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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재 이목의 茶賻중 茶의 七修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15. 08:23

茶의 七修 (李穆, 1471~1498)

 

첫째 주발의 차를 마시니 마른 창자가 깨끗이 씻겨 지고

둘째 주발의 차를 마시니 상쾌한 정신이 신선이 되려하네

그 셋째 주발에 병골이 깨어나고 頭風이 말끔히 나은 듯 하다.

내 마음, 공자가 부귀를 浮雲처럼 보았던 것 같이 뜻을 높이 세우고

맹자가 浩然하게 氣를 길렀던 것과 같다.

그 넷째 주발에 웅장하고 호방한 기개가 피어나고 근심과 울분이 사라진다.

내 기분 태산에 올라 천하를 작게 여겼던 것과 같으니

아마도 이러한 경지는 하늘을 우러르고 땅을 굽어보아도 형용할 수 없으리라.

그 다섯째 주발에 색마가 놀라서 달아나고

게걸스런 尸童도 눈멀고 귀먹으니

이내 몸, 구름치마에 깃털 저고리 입고

흰 난새를 月宮으로 채찍질하여 가는 것 같도다.

그 여섯째 주발에 해와 달이 方寸(心)에 들어오고

만물이 대자리 만하게 보이니

내 영혼은 소보와 허유를 前구 삼고 백이와 숙제를 종복 삼아

玄虛에서 上帝에게 揖하는 것과 같구나

어쩐 일인가, 일곱째잔의 잔은 아직 반도 마시지 않았는데

홀연히 맑은 바람이 흉금에서 일어나고

하늘 문 바라보니 매우 가까운데

울창한 봉래산을 사이에 두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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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

차  한 잔을 마시니 매말랐던 창자를 물로 깨끗이 씻어낸듯하고,

두 잔을 마시니 정신이 상쾌하여 신선이 된 듯하고,

세 잔을 마시면 병골에서 깨어나 두풍이 없어지네.

내 마음은 공자께서 세상을 뜬구름처럼 여긴뜻과

맹자께서 호연지기를 기른 뜻의 경지에 이르네.

네 잔째는 웅장호방함이 일어나 근심과 분노가 없어지니

내 기세는 공자께서 태산에 올랐을 때,

천하가 작게 보여 그 눈길을 다 받을 수 없었던 경지가 되네.

그 다섯째 잔을 마시니 색마도 도망하고

찬시같은 식욕도 사라지네.

내 몸은 구름치마에 깃옷 입고,

흰 난새를 타고 달에 오른 듯하도다.

여섯 째 잔을 마시니 해와 달이 내 마음 속에 있고

모든 사물은 버석거리는 거적대기에 불과하네.

내 정신은 소보 허유를 말구종으로 삼고

백의 숙제를 종복으로 하여.

하늘의 상제께 읍하노라.

어이하여 일곱째 잔은 안 마셔

울금향 같은 맑은 차향기 옷깃에 일고

하늘 문 바라보이며

바로 곁에는 소삼한 봉래산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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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한 잔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이 바로서고

안목이 제대로 돌아오네.

두 잔을 마시니 세속의 오탁이 씻겨 내리고 선계에 오른 듯 상쾌해지니

이는 현실에 얽힌 굴레를 벗어 던진 후에 심신이 깃털처럼 가볍구나.

세 잔을 마시고 나니 육신의 고통이 사라지고

오직 의롭고 참된 마음이 가득차네.

세속의 헛된 명리(名利)를 뜬구름처럼 하찮게 여기며.

삼라만상을 포용할 호연한 기개가 넘치는 성현의 심도(心道)에 이르노라.

네 잔을 마시니 모든 분노와 근심이 사라지고 크고 드넓은 호기가 생겨.

보려고 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 없고 .

알고 싶어해서 모르는 것이 없는 기개(氣慨)에 이른다.

