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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휴일>로 말하는 퇴폐적이고 우울한 60년대 서울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20

 

 

<휴일>로 말하는 퇴폐적이고 우울한 60년대 서울

- <안개>와 <하녀>와 달리 느껴지는 끊임없는 절망감과 현대물과의 유사성

 

 

 

 <휴일>의 주 공간은 서울이라는 도시이다. 물론 <안개>에서도 서울이라는 도시가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플롯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떠나서 발생된다. 그에 비해 <휴일>은 정처 없이 서울이라는 공간을 떠돌아 다니는 주인공을 통해 사건과 함께 시대, 그리고 동시에 캐릭터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영화는 허욱이라는 남성이 연인을 만나는 부분으로 사건을 발생시킨다. 특히, 이 영화는 마치 홍상수의 작품처럼 도입부분의 남성 캐릭터의 어떠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성향을 그대로 주입시킨다. 허욱이라는 남성이 택시를 무임승차한다는 점, 그렇게 도착한 약속장소에서 연인과 바람피할 곳 없는 황폐한 남산 벤치에 앉으며 만남을 한다는 점, 낙태비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떠돈다는 점에서 그가 어떤 인간상인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그의 그런 무력감은 그가 떠돌아다니는 숏과 폭력 당하는 모습에서 더욱 극대화 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그를 끝까지 구원해주지 않는 점에서 더욱 캐릭터 자체를 절망적으로 만들어버린다. 후반부분은 <하녀>에서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막막함을 나타내고 있지만 <안개>처럼의 타인을 이용한 출구는 없다. 비생산에서 출구가 없다는 점. 그런 점이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밤, 어둠과 동일시 되어 보이며 그러한 모습은 퇴폐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끊임 없는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무력감은 캐릭터가 공간에서 떠났을 때 실감나게 이루어지는데 <안개>나 <하녀>와 달리 한 컷이 나뉘기 전 배경이 부각되어져 있다는 점이 특출나다. 그저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던 배경은 더 이상의 요소적 역할이 아니라 배경 자체가 그 당시의 사회상을 말해주는 행위를 하게 된다. 왜곡된 근대화로 인해 도시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괴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 도시는 허욱을 잡아 삼키듯 어두움으로 존재하는데, 친구에게 구타를 당할 때의 카메라 숏은 그야말로 그런 허욱을 어둠 속으로 넣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또한, (이점이 다른 영화와는 차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 <휴일>은 <안개>나 <하녀>보다 최근의 현대 영화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홍상수감독이 <극장전>과는 비생산적 남성 주인공이나 마지막 나레이션, 죽음과 쾌락의 반복성, 단 하루 동안의 사건 등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고 이명세 감독의 <형사>의 스토리텔링을 넘어선 이미지 중심의 구조가 그러하다. 즉, 후자인 영화처럼 원인이 누락된 채 감성으로만 이끌어 간다는 것이 내가 허욱을 바라보는 감정과 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허욱과 연인이 대화를 할 때 멀리서 지켜만 보는 익스트림 롱샷의 카메라처럼 나 역시 그들을 무심코 관조하기만 하더라도 그들이 어떤 감정을 지닌 것인지는 인물이 아닌 배경적 이미지를 보아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적 요소로 사건을 구축해 나간다는 점은 <안개>나 <하녀>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방식 이었고 시대를 넘어선 현대적인 감각, 연출적인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수작임을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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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유디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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