 그런 속임수에 벌을 가하겠다는 듯 계획된 일을 시작한다. 대화 중 그의 공간으로 보였던 고전 명화는 어느 새 ‘관음증의 통로’로 변신하였다. 작은 구멍 하나로 대치되는 엿보는 자와 당하는 자로 그들은 나뉘었다. 친구 혹은 조력자 처럼 보이던 그들이 탐욕하는 대상으로 탈 바꿈 된 것이다. 철저한 지배권은 오로지 보는 자에게 있다. 이 지배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메리온’이 모텔에 등장 할 때부터 ‘노먼’은 순진한 듯 행동했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지시하고 즐긴 인물이기 때문이다.

 

 

 

3. 샤워살해 시퀀스

 

 밝은 낮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더 무섭지 않냐 반문하는 히치콕에게 영화 ‘싸이코’는 그 다운 발상을 보여주었다. ‘샤워하는 여성’이라는 약한 존재를 그야말로 부엌칼로 찍어대는 살해 시퀀스다. 작디 작은 욕실, 개인만을 수용할 듯한 커튼 속 공간에 수평, 앙각, 부감, 측면을 돌파하는 숏들은 자잘히 모여 끔찍한 현장을 만들어 낸다. 이 시퀀스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편집속도의 예술’을 보여주었다는 것과 관객을 범행장소로 끌여들였다는 것이다. 수많은 숏으로 구성된 시퀀스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관객을 어떻게 범행장소로 끌여들였나 보자. 숏은 주로 피해자를 담거나 가해자를 담지만 빠지지 않을 법한 ‘제 3의 존재’인 샤워기 또한 담는다. 이 시퀀스에서 샤워기란 끊기지 않는 배경이 될만한 소리임과 동시에 관객과 동일시된 사물이다. 관객 역시 샤워기처럼 입막음을 한 채 그들을 바라볼 뿐 손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쓰러진 ‘메리온’을 보여주지 않고 하수구 쪽으로 줌인 하던 카메라는 그녀의 눈과 디졸브를 시킨다. 관객 중 그 누구도 하수구가 눈으로 이어질지 예상하지 못한 순간은 노린것이다. 경직된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면 관객 역시 범행 장소에 있던 자로 각인되어 버린다. 이미지의 연관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퀀스의 연출은 ‘살해’되는 과정을 보여주지 않고도 상상 할 수 있게 만든다. 카메라는 샤워중이던 여주인공의 나체를 보여주지 않음과 동시에 찌르는 ‘상처’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명을 질러대는 피해자에 눈살 찌프리게 한다. 이 시퀀스가 자극적이게 다가오는 것은 닿을 듯 닿지않는 칼을 보아도 그녀의 비명에 따라 아픔이 가시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살인자의 일방적인 행동도 포함될 것이다. 빛에 의해 역광이 진 ‘살인마’는 그림자의 존재로 다가와 그녀를 죽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메리온’과 달리 머리카락 하나라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범인은 그야말로 두려운 존재다. 이 그림자는 나중에 밝혀질 ‘노먼’의 이중적 모습을 표현하고 있으며 얼굴이 밝혀지지 않음에 따라 ‘죄의 교환’이 비로소 이루어진다.
이 시퀀스는 공격적인 이미지와 속도 분배에 주력한다. 시퀀스를 자세히 보면 ‘빠른 시간안에 느린 상황’을 구겨넣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날카롭게 비명을 질러대는 현악기의 소리처럼 다가온 살인마를 나타낼 때 히치콕은 그만큼 불손하게 들쑥 날쑥한 각도를 집어 넣은 것이다. 시퀀스를 3분이라 했을 때, 초반 후반 1분을 제외하고 난도질해 보이는 듯한 수많은 컷들이 ‘빠른속도’를 낸다. 한가로이 샤워를 하고있던 메리온에게 닥친 이 비극 같은 일, 구겨넣은 편집을 이용해 관객은 눈 깜짝할 사이 그녀가 ‘어떻게 당하는지’를 두 눈으로 목격한 것이다. 그리고 살인범이 현장을 빠져나간 후 쓰러지는 그녀를 보여줄 때 부터는 속도가 다시 느려진다. 여주인공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차분히 지켜보자는 심보다. 또한 살인자가 든 ‘칼’의 각도나 계속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사선으로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물줄기는 더욱 공격적인 이미지를 위해 끊임없이 사선으로 흐르며 전경에 위치해 쇼트를 구성하고있다. 그리고 빠지지 말아야할 버나드 허만의 비명지르는 현악기들은 얼음송곳과 같이 화면의 보이지 않는 감초역할을 해낸다. 이 시퀀스의 모든 요소는 ‘메리온’을 더 급격하고 더 잔인하게 죽여볼까 공모라도 할 듯 절묘한 화합을 만들어냈다. 이 시퀀스는 그야말로 ‘밝은 낮 시냇가에서 일어난 가장 무서운 살인사건’과 같다.

 

(2005)

 

 

 

출처 :  
글쓴이 : 유디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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