다섯째 잔에 가장 본능적인 욕구마저 사라져 몸이 둥둥 떠올라

선계에 노니는 듯하고.

번잡함이 사라져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없노라.

여섯째 잔을 마시니 광명한 지혜가 나 자신 속에 우주를 담게 하고.

영혼을 다스려 세속의 모든 일은 티끌처럼 여겨진다.

이런 경지는 우리가 이상으로 삼은 고귀한 청정과 결백과 의로움이함께 하는 세계이니

육체적 현상을 초탈하여 드높은 정신세계에 노닐게 된다.

청빈한 선비로 평생 물외에서 우유한 소보나 허유.

목숨을 절의 보다 가벼이 여겨 의로움을 지킨 백이나 숙제도 

내가 거느릴 수 있는 마음에 이른다.

그러나 일곱째 잔은 다 마시지도 않아 저절로 하늘 나라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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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한재는 차가 평범한 약용으로써 뿐 아니라

정신적 고뇌까지 치료하여 평상심에 이르게 하는 금단(金丹)으로

양생(養生)의 선약(仙藥)이라 생각했다.

노동은 세 잔을 마시고야 정신이 맑아져 막혔던 시사(詩思)가 트였는데,

한재는 첫 잔을 마시고 마음이 깨끗해지고 문사(文思)가 일어

현화(睍花)가 사라지고 새로운 안목에 접한다.

둘째잔을 마시니 속진을 벗고 선계에 오를 듯한 기분이 되니

옥천자(玉川子)가 여섯 잔을 마신 후에 맛본 기분이다.

세 잔을 마셨을 때는 유가(儒家)에서 완전인(完全人)이라

추앙되는 공맹의 드높은 경지에 이른다고 했다.

모든 현실적 육체적 어려움을 넘어 삶의 참다운 뜻을 깨달아

마음은 올바른 것만 생각하고 기개는 우주로 확대되어 이루었다.

공자,맹자 같은 셩현의 경지는 보통의 선비가 도달 할 수 없는 이상일 뿐이다.

만약 다부의 이런 내용이 일반적인 글에서 나왔다면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는 지탄을 받을 빌미가 될 정도의 엄청난 말이다.

그러나 차의 힘을 빌어 얻을 수 있는 경지니 탓할 것이 못된다.

넷째 잔을 마시고서 노자가 말한 군자불기(君子不器)의 참뜻을 체험하고

논어의 심광체반(心廣體伴)의 경지에 이른다.

천지에 아무 거리낄 것 없고.

마음은 현허(玄虛)어디에라도 통할 수 있다.

막혔던 시계(視界)가 사라지고 가렸던 생각의 규구(規矩)가 트인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의 진리를 터득한다.

다섯 째 잔을 마시니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인 식욕과 성욕의 굴레를 벗어나

신선의 옷을 입고 세속과 선계를 자유로이 노닐 수 있게 되었다.

곧 속(俗)과 선(仙)이 함께 한 무애지경(無碍之境)에 이른다.

여섯째 잔에서 소아가 대아로 변하고

한점의 티끌도 없는 본성으로 귀착된다.

본래무일물 하처야진애의 깨달음이요 직지인심에 이르름이다.

시공을 초월한 영생불멸의 경지에 도달하니.

한정된 육신에 담긴 무한의 정신이 우주공간으로 뻗어 영혼을 다스린다.

방촌에 일월을 품은 것은 바로 작자의 이상적 세계요.

도학자의 종착점일 뿐 아리나 다객(茶客)의 귀착지인 고귀한 정신 세계다.

살아 있는 육신이 도달 할 수 있는 최고의 형이상적 공간이다.

다음 일곱째 잔을 대하면 육신은 없고 정신만 있어 마음이 형상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기품은 맑고 정화되어 금도(襟度)는 이미 선인이니.

그가 머무는 곳 어딘들 선계가 아니겠는가?

호접몽(蝴蝶夢)을 깬 장주의 깨달음이 바로 한재의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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