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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안개>로 말하는 한국형 모더니즘 구축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19

 

 

<안개>로 말하는 한국형 모더니즘 구축

- 인간의 분열된 내면화, 의식으로 진행된 기억의 구조와 기능적 공간.

 

  

 

 

 <안개>에서는 <휴일>과 <하녀>와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편집 구조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작품 자체의 내러티브나 기능적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영화는 주인공 기준의 기억으로 사건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를 크로스하는 플래시백 방식을 택하여 밀도 있는 구성을 한다. 이처럼 의식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준이 사무실에서 개미의 환상을 보았을 때부터, 영화는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갈 것을 경고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런 의식의 흐름은 캐릭터 뿐만이 아닌 배경이나 공간에도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점에서 <안개>가 한국형 모더니즘 영화를 구축했다고 본다. 그리고 카메라가 익스트림 롱샷으로 어딘가를 정체 없이 걷고 있는 캐릭터를 보여줄 참이면 캐릭터와 배경은 하나가 되어 그저 허망함을 나타낼 뿐이다. <안개>는 제목 그대로에서 부터 공간자체의 불온성을 뜻하며 황무지에서 마모되는 인간상을 나타냄으로써 정서적 권태, 특히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의미를 준다. 그래서 <안개>는 제목 그 자체가 주체이면서도 객체인 역할도 하는 것이며 시각적 메타포로 정체를 알 수 없게 되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해준다. 이 모든 것이 <안개>라는 것의 속성이며 특징이다. 이러한 부분은 공간의 피폐함과 특수성을 주게 되는데 ‘안개=무진’이라는 것이 성립되어 ‘무진’이라는 공간 자체가 고향이면서도 고향이지 않는 배경이 된다. 기준이 계속하여 과거와의 대비를 시키는 부분에서 ‘무진’은 더 이상의 정신적인 고향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속물로 가득 찬 고향, 퇴폐적인 저급 문화를 즐기는 고향, 진보만을 위해 목적 없이 내 달리는 고향, 그 모든 고향은 자신이 느꼈던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이었기에 그는 회의를 느끼고 만다. 안정감이나 포근함이 있어야 할 고향이라는 장소는 역시 초기 산업시대의 피해자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알려주는 부분이 바로 아내의 안부 통화를 받는 기준의 대사에서이다. 예전처럼 ‘울창하고 아름다운 무진’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뿌연 안개와 모래만이 난무하는 곳을 횡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고향은 기준의 한구석에 있음에 바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이런 공간은 주인공의 분열되어지고 파편적인 내면화로 인해 나타났다고 본다. <휴일>이 캐릭터의 성향과 이러한 <안개>의 공간과 유사하였기는 했어도 <안개>에는 주인공의 눈으로 보여진 그리고 의식이 결합된 공간이 나타났기에 <휴일>보다도 <하녀>보다도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준의 현재의식에 계속 간섭하는 과거의 기억들은 그의 목표지향적이었던 과거와 대비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인숙의 행동들은 자신이 행동했던 부분과 일치되며 자신을 인숙에 치환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계속되는 플래시백은 기준에게 과거의 자신을 내보내어 회귀욕망을 일으키며 자신의 잃어버린 주체성을 찾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이런 내면적 분열은 자신 자체에 대한 다의적 표현 이외에도 기억에서의 역사와 현재의 역사를 대조 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의식에 투영된 풍경을 그리면서 근대사회에 대한 불안감과 좌절감, 불확실한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 또한 60년대라는 한국 근대적 비판을 강행한다는 점에서 ‘안개’는 나머지 두 작품과는 달리 한국 모더니즘이라는 영역을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이 뿐만 아니라 <안개>는 이미지와 사운드로 커뮤니케이션했다는 점, 배경을 전면화 시켰다는 점 역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적 중개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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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유디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